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한메이린韩美林 세계순회전 - 서울 / 메이린의 예술세계 : 격정 ․ 융화 ․ 올림픽
기 간 : 2018.06.06.~2018.07.08.
장 소 :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법고창신法古創新’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렸던 중국 현대 대가 한메이린(韩美林, 1936-)의 전시를 축약하면 이 말이 될 것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와 각종 디자인을 총괄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봉황이 담긴 에어차이나 로고(1988)를 제작, 명실상부한 중국 공인 디자이너 대표다. 그가 디자이너 만이 아니라 서화가, 현대화가, 조각가, 도예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메이린은 불타오르는 창작 열정을 ‘다양한’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지대한 영역에 발현했다. 이번에 서예박물관에서는 전통미술을 토대로 현대와 시대정신을 녹여내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만들어 낸 글씨, 그림, 조각, 조형물 등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글로벌 순회 전시 프로그램인 이 전시는 항저우, 베이징, 인촨에 위치하는 한메이린예술관에서 임대한 작품으로 자오리赵力 중앙미술학원 교수의 기획으로 구성된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세계순회전 중 네 번째로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 것은 김정숙 여사가 한메이린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에 주목한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원래는 2020년 이후에나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었다고.
2층 전시장은 ‘천(天)’ ‘지(地)’ ‘인(人)’ ‘예(藝)’ 등 네 개의 테마로 구분되었다.
‘천(天)’에는 그가 창작한 천서(天書)라는, 고대의 문자와 민간문화에서 전해지는 기호를 이용하여 시각예술화한 서예 작품이 보여진다. 전통이라는 것이 일종의 가능성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바른 방향인지 고민하고 직접 제공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작품 중 상당 부분이 최근 2-3년에 제작한 것들이어서 이 분의 에너지는 나이를 잊은 것인지 감탄하게 된다.
‘지(地)’에는 그가 창작한 동물의 이미지가 가득 펼쳐진다. 귀엽거나 힘차거나, 생명력과 상상력이 가득한 동물의 이미지는, 고대의 암벽화와 먹과 붓을 사용하는 기법을 통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형태로 창조됐다.
실제 인체 특히 여성의 몸을 그린 그림과 다양한 인체 조각을 보여주는 ‘인(人)’ 파트에서는 형태에 대한 탐구, 손과 발, 몸의 선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가 연구해 온 바, 반복된 기초 위에 쌓아진 변형과 과장법 등의 변주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예(藝)’에서는 전통 공예, 특히 도자에 담은 조형적 실천 부분이다. 초대형 작품에서부터 주전자, 자사호에 이르기까지 유약과 불을 다양하게 써서 실험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3층 전시장에서는 그의 작품노트를 대규모로 전시하고 있어, 그와 같은 작품들이 나온 이면에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3층 전시장에서는 그의 작품노트를 대규모로 전시하고 있어, 그와 같은 작품들이 나온 이면에 어떤 생각과 고민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메이린은 산둥성 지난시의 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12살인 1948년 참군하여 통신원으로 복무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재능 덕분에 부조팀 예술가들을 따라다니는 일을 했다. 17-18살에 소학교 미술교사를 하고 미술교재를 출판하기도 했으며 19살에 중학교에서 3개월 공부하고 곧바로 중국 최고학부인 중앙미술학원(현 칭화대학미술학원)에 합격했다. 28세에 화이난 도자기 공장으로 하방되어 노동개조를 받고 이후 4년7개월 동안 정치적 이유로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36세인 1972년 다시 화이난 도자기공장에서 일하다 1978년 상하이미술영화제작소에서 요청한 애니메이션 <여우 사냥꾼>의 미술디자인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모든 누명을 벗고 하안후이화원 부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적극적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한메이린의 업적이나 대표작은 미처 다 서술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관의 대표작가라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업적을 빛바래게 할지도 모른다.
작가가 했다는 말 “나는 매일 진보한다”는, 어떤 감독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나, “나의 경쟁자는 어제의 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의 작가정신은 어릴 때부터 드러난 천재성에서보다 스포츠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훈련, 극기, 자아갱신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림픽 마스코트에 잘 어울렸는지도.) 경계를 바깥으로부터 무너뜨리는 현대미술의 방향과 달리 내부로부터 바꿔나가며 경계를 확장하는 그의 시도, 예술의 본질, 서예, 붓과 먹, 도자와 목공예의 본질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는 예술가로서의 자각이 그를 청년 예술가로 만든다.
한메이린의 업적이나 대표작은 미처 다 서술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관의 대표작가라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업적을 빛바래게 할지도 모른다.
작가가 했다는 말 “나는 매일 진보한다”는, 어떤 감독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나, “나의 경쟁자는 어제의 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의 작가정신은 어릴 때부터 드러난 천재성에서보다 스포츠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훈련, 극기, 자아갱신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림픽 마스코트에 잘 어울렸는지도.) 경계를 바깥으로부터 무너뜨리는 현대미술의 방향과 달리 내부로부터 바꿔나가며 경계를 확장하는 그의 시도, 예술의 본질, 서예, 붓과 먹, 도자와 목공예의 본질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해 나가는 예술가로서의 자각이 그를 청년 예술가로 만든다.
치바이스 전시 이후 예술의전당과 주한중국문화원의 두 번째 협업이다. 서화에서 영역을 넓혀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조금씩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서예를 대할 수 있도록 모색하는 이런 시도를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