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박형진展
전시기간: 2017.6.21 - 7.5
전시장소: 서울 노화랑
글: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박형진은 그림은 재현회화지만 그 형상 어법이 좀 특이하다. 상큼하고 감각적이며 앙증맞게 간추려 도상화한 형태는 실제성에서 벗어나있고 그것들의 크기는 다분히 왜곡되고 역전된다.
입가에 웃음을 거느리게 하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키우며 더없이 맑고 예쁜 이미지들이 귀엽게 출현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소녀나 개의 형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잎사귀와 새싹, 사과 등이 중심부를 가득 채웠다. 그러면 그와 함께 등장하는 다른 것들은 지나치게 작게 위치해있다.
단짝, 2017,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모든 게 단순화게 간략하게 추려지고 몇 가지 원색만이 시원하고 대담하게 칠해져있어 평면성이 강화되어 있는 화면에는 부드럽고 약간 눅눅해 보이는 중간 톤의 윤곽선에 의해 형태들이 그려져 있다. 배경은 하늘과 흰 구름, 붉은 땅, 녹색의 풀밭이 거의 전부다.
그 사이로 사람(소녀)과 개만이 한 쌍을 이루면서 다양한 관계를 풍경처럼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 생명체 간의 교감을 여러 정황적인 풍경으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자신과 자신의 반려견, 그 둘이 관계를 맺으며 사는 다양한 양상들을 달콤한 꿈처럼 그려내고 천진한 상상력으로 서술한다.
꿈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의 무식적인 분출이거나 낮 시간 동안 겪어낸 수많은 경험들을 추려나가는 과정에서 빚어져 나온 것일 텐데 박형진이 보여주는 ‘꿈같은 장면’은 자신의 반려견 그리고 식물성의 생명체들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그것들을 진정으로 자신과 대등한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밀려나온 행복에 대한 희망/꿈일 것이다.
작가는 인간이 아닌, 인간의 몸과 언어를 지니지 못한 것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소소한 경험, 꿈, 기억을 인상적으로 가꾸어낸다. 나는 그런 마음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박형진의 그림은 인간과 인간의 타자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그 생명체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그림책처럼 기술해나가고 그려나간다.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보낸 하루의 동선이고 그 일상의 기록이자 그런 과정에서 터득한, 깨달은 자신과 그것들 간의 관계 맺기에 대한 절절한 인간은 어떻게 동물, 식물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너에게, 2017, Acrylic on Canvas, 181.8x227.5cm
박형진은 자신의 자연공간에서의 일상에서에서 반려동물과 보낸 시간, 경험, 자신의 몸이 보고 느낀 세계의 현상을 그리고 쓴다. 그것이 이 작가의 작업이다. 이 행위를 규정짓는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는 무의미하다. 오로지 몸이 살아있는 동안 세계를 접촉하고 그로부터 생각거리가 발생하고 자신의 지각이 작동한다. 그것을 온전히. 솔직히 드러내는 일이 그림 그리는 일이고 쓰는 일이다.
자연에 거주하면서 개와 고양이 몇 마리와 삶을 보내는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생명체들과의 일상에서 접한 그 모든 것들을 편하게 그려내고 귀엽고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 가슴에 남아 가라앉는 것들, 모두 다 사라지지만 그 찰나의 순간 자신의 지각에 다가와 박힌 보석 같은 것들을 다시 기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반려견을 키우고 사랑하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사회현상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귀여운 강아지가 가족의 일원이 되어 고독과 외로움, 상처를 치유해주면서 삶에 커다란 낙이 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현상을 시각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반려견은 분명 마음에 안정을 주는 좋은 친구이자 귀여운 애완의 대상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 우리 삶에서 그 반려견이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는 무척 크다고 본다. 작가는 그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동시에 또한 의인화하고 희화화된 개의 형상 안에 잠긴 인간의 부조리와 욕망 또한 은연중 발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