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 간 : 2018.08.04-2018.10.28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들이를 온 콜롬비아의 유물들은 특이하게도 콜롬비아 중앙은행 소속의 황금박물관 소장품이다.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에서 보듯, 중남미의 혼잡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귀한 유물들은 중앙은행 같은 곳에서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었음을 짐작할 만하다.
새인간 장식, 900-1600, 16.5x13.3cm
큰 부리가 있는 새의 가면을 쓰고 있는 샤먼을 표현한 것으로, 머리의 새 깃털을 과장되게 표현했다. 하반신은 도마뱀, 새, 포유류를 합쳐놓은 형태. 도마뱀 두 마리가 양 팔에 매달려 있다. 칼리마 지역에서 이런 형태의 장신구가 주로 출토된다.
우리가 잘 아는 중남미 문명은 잉카, 마야, 아즈텍 문명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고대문명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 황금박물관의 소장품은 1954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전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49개국에서 200회 이상 개최된 경력을 가진 인기 유물이다.
이번 전시에 오지는 못했지만 황금박물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유물은 <무이스카 뗏목>으로, 실제 뗏목이 아니라 정교한 순금으로 만들어진 길이 19.5cm의 모형으로 과타비타 호수 지역의 무이스카 족이 만든 것이다. 1969년 이 유물이 발견되면서 이의 화려한 실체를 통해 엘도라도 전설이 호수에서의 의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보고타의 황금박물관에는 이러한 황금 유물이 33,000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무이스카 뗏목.
황금박물관 소장품이 200회 넘게 해외로 넘어가 전시됐지만, 무이스카 뗏목은 한번도 콜롬비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물고기인간 장식, 기원전 1-기원후 700, 14.8x9.1cm
톨리마 지역에서 만든 장신구로, 물고기 얼굴과 사람의 몸, 재규어 꼬리가 결합된 형상을 하고 있다.
코걸이를 착용한 퉁호, 600-1600, 12.2x3cm
무이스카 사람들은 이러한 황금인형 '퉁호(tunjo)'를 바위, 나무, 동굴, 호수 등 특별한 곳에 봉헌했다. 이 장소들이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라 믿었기에 의식을 치른 후 뗏목을 타고 호수에 던지거나 항아리에 넣어 동굴 속에 보관했던 것이다.
콜롬비아의 도시 보고타 자체가 엘도라도(El Dorado: 16세기 스페인사람들이 남아메리카에 있다고 믿었던 황금의 나라) 전설과 관계가 깊다. 1536년 스페인인 곤살로 히메네스 데 케사다(Gonzalo Jiménez de Quesada)는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마그달레나(Magdalena) 강을 따라 콜롬비아 내륙으로 들어갔다. 900여 명으로 출발했던 탐험대가 166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갖은 고생 끝에 보고타 근처에 도착한 케사다 일행은 원주민인 무이스카 족을 정벌하고 황금과 에메랄드 등의 보물을 약탈했다. 1538년에 케사다는 원주민들의 중심지였던 바카타 지역에 보고타를 건설했다.
코걸이를 착용한 사람모양 토기, 900-1600, 23x17.5cm
사람뼈 장식 항아리, 900-1600, 55.5x37.5cm
톨리마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매장에 사용된 항아리다. 원주민들은 대개 장례시 1차 매장하여 시신이 썩거나 마르면 2차로 뼈를 추려내거나 태워 봉헌물과 함께 뼈 항아리에 담았다.
상단의 남성은 온 몸이 장식되어 있어 변신중인 샤먼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금, 토기, 석기 유물 322점이 소개됐다. 아주 먼 옛날부터 콜롬비아 지역의 특징이었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유물을 통해 그 지역, 그 시대의 사람들의 우주, 바램, 생활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작고 귀엽고 금빛으로 빛나는 고대인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