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
기 간 : 2016.12.20.~2017.4.9.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서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 이후 외국 유명 박물관의 한국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재들을 좀더 좋은 환경에서 전시되도록 돕고, 현지인들에게 한국 미술을 소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한국실 지원이 진행되고 있는 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11개로, 그 중 하나가 브루클린박물관이다. 이번 이집트 보물전은 그 협력 관계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박물관 직원들이 한국실 지원 협의를 위해 브루클린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점이 다양한 이집트 관련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이 소장품들이 다른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이집트 특별전시에 자주 초대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브루클린박물관 측에 이집트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한국에서 열 것을 제안하고, 2년 여의 협의를 거쳐 개최하게 됐다.
영국박물관 한국실의 모습
브루클린박물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To Live Forever'라는 제목의 이집트 특별전을 미국내 10여 개 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이 전시는 이집트의 장례 풍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한 것이었다. 이후 2014년부터 지금까지는 ’Soulful Creatures'라는 제목으로 동물 숭배와 미라에 대한 연구 성과를 전시로 구성하여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와 지난 연말부터 선보이고 있는 이번 ‘이집트 보물전’은 이 두 특별전을 하나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 미라, 관, 조각품, 장신구 등 229건의 유물을 볼 수 있다.
이집트는 지난 수 세기 동안 고고학자의 선망의 장소이자 소설과 영화의 상상력을 제공한 보물창고이다. 시기적으로도 규모로도 이목을 끌었고,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많은 유물들로 인해 신비로움의 대명사가 되었다. 웅장한 피라미드와 화려하고 신비로운 부장품들은 고대 이집트의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담고 있어 그것 자체로도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이집트 유물은 그간 몇 차례 한국을 찾기는 했지만, 이번 전시는 브루클린 소장품만으로 이뤄졌다고는 해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도굴이 끊임없이 이뤄졌다고 하니 브루클린미술관에 자리잡은 이들 이집트 보물이 그나마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집트 유물은 그간 몇 차례 한국을 찾기는 했지만, 이번 전시는 브루클린 소장품만으로 이뤄졌다고는 해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도굴이 끊임없이 이뤄졌다고 하니 브루클린미술관에 자리잡은 이들 이집트 보물이 그나마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내관(가우세셰누) 테베(룩소르) 기원전 700-650년 165.7x41.9x29.2cm
전시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총6부로 구성하여 이집트인의 사후세계의 삶을 소개한다. 제1부에서는 ‘사후세계의 믿음’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이집트인들이 영원한 삶과 사후세계를 믿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여기에는 사후세계의 왕인 오시리스가 동생인 세트에게 죽임을 당하고 부인 이시스의 도움으로 되살아나 사후세계의 왕이 된다는 신화와 관련된 신들의 조각상 등이 전시된다.
장례용 배가 그려진 파피루스. 기원전 664-30년
사후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장례용 배를 묘사하고 있다. 오시리스가 중앙에 서 있고, 그 앞으로는 숫양의 모습을 한 아문과 따오기 머리를 한 토트가 서 있다. 그리고 뒤로는 두 구의 미라와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가 서 있다. 배의 앞뒤에는 죽은 이의 영혼을 의미하는 '바'가 새의 모습으로 마주보고 있다.
제2부에서는 ‘영원한 삶과 미라’라는 주제로 미라가 만들어지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또한 실제 화려하게 장식된 관과 미라가 전시된다. 제3부에서는 ‘영원한 삶을 위한 껴묻거리’라는 주제로 이승의 풍요로운 삶이 저승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다양한 것들을 전시한다. 특히 사후세계에서 하인처럼 부리기 위해 무덤에 넣었던 ‘샵티’라고 불리는 작은 인형들은 이집트인들의 이러한 바람을 잘 보여준다.
고양이와 쥐 - 테베, 이집트 기원전 약 1295년~1075년
제4부는 ‘부와 명예의 과시, 장례의식’이라는 주제이다. 여기에서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의 차이가 장례물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제5부는 ‘신성한 동물들’이라는 주제로 이집트의 독특한 신앙인 동물숭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집트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결합하거나, 동물 그 자체로 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어지는 제6부는 ‘영혼이 깃든 동물 미라’라는 주제로 고양이, 따오기 등의 미라와 관을 소개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동물이 사람과 함께 창조되었다고 믿었고, 신처럼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동물 미라를 만들고, 동물을 숭배하였던 것이다. 미라와 장식된 관으로 영원을 얻게 된 뱀, 악어, 땃쥐, 따오기, 고양이, 고슴도치 등 그 수와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미라가 들어있는 고양이 관, 사카라, 이집트 기원전 664~332
이집트몽구스로 추정되는 동물이 그려진 항아리. 기원전 3300~3100년경.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즐기기 위해 전시실 벽이나 설명글에 안내된 이집트 신과 존재의 형상과 이름, 이야기, 용어들을 꼼꼼히 찾아 읽는 것이 좋다. 보물찾기 하듯 아이콘과 캐릭터를 찾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새 '바(ba)', 죽은 이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사후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해 외워야 하는 주문 등을 담고 있는 '사자의 서', 부활의 의미를 가지는 고슴도치, 개구리, 숫양머리를 한 신 아문, 자칼의 형상을 한 신 아누비스, 암사자 여신 샤크메트, 개코원숭이나 따오기 형태는 오시리스로 표현되거나 지식의 신 토트에게 바쳐지는 봉헌물이기도 하다는 것, 뱀을 죽이는 능력 때문에 존경의 대상이 된 이집트몽구스를 땃쥐가 대신하기도 한다는 것 등등.
아누비스 - 사카라, 이집트 기원전 664년 ~ 30년
이집트인들은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는 심장의 무게를 재는 심판을 통과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삶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느꼈을까. 그런 믿음이 진실하다면 좀더 선하고 의롭게 살 수 있을까.
삶이 힘들수록, 허무할수록, 죽은 이후의 세계에 대해 더 매달리게 되는 듯하다. 이집트 사람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광은 수천 년 이후 오늘날까지 남아 그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조금은 다른 형태의 불멸을 성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