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올림픽 조각 프로젝트-Post 88
기 간 : 2018.09.14.-2019.02.24.
장 소 : 소마미술관 1,2관 및 야외조각공원
88 서울올림픽이 서울에 남긴 유산은 적지 않겠지만 1986년 완공된 올림픽공원이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서울올림픽이 열린지 이제 30년, 올림픽공원 내 미술관이 등록되고 20년. 이제 성년이 된 미술관이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전이 열려야만 했다. 여기에 올해 12월1일 연장 개통될 예정인 서울 지하철 9호선 한성백제역이 미술관과 연결되면서 생겨난 공간을 2관으로 꾸며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게 된 시점, 개관전 성격을 겸하는 잔치같은 전시가 바로 이번 <올림픽 조각 프로젝트-POST 88>이다.올림픽 조각공원 아카이브
전시는 조각공원의 테마로 조성된 올림픽공원의 출생을 짚어준다. 당시 서울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다양한 문화예술축전이 열렸고, 상당 부분의 예산이 ‘세계현대미술제’에 쓰였다. 올림픽공원을 세계 각국의 조각 작품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로 1987-88년 2차에 걸친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과 1988년 <국제 야외조각 초대전>을 통해 세계 66개국 155명 작가의 조각 작품 191점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의 기사를 보면, 90억이 넘는 큰 돈을 들여 이러한 조각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역량보다는 다소 무리한 계획이었고 허술함도 많이 보였을 것이다. 예산도 없어 기업에게 얻어내고 아마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기식의 진행으로 강행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10년 후 1998년에는 미술관 건물을 짓고 조각들을 주변에 배치하여 테마 조각 공원으로 재정비되어 지금 돌아보면 80년대 그 어지럽고 정신없던 시절에 이런 조각 공원의 조성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다.
올림픽 조각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한국 작가는 심문섭, 박석원, 이종각, 이우환, 박종배였다. 이런 선정 과정에서 미술계 내부에 잡음이 없을 수가 없었다. 심포지엄 선정을 외국인에게 맡겨 한국미술계의 협조 없이 진행되었다며 작가들의 반발이 거세자 추후 의견을 반영하여 <국제야외조각초대전>에는 강은엽, 이승택, 최만린 등의 한국 작가들을 추가하게 된다.
올림픽 조각 공원에 낙점을 받은 국내 작가들은 현재 어떻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까. 그 중 이우환, 심문섭, 이승택의 최근작이 전시되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미술관 외부 조각공원에 있는 87년의 작품에서 내부, 현재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작품의 연결고리는 그다지 깊게 탐구되지 못한 느낌이다. 차후 이를 조금 더 보여줄 기회가 생길 여지도 있겠다.
심문섭 <현전 Before the Present> 1987
심문섭 <제시 The Presentation> 2000
이승택 <기와를 입은 대지> 1987
이승택, <무제>(전시장), 2018
1980년대 이후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한 전통적 개념의 조각 외에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조각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전시는 매체적 확장과 더불어 내용과 차원에서도 다양한 것을 담은 현대 젊은 작가들의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천성명, 최수앙, 권오상, 박혜수, 뮌, 유영호, 윤민섭, 손몽주, 박선기 등 조각의 질적 변화의 흐름을 느끼도록 했다.
최수앙 <노이즈> 2014
박혜수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기억> 2018
뮌 <이동식 놀이동산> 2017
손몽주 <텐션 월> 2018
박선기 <조합체 20170207> 2017
새로 오픈된 2관은 올림픽을 주제로 하는 현대미술들을 다뤄주었다. 체육공단의 홍보관 같은 느낌의 전시 연결부 때문에 감상 리듬이 조금 방해되는 면이 있다.
이후에는 한성백제역을 통해 2관으로 들어오는 관객들을 고려한 전시 동선은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새로 만들어진 2관 출입구. 현재는 전시 동선 맨 끝부분이다.
조각 심포지엄 이후 올림픽공원 안에 어쩌면 영원히 자리잡은 조각들은 이제 자연의 일부처럼 시민의 곁에 있다. 회화 작품과 달리 조각이나 설치 등의 조형 작품들은 작품이 설치된 환경과 합쳐지면서 관람객의 지각에 종합적인 영향을 준다. 관람객은 그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 안에 포함되면서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주체가 된다. 이 조각공원과 미술관은 시민들과 함께 어떤 경험의 공간을 만들어나갈지. 공원과 미술관의 출생의 동기, 지나온 역사를 짚어보면서 앞으로 20년과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