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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기 간: 2017년 4월 28일(금) ~ 2017년 7월 30일(일)
장 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의 회화, 드로잉, 사진 등 총 166점. 시대는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이집트의 현대미술의 역사와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집트 현대 ‘초현실주의’ 미술 전시를 서울 한복판의 옛 궁 안에서 감상한다는 것에 대해 다소 걱정스런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전형적으로 유럽적인 인상의 초현실주의가 남미예술이나 동아시아 문학에서 빛을 발하고 그 기법들이 현대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생각한다면, 지중해를 건너 이집트의 근대 사회에 초현실주의가 파고들었던 상황은 쉽게 이해가 된다. 

1920년대 초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집트는 완전히 독립적인 현대 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2차세계대전을 맞게 되고, 민족운동이 격화되는 국내의 갈등 상황, 팔레스타인 전쟁, 1950년대의 군사적 혁명, 1960년대의 중동 전쟁, 냉전시대에 미국과의 관계 등에서 한국 역사와 유사한 지점과 차이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국가다. 이집트의 현대미술 또한 그런 정치적 사회적 상황 하에서 전통과 근대화, 외국 문화의 급격한 유입 등을 통해 좌충우돌하며 발전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름대로 다양하게 발전했을 이집트 현대미술 중에서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에 대한 설명을 담은 이 전시는, 지난해 카이로의 팰리스 오브 아트(Palace of Art)에서 진행되었던 《When Art Becomes Liberty: The Egyptian Surrealists (1938-1965)》(2016. 9. 28.~10. 28.)와 같은 이름의 확장판 전시이다. 덕수궁관의 전체 5부 전시 중 1부 국제적 시각과 3부 사진전이 추가된 부분이다. 

초현실주의가 이집트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계기에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등과 교유했던 조르주 헤네인(Georges Henein)이라는 시인이 중심에 있다. 당시 유럽 사회에는 브르통 등의 초현실주의 운동가들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고자 ‘독립혁명미술국제연합’을 설립하고 정기간행물을 통해 유럽 전역과 남아메리카까지 그들의 사상을 전파했다.


람시스 유난 <자연은 여백을 사랑한다> 1944, 캔버스에 유채, 49x49cm, 카이로이집트근대미술관


헤네인은 유학 후 이집트로 돌아와 이집트 내 예술가들과 함께 초현실주의 모임을 조직하려고 했다. 당시 예술가들의 대부분은 지배계급과 친밀하거나 상류층이어서 국가로부터의 이념을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집트 초현실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1938년 카이로에서 조직된 예술가-비평가 모임인 ‘예술과 자유 그룹(Art and Liberty Group)’이다. 중심에는 조르주 헤네인이 있었고, 람세스 유난, 푸아드 카밀 등의 화가가 포함되었다. 그들은 1938년부터 1945년까지 활동하며 표현의 자유, 인간의 자유를 짓누르는 권위에 저항하는 예술 활동을 이끌어나갔다. ‘자유미술전(Free Art Exhibition)'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다섯 차례에 걸쳐 개최하고 출판물, 기고 등을 통해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했다. 약 7년 간의 이들의 활동이 이후 이집트 근현대 미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예술과 자유Art and Liberty, 1941. 앞줄 왼쪽부터 Jean Moscatelli, Kamel el Telmissany, Angelo de Riz, Ramses Younan, Fouad Kamel. 뒷줄 왼쪽부터 Albert Cossery, (unidentified), Georges Henein, Maurice Fahmy, Raoul Curiel. (c 퐁피두센터)


유럽의 초현실주의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에서도 사진이 초현실주의 예술적 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듯하다. 제2전시실은 예술과 자유 그룹의 단체사진과 조르주 헤네인의 사진으로 시작하여 그들과 관련된 사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예술과 자유 그룹’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까지는 ‘현대미술그룹(Contemporary Art Group)'이라는 모임이 이집트 현대미술을 이끌었다. 이들의 중심에는 미술교사였던 후세인 유시프 아민, 케말 유시프 등 이집트 현대미술계의 선구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케말 유시프 <귀족> 1940년대, 나무판에 유채, 47x38cm, 샤르자 미술재단


후세인 유시프 아민은 여러 선언문을 통해 예술이 이집트를 현대 국가로 발전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개인의 자유와 ‘예술과 자유 그룹’의 국제적 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대 사회의 빈곤과 억압을 묘사하는 작품, 이집트의 신화와 전설, 대중문화의 전통, 그리고 초현실주의적 꿈의 풍경이 작품에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 

이집트가 독립, 근대화, 민족주의, 민주주의, 세계화, 경제발전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발전시켜 온 그들의 동시대 미술은 단 한마디의 말과 한 사조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임에 분명하다. 한국의 현대미술이 역사를 모르는 이들에게 몇 페이지의 설명으로 이해될 수 없음과 마찬가지로.


라팁 싯디크 <어머니들-평화의 행진> 1940년대 초, 캔버스에 유채, 132x194cm, 카이로이집트근대미술관


그러나 다소 생뚱맞아 보였던 현대 거대도시 서울 속 전통적인 오월의 고궁에서 ‘이집트’의 ‘초현실주의’ 미술은 꿈 같지 않고, 그대로 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일회적으로 던져지는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꾸준하게 동시대를 문제제기하면서 우리의 근대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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