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
기 간 : 2018.08.14-2018.10.28
장 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및 중근세관 114호
글/ 김진녕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및 중근세관 114호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는 지도에 관한 전시지만 조선 시대 후기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을 다시 들여다 보게 만드는 전시다. 지도가 결국 당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과학적 지식, 경제적 수요를 반영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전은 제목에서 보듯 조선 왕조에 살았던 사람들이 만든 지도, <동국대지도>(보물 제1582호)와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요 소장품 외에 <조선방역지도>(국보 제248호) 등 국내 20여 기관과 개인 소장가의 중요 지도와 지리지 260여 점(국보 1건, 보물 9건 포함)가 등장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제목에서 보듯 조선 왕조에 살았던 사람들이 만든 지도, <동국대지도>(보물 제1582호)와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요 소장품 외에 <조선방역지도>(국보 제248호) 등 국내 20여 기관과 개인 소장가의 중요 지도와 지리지 260여 점(국보 1건, 보물 9건 포함)가 등장하고 있다.
대동여지도
조선의 지도라고 해도 조선 시대의 창작품은 아니다. 그 이전 시대부터 쌓여왔던 지리적 지식과 경험의 누적치가 조선 시대에 추가된 지식과 정보를 더해 업데이트한 것이 조선의 지도이다. 이번 전시에선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지도의 나라’라고 불린 조선 500년의 지도에서 이룬 성취를 집대성했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준다.
김정호의 작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상기와 신경준의 지도 부문에서의 성과가 등장한 게 18세기다. 즉 조선시대 지도의 터닝 포인트는 18세기였고 이번 전시에서도 18세기 이후의 성과가 크게 다뤄지고 있다. 18세기 이전에 조선에 통용되던 <동국지도>와 18세기 이후 쏟아져나온 지도의 정확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 현대 한국인이 알고 있는 한반도 모양에 대한 상식고 지리적 정보는 18세기 사람인 정상기가 알았던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동여지도>가 나오기 이전에 정상기는 18세기 전반에 백리척(일종의 축척)을 적용한 <동국대지도>를 만들었다. 정상기의 후손들은 이를 업데이트해 도별로 낱장으로 제작한 <동국지도> 등을 만들어 냈다. 정상기의 <동국대지도>가 이룬 성과는 영조 때의 문신이자 실학자인 신경준의 <동국여지도>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준이 남긴 기록을 통해 이는 입증된 사실이다. <동국여지도>에 수록된 전국 330여 고을의 개별지도인 <열읍도>는 동서와 남북 각각 20리를 나타내는 방안(모눈) 위에 각종 지리 정보를 수록한 세밀한 지도이다.
동국대지도
정상기나 신경준이 이런 세밀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한반도 전역을 누비며 실측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개인이 다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각 지역별 지리 정보가 확보돼 있고 이를 이들이 종합적으로 편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경준이 1770년 영조에게 그려받친 <팔도도>(보물 제1598호, 경희대 혜정박물관 소장품)의 함경도 편을 보면 현대의 지도와 거의 똑같을 정도의 정확성을 확보하고 있다.
18세기 전반부터 쌓인 성과의 총합은 <대동여지도>를 통해 집대성된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 이전에 <청구도>와 <동여도>를 통해 그간에 나온 성과를 바탕으로 팔도와 고을지도를 연결하는 방안과 사용의 편리성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이 <대동여지도>이다. 이는 김정호가 조선왕조의 아웃사이더였고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뒤 지배계급의 탄압을 받았다는 식의 '야사'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18세기 이후 진행한 조선의 지도 혁명의 모든 성과를 완성한 이가 김정호엿던 것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 사회의 지도 수요도 실물 지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산경표>나 묏자리 지도(산도), 경주의 왕릉지도를 통해 조선의 지도 수요가 조선 후기에 극성을 부린 음택 풍수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조선 지도에 크게 다뤄지고 있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보면 조선이 육상 교통보다는 수상운송에 의존했던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경상총여도
관동방여 중 울릉도, 우산도(독도)
조선 후기의 지도에서 요동 지역이나 울릉도, 독도 등 조선 영토의 경계선에 있는 지역에 대한 묘사를 중요시하고 있었다는 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토와 경계라는 의식이 그때도 강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공간’을 담은 지도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를 담은 지도, 나라를 그린 지도, 경계와 외국을 그린 지도, 천문에 대한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천상열차지도>같은 천문지도도 등장한다. 2부는 ‘시간’을 담은 지도에 관한 이야기다. 위치 정보인 지도에 그 지역의 역사나 인물에 관한 정보를 더한 일종의 인문지리지같은 지도 전통이다. 17세기 조선에 등장한 지도인 〈천하고금대총편람도 天下古今大摠便覽圖〉나 〈조선팔도고금총람도朝鮮八道古今摠攬圖〉가 그런 예이다. <천하고금대총편람도>는 16세기 명나라 시대에 유행했던 역사지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도다. 이런 방식을 조선팔도에 적용한 게 <조선팔도고금총람도>다.
천하대총일람지도
3부는 ‘인간’을 담아낸 지도에 관한 이야기다. 조선 지도에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소망과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통치를 잘 하려는 바람, 국방을 튼튼히 해서 국토를 지키려는 바람, 태평성대를 추구하는 바람 등 당시 조선 사회의 다양한 이상들이 드러난다. <청구관해방총도靑丘關海防摠圖>(보물 제1582호) 등의 국방지도나 <평양성도平壤城圖>, <전라도 무장현도全羅道 茂長縣圖> 등의 회화식 지도를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지도 제작자인 정상기와 신경준, 김정호를 중심으로 조선 지도의 중요한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 연대기’를 보여주고 있다.
4부의 지도 연대기를 통해 흐름을 먼저 인지하고 1,2,3부 전시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전시의 볼거리는 단연 <대동여지도> 원본 전체를 펼쳐놓은 전시장이다. 지도를 세워놓을 경우 아파트 3층 높이라 전시공간이 마땅한 곳이 없어서 였는지 이번 전시에서는 바닥에 뉘워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시장 한켠에 소규모이긴 하나 포디움도 마련해 <대동여지도>의 실제 크기를 느껴보도록 했다. 또 스마트폰과 연계해 지도에 등장하고 있는 각 지역의 정보를 증강현실(AR)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너비 14m의 <동국대지도> 체험 영역은 관람객에게 인기있는 코너다. 자신과 관련있는 지역에서 멈춰서서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관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