전시명 :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전시기간: 2018. 11.27(화)~2019.2.24.(일)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카자흐’는 터키어로 ‘자유인’, 또는 ‘반도(叛徒)’ 즉 본국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로운 행동을 하던 사람들을 말하고, ‘스탄’은 ‘땅’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민족이 오고갔던 그 자유로운 땅에 살아 왔던 사람들이 남긴 예술은 지금 그 땅의 사람들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전시장의 황금인간(재현품)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국립박물관이 함께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카자흐스탄의 대초원 문명과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정착과 이동을 반복하며 살았던 그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자리다. 지난 2009년~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 이웃인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특별전 '동서 문명의 십자로-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을 열었고, 9년 만에야 이른바 “서(西)투르키스탄” 지역 특별전을 이어가게 됐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450여 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주요 황금 유물들은 작년 12월부터 벨라루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중국, 폴란드를 거쳐 한국에 온 것이다.
접시. 12세기, 높이 6.2cm, 카자흐스탄 남부 오트라르
이쑤시개 귀후비개 등 위생용품이 달린 장신구들. 19세기, 은.
전시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가장 핵심적인 전시물은 “황금인간”이다.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고대 유적지인 이식 쿠르간(Issyk Kurgan)이라는 고분 중 한 곳에서 금으로 세공한 수많은 장식물로 뒤덮인 의상을 입혀 묻힌 망자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1969년의 일이었다. 카자흐스탄 남동쪽 주요도시인 알마티로부터 50km 정도 떨어진 150여 기의 이식 쿠르간을 한 고고학자가 발굴하면서 알려졌다. 초원의 자유로운 사람들이 고대에 일궜던 화려한 부장 문화의 흔적이 오랜 세월 후에 드러났고,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유물이 되어 그 나라에 대해 ‘고려인의 아픔’ 정도밖에 잘 알지 못하는 먼 동방의 이국까지 여행을 오게 됐다.
이 고분을 만든 사람들은 고대 국가와 유사한 사회적 계층을 이루고 있던 스키타이계 유목민 ‘사카인’으로, 남아있는 금 장식들을 바탕으로 끝이 표족한 금장식 관모를 쓰고 화려한 치장의 카프탄(상의), 바지, 신발, 허리띠 및 단검을 찬 지배계층의 인물을 복원할 수 있었다. (헤로도토스는 사카인들이 끝이 뾰족하고 빳빳한 모자를 쓴다고 기록한 바도 있다.)
그리핀 모양의 허리띠 장식. 기원전 4세기~기원전 3세기, 금, 4.4x8.6cm, 이식 쿠르간
말을 묘사한 장식. 기원전 4세기~기원전 3세기, 금, 4.1x15.0cm, 이식 쿠르간
산과 표범 모양 장식. 기원전 4세기~기원전 3세기, 금, 7.2x8.5cm, 이식 쿠르간
전시장에 우뚝 서 있는 마네킹과 그에 걸쳐진 의상은 발견된 상태를 바탕으로 재현한 것이고, 그 주변에 출토된 황금 장식품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삭 쿠르칸에서 발굴된 유물 외에도 탈디, 탁사이, 사이람 등의 고대 유적지의 황금문화재가 전시 1부를 구성하고 있다. 동물을 형상화한 것들이 많은 이 화려한 금제 유물들은 스키토-시베리아 양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고대 초원에 살던 이들의 유목형 생활 방식과 시기(기원전 6세기~기원전 3세기)를 생각해 볼 때 놀라운 결과물이다.
키말 아키셰프 고고학연구소의 합둘리나 마랄 소장은 "카자흐스탄에는 수만의 금생산지가 있고 수천 년 전부터 금이 채굴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와의 연결고리를 위해 전시 프롤로그로 경북 경주 계림로에서 출토된 '계림로 보검'(보물 제635호)이 소개되고 있다. 이 보검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온 유물로 추정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지역에 있는 수많은 고분군에서 계림로보검과 유사한 유물들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시베리아, 카자흐스탄과 연결된 그 문화의 일면이 우리에게도 남아 있다는 시사를 위한 것이다. 전시 초반에 등장할 필요가 있었는가는 이견이 있을 것 같다.
계림로보검
관객들이 카자흐스탄의 문화를 좀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추가했다. 중앙 유라시아 민족들의 축제 장면 중의 '음식 만들기', '씨름', '창 던지기', '그네 타기', '악기 연주', '춤' 등이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소개된다. 터치하면 해당 영상이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또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유르트(이동식 천막)를 현대적으로 멋지게 재현한 방을 앞뒤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이전에 <황금문명 엘도라도>(2018. 8),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2016. 7)를 개최한 바 있는데, 우연인지 골드 특집 3부작이었는지는 몰라도 관객이 황금에 혹할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낯선 문화와 역사 예술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하는 부분에 “황금”보다 신선한 미끼가 등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