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강요배 개인전 1부 - 象을 찾아서
장 소 : 학고재갤러리
기 간 : 2018. 5. 25-2018. 6. 17
<치솟음>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94cm
세로 260cm 가로 194cm의 큰 화폭 안에, 해안 바위에 거센 파도가 쳐 치솟아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흐리고 바람부는 날, 답답한 가슴을 안고 바다를 찾은 이는 거침없는 바닷물의 에너지, 파열음과 함께 흩어지는 미세한 물방울, 온몸에 부딪히는 바람을 느끼면서 몇 시간이고 서 있었을 것이다. <치솟음(2017)>에서 보여지는 공감각은 화면의 거친 질감과 잘 어울린다. 오랜 시간 그 장면의 그 장소를 지켜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합일된 느낌이다.
제주의 화가, 민중미술 화가로 잘 알려진 강요배(1952-)는 5년만의 서울 개인전, 1부와 2부로 나눠져 진행되는 개인전 중 1부에서는 제주의 풍경에 더욱 집중한 신작들을 소개했다. 상(象)을 찾는다는 것은 시각예술가 본연의 의무. 본질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상을 끌어낸다는 것[抽象]의 의미에 천착한 몇 년간의 결과물일 것이다.
<풍혈(風穴)>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cm
<물부서짐(碎水)>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cm
<상강(霜降)>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259cm
<동동(冬東)>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cm
<항산(恒山)>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333.5cm
비와 바람, 하늘과 바다, 눈 내린 한라산, 수십 년간 보아온 그를 둘러싼 자연이 준 이미지를 내면을 통과하여 특유의 질감으로 캔버스에 끌어냈다.
역사적 의미를 강하게 담은 묵직한 그간의 풍경 그림에서 무언가 여과되고 다시 무언가가 담겨진 새로운 대작에서는 조금은 변화되고 있는 사회와 인생의 한 코너를 돌아선 개인의 의지가 엿보인다. 치열하고 아픔이 직접 드러나지 않아도 오랜 동안 다른 사람들, 인생과 자연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우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파란 구름>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162.3cm
강하고 거대한 자연을 보여주는 한 켠에는 고양이나 새 등 독특한 감성을 담은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아크릴물감과 함께 먹을 사용하여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배경을 생략한 서정적인 분위기도 눈길을 끈다.
<오지 않는 길양이>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먹, 90.5×72.5cm
<설오(雪烏)>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먹, 116.5×91cm
1980년대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미술을 이해했던 작가들은 현재 다양한 행로를 보이고 있다. 30년의 세월 동안 예술의 본질, 화가의 책무에 대해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 해온 현재진행형의 화가로서 강요배는 인생과 자연에 대한 통찰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에 변함 없는 모습이다. 서로 엉키고 뒤섞이며 생동하는 자연, 그 속의 인간으로서 화면에 어떤 방식으로 그 심상을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우직함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또 제주를 그려낼지 기대가 앞선다.
6월 22일부터 시작되는 2부 <메멘토, 동백>에서는 화가가 이뤄 온 그간의 주요 작업들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의 현재가 과거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 더 발걸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