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리처드 해밀턴 : 연속적 강박
기 간 : 2017.11.03.(금) ~ 2018.01.21.(일)
장 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아시아에서 리처드 해밀턴의 이름을 건 전시는 처음이라는 건 의외다. 어느 현대미술사 책이든 영국 팝아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작품으로 꼽는 <도대체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 있게 만드는가?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1956)라는 콜라주의 작가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리처드 해밀턴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26x25cm, Collage, 1956, Kunsthalle Tubingen
대표작인 이 <도대체...>는 이번 전시에서는 볼 수 없다.
1950년 당시에는 잡지 기사, 광고, 사진 등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작품 속에 끌어들였다는 것, 작업 과정에서 인쇄술, 사진술을 적극 활용하였다는 점 등이 그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60여 년이 지나 팝아트의 이미지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소비주의의 사회에 대한 시선도 그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지금, 팝아트 선구자의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번 전시 <리처드 해밀턴 : 연속적 강박>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일한 주제의 반복, 자아에의 집착, 이미지와 재생산의 기술적 방식간의 관계.
전시 제목에서 큐레이터가 ‘강박’이라고 표현한 그의 주제반복과 복제의 미학은 굳이 벤야민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예술의 본질적 변화에 대한 작가의 고민의 표현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Palindrome, 1974, Lenticular acrylic, laminated on collotype in 5 colours, 60.9 x 45.7 cm, Hamilton Estate
Self-portrait 05.3.81 a, 1990, Oil on Cibachrome on canvas,75 x 75 cm, Hamilton Estate
$he, 1958, Collotype and screenprint,25 x 17 cm (sheet),Hamilton Estate
$he, 1958-61, Oil paint, cellulose nitrate paint, paper and plastic on wood, 122x81cm, Tate Purchased 1970
작가가 자신의 모습, 가전제품, 꽃, 팝스타, 정치범 등 몇 가지 동일한 형태의 이미지를 변주하는 탐구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아일랜드 공화국군 수감자들의 감방 내 시위 모습, 납치되는 순간의 이스라엘 핵 연구원 등 신문 지면에서 차용한 이미지는 수십 년간 작가의 작품 소재가 되었다. 토스터, 진공청소기, 냉장고 등 가정용 전자제품의 잡지광고 이미지 또한 작가를 매혹시킨 소재였다. 대표작 <도대체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에서도 그 단초들이 숨은그림처럼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Swingeing London 67 (f), 1968-69, Acrylic paint, screenprint, paper, aluminium and metalised acetate on canvas, 67 x 85 cm, Tate Purchased 1969
Toaster deluxe deconstructed, 2008, Hamilton Estate
Toaster, 1966-7 (reconstructed 1969),Chromed steel and Perspex on colour photograph, 81 x 81 cm, Hamilton Estate
해밀턴은 자신의 작품이 현대사회와 매순간 밀접한 관계를 가지도록 노력했다. 주제도 소재도, 심지어 복제와 그 기술에 대한 것들도 마찬가지.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의 현대미술 작가의 태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The citizen, 1981-83, Oil on canvas, 2 canvases, each 200 x 100 cm, Tate Purchased 1985
The citizen, 1985, Dye transfer, 48.8 x 48.8 cm (image) 64 x 63 cm (sheet), Hamilton Estate
미국식 팝아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진지함, 개념미술적 측면, 현대문학과의 유사성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작품에 대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