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조선 최후의 거장 - 장승업 x 취화선
장 소 :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기 간 : 2018.06.28.~2018.11.30.
흰 벽에 걸린 그림을 조용히 감상하고, 다시금 긴 텍스트로 그 그림의 맥락을 설명하는 글을 읽는다는 것은, 드라마조차도 “짤”로 소비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시도하기 어려운 감상법일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시작이었을까.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1897)’이라는 한국의 거장 화가를 주제로 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그의 그림으로 쉽게 다가가도록 노력한 흔적이 다분했다.
전시의 도입부를 영화 <취화선>(2002, 임권택 감독, 태흥영화사 제작)의 대사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 선택하고, 전시 제목을 장승업x취화선 특별전으로 하여 “영화로 이해하는 오원 장승업 원작 전시”라는 카피를 달았다. 일반 대중들에게 보다 쉽고 가깝게 전통 미술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명확한 의지가 보였다.
전시장을 세분하여 (#1 듣다 #2 걷다 #3 누리다 #4 취하다 #5 펼치다 #6 거닐다 #7 그리다) 내러티브를 따라가듯이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마찬가지.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결과적으로 장승업의 산수 4폭, 화조 8폭, 화훼영모 4폭, 삼인문년, 남극노인 등 잘 알려진 고사인물화 등 29점과, 그를 계승한 두 사람 조석진(17점), 안중식(10점)의 그림을 감상하게 된다.
역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 콘텐츠는 변화하는 8폭 디지털 병풍과 작품 영상 디스플레이다. LG전자 '사이니지'라는 기술에 의한 고화질 영상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해, 먼저 2번째 전시공간의 마지막에 배치된 디지털 병풍은 장승업의 화조도, 산수도, 조석진의 고사인물도, 안중식의 산수도 등 8개의 세로로 긴 디바이스에 이미지를 맞출 수 있는 작품을 선택,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승업 <녹수선경鹿受仙經 사슴이 선경을 수업하다> 견본담채 23.3x35.3cm
역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 콘텐츠는 변화하는 8폭 디지털 병풍과 작품 영상 디스플레이다. LG전자 '사이니지'라는 기술에 의한 고화질 영상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해, 먼저 2번째 전시공간의 마지막에 배치된 디지털 병풍은 장승업의 화조도, 산수도, 조석진의 고사인물도, 안중식의 산수도 등 8개의 세로로 긴 디바이스에 이미지를 맞출 수 있는 작품을 선택,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승업의 그림 8폭을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병풍처럼 표현했다. 십여 초 후 화면이 교차되면서 다른 작품으로 변화한다.
어두운 전시장에서 적절한 휘도로 은은하게 변화하는 병풍 그림을 홀린 듯이 쳐다보는 많은 관객들이 있었다. 공간이 다소 좁고 앞에 큰 기둥이 자리한 곳이라 정면에서의 감상에 불편함이 있었고 조금 더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 싶은 점도 있었지만, 너무 과한 터치와 보정이 들어가거나 너무 선명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저해했던 디스플레이를 종종 보아왔던 경험에 비해 무난하고 보기 좋아서, 이미지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썼음이 느껴졌다.
다음 동선의 복도에서 이보다 조금 작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서 몇몇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산수화와 화훼영모 특히 세밀한 묘사에서 나타나는 그의 강점을 잘 보여주었다. 모니터에 선명하게 표현되는 색감. 원작을 감상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에 주목할 수 있도록 작품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세부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하여 화면 전체, 부분부분을 천천히 보여주고 마지막 화제와 낙관 부분으로 옮겨가는 시선에서, 같은 화면 안에서도 중앙과 외곽 부분이 다르게 보이도록 심도를 높여 부드럽게 이동하도록 연출했다.
특히 세부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하여 화면 전체, 부분부분을 천천히 보여주고 마지막 화제와 낙관 부분으로 옮겨가는 시선에서, 같은 화면 안에서도 중앙과 외곽 부분이 다르게 보이도록 심도를 높여 부드럽게 이동하도록 연출했다.
장승업의 산수도. 좌로부터 <귀거래도>, <우과만벽>, <산인영객>, <백운청계>, <장려간산>, <도원상루>, <암하분류>. 견본채색, 각 136.7x32.5cm.
장승업 <산당수금 山棠水禽> 견본채색 74.9x31.0cm
두 경우 모두 디지털 디스플레이로만 감상을 한 후 전시 후반에 가서야 원본 작품을 보도록 배치했는데, 원본과 디스플레이를 대조하는 감상보다는 결과적으로 좋았다.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느꼈던 신선함이 원본을 보면서 다시금 뇌리에서 되살아나고 개인적인 시각으로 원본을 다시 내 마음대로 충분히 보면서 머리속에서 작품의 이미지가 재구성되는 느낌이다.
리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작품과 함께 ‘시각적인 설명’으로 존재하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이제는 독립적인 전시 컨텐츠로서도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를 제안한 부분이기도 하다. 색감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삼성과 LG 디스플레이 색감과 밀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전시장 전경
다만 영화 <취화선>은 2002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 이후 월드컵이 네 번이나 더 열렸다는 것-젊은이들에게 다가서기에는 옛날 영화였다는 것, 최민식의 대사 “일획이 만획이고 만획이 일획이로다. 어찌 따로 법을 말하리오”가 몇 분에 한번씩 반복되며 전시장에 울려 신경이 쓰였다는 것, 거울, 조명, 기타 장치들에 원작의 빛이 시들해졌다는 것, 제한된 조건이지만 좀더 나아가서 조선말기의 전통회화의 맥락을 더 보여줄 수는 없었을지 등의 아쉬움이 있었다.
조선의 3대 화가 중 한 사람.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조선 말기 최고의 화가였던 오원 장승업의 다양한 그림들은 수많은 주제로 꿰어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그의 중국풍 고사인물, 외국에서 들어온 화풍의 적용, 정묘하거나 호방한 표현력을 보이는 그의 넓은 스펙트럼, 화제와 낙관에서 보이는 특징들, 그가 교유하고 영향받았던 사람들, 제자나 화풍의 계승 등 자연스럽게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번에 꿰어진 그의 그림들은 아마도 영화와 잘 어울리는 작품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그 시각적 효과가 잘 드러날 수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간에 다양한 주제로 장승업의 작품을 고찰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왔다면 그 중 하나가 이런 접근이라는 것이 아주 기쁘기만 했을 것 같다.
이번에 꿰어진 그의 그림들은 아마도 영화와 잘 어울리는 작품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그 시각적 효과가 잘 드러날 수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간에 다양한 주제로 장승업의 작품을 고찰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왔다면 그 중 하나가 이런 접근이라는 것이 아주 기쁘기만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