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올해의 작가상 2018
장 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 간 : 2018.8.11~2018.11.25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예술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반복된 질문 위에 서서 자신의 스펙트럼 내에서 촉을 세우고 그것에 공명하는 현상을 감지하고 해석하고 자신의 매체를 통해 표현한다.
7년째 올해의 작가상을 통해 한국 사회와 공명하고 대안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는 구민자, 옥인 콜렉티브(김화용/이정민/진시우), 정은영, 정재호 네 팀을 선정해 8월부터 신작을 전시해 왔으며, 9월 초 최종 ‘올해의 작가’로 정은영 1인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파격은 없어도 통일감과 변화에서 조화롭다고 느껴졌는데, 어느 정도는 이들이 모두 1970년대에 태어났으며 각 방향에서 현대의 도시 속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자취를 조용히 파고들었다는 데에 원인을 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파격은 없어도 통일감과 변화에서 조화롭다고 느껴졌는데, 어느 정도는 이들이 모두 1970년대에 태어났으며 각 방향에서 현대의 도시 속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자취를 조용히 파고들었다는 데에 원인을 둔 듯하다.
<올해의 작가상 2018> 최종 수상작가인 정은영(b.1974)은 10여 년 간 여성국극(女性國劇)에 대한 연구, 조사, 분석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정은영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6점을 비롯, 영상과 아카이브, 설치 등 총 11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2008년에 우연히 1세대 여성국극 남자 역할 배우 조금앵 선생의 인터뷰를 참관한 것이 첫 인연이 되었고, 그때부터 여성국극에 보다 분석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국극은 모든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이끌어가는 창극 형식의 공연예술로, 1950년대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60년대부터 차차 스러들면서 전통극으로도, 현대극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채 지금은 잊혀진 장르다.
경극의 여자 역을 한 남자 배우가 스타였듯이, 절정기 여성국극의 남역 여자 배우들은 아이돌급의 스타였다.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창극이 모두 쇠퇴의 길을 걸어왔지만, 여성국극이 특히 소멸해 버린 것에 대해 작가는 정책 등에서 남성 집단이 가진 편견이 자리잡고 있던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더니 여성극단이 소란을 피워 창극제가 망할 지경’이라는 비평 등으로 혹독하게 다뤄졌던 그 때의 분위기를 담기도 하고,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당시에 있었던 성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유예극장> HD 단채널 영상, 35분 12초, 2018
정은영은 2016년 가을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 연극 ‘변칙 판타지’의 연출을 맡았다. 이 연극은 2000년대 초반 잠시 여성국극 부활의 움직임이 일었을 때 여성국극 ‘춘향전’을 우연히 보고 매료된 30세 여성 직장인 N이 남역 배우 L의 제자가 되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지만 도망치는 내용이다. 여기에 아마추어 게이 합창단의 참여 등으로 관객들에게 무대, 삶, 그리고 현대 사회의 젠더 문제를 연결하여 보여주었는데 이를 이번 전시에서 영상으로나마 맛볼 수 있다.
<변칙 판타지-한국> <변칙 판타지-대만> <변칙 판타지-일본>
젠더 문제나 여성주의 시각에 대한 것이 이 2018년의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정은영이 이것을 1950년대의 무대예술로부터 끌어 온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신중하고 진지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초기에는 남역 배우들에 관해 단순하게 기록하던 방식을 취했으나, 차차 배우들의 삶을 공연 등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시도하게 됐다. 과거 남성 위주의 창극에서 밀려난 여성 배우들이 만든 것으로만 여겨졌던 여성국극에 대한 시각을 보다 저항적이고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풀어내는 작업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현대미술의 형태를 빌어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예술을 다루고, 성 정체성의 위치를 무대 형식의 예술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단 측의 설명은 어렵지 않게 대중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카이브와 무대, 영상 기록에 대한 전시 방식은 조금 더 고민해 볼 여지는 있을 듯하다.
정은영은 오는 12월 인도 고아의 세렌디피티 아트 페스티벌에서 한국-대만-일본판에 이은 ‘변칙 판타지-인도판’을 공연할 예정이며, 11월 상하이 비엔날레, 내년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신작을 출품할 예정이다.
* 올해의 작가상 전시 후원사인 SBS문화재단은 10월 7일(일), SBS채널을 통해 <올해의 작가상 2018>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담은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고 한다. 그리고 10월2일~14일 미술주간 국립현대미술관 관람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