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관일: 2016.12.16.(금)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중,근세관 조선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역사관을 만들어 고려와 조선시대를 하나로 엮어 주제별로 구성했다. 그러나 우리 역사의 시대사별 소개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기존 역사관을 중근세관으로 바꾸어 2009년에 고려실과 2010년 조선실을 신설했다. 당시 조선실은 세기별로 나누어 5개의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박물관측은 이번 개편에서 "1392년 조선의 건국부터 대한제국까지를 세기별로 구분"하고, "사회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과 이후의 변화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조선 초기 고려 사회의 폐단을 개혁하기 위한 유교이념의 전파, 17세기 전란 이후 백성들의 조세 부담을 덜기 위한 대동법의 시행, 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자주 독립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제국의 선포와 근대화 노력 등 주요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전시실에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환해진 조명과 트인 공간 구성으로 분위기가 밝아진 것과, 세기별로 구역을 구분하고 코너에 태그를 달아 시기별 특징이 잘 드러나게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이뤄졌다고 하는 전시 진열장 교체는 내부 조명을 LED로 선택하여 묵직하지 않은 쾌적한 느낌을 자아냈다.
전시물의 배치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태조어진 모사본으로 시작하여 대한제국으로 끝나는 시대 순서대로의 구성은 같으나 조선 건국 이후 대한제국까지의 역사의 주요 사건이나 인물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느껴진다.
14, 15세기를 지나면 조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보여주는 공간이 따로 있고, 전란 후 광해군 쇼케이스에서는 다양한 사회 정비 노력을 보여준다. 17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상품 화폐 경제 발달 양상을 제시하는 공간에서는 남한강 수운을 따라 한양과 충청도까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영상을 설치했다. 한강 유역의 상업 발달, 조선의 지방 통치 체제, 남한강 주변 명승지 유람 문화, 세금 및 소작미의 한양으로의 운송, 경기도 백자의 한양으로의 운송 등 역사적 상황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이 남긴 대부분의 유물인 지류 작품은 보존상 오래 전시가 어려워 잦은 교체가 필요하므로 교체가 쉽도록 판넬화 하거나 책의 페이지를 넘겨 전시할 수 있게 세팅하여 디스플레이의 편의도 고려했다.
영화로 주목을 끌었거나 대중에게 인기 있는 주제,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등을 강조하고 다소 중요하지 않아 산만해질 만한 것은 과감히 버렸다. 그로 인한 선택으로 대동여지도, 영조와 사도세자 코너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진지한 역사책 보다는 "우리 역사의 주요 30장면" 등의 제목이 훨씬 더 많이 어필하는 요즘 트렌드에 따른 전시 구성인데, 다소 가벼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임진왜란 진행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즐겁게 관람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는 그런 불평을 하기 어렵다.
2층, 3층에 회화실과 도자실이 있으니 조선실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작품들은 거의 없다. 조선의 문화예술을 어떻게 그 안에서 보여줄 지에 대한 고민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세련된 그래픽으로 꾸며진 설명 옆에 그 설명을 위해 존재하는 오래된 실물 전시품은 조연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박물관의 역사실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역사책의 시각적 현실화, 교육적 효과일 수도 있지만, 더욱 진지하게 역사와 만나고 싶어하는 어른들을 위한 공간도 조금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