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전
전시기간 : 2016.11.22 -2017.3.12
전시장소 :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시실
3대는 좀 그렇다. 하지만 타이완의 타이페이 고궁박물원이 세계 5대박물관 중 하나라는데 이의는 없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많이 있다. 이런 점도 있다. 중국 이외의 것은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이다.
무씨사당 화상석 탁본(1963년 구입). 진시황이 사수(泗水)에서 솥을 건져 올리는 장면이 있다.
세계 유명박물관 중 자기나라 것만 늘어놓은 곳은 거의 없다. 상당수가 남의 것이다. 이는 약탈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다. 구분하면 중국에는 무엇보다 중화주의(中華主義)가 있다. 중국 이외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탁본에 보이는 솥과 같은 상(商)대 청동정(靑銅鼎) 높이 20.0cm
여타의 곳은 근대적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박물’의 이름 아래 시작된 나 이외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의 결과로 외부 세계를 컬렉션한 것이다.
후한 화장용기 세트. 2003년 구입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떤가. 다분히 일국(一國) 중심적이다. 타이페이에 가깝게 보인다. 물론 중화주의 같은 것은 없다. 후발 근대국가의 한계라는 쪽이 더 정확하다. 거기에 일제 식민시대를 거친 흔적이 있다. ‘박물’보다는 ‘보존’ 위주이다. 건국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채색문관무인 도용(陶俑), 남북조시대 최대높이 23.5cm 1918-1920년 구입
이 전시는 작은 테마전이다. 중국 한 대에서 당까지의 공예품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이런 소규모 전시에 소 잡는 칼을 들이대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 수부터 패착(敗着)이다. 스무남은 유물을 늘어놓고 ‘옛 중국인의 생활’ 운운 하는 것은 정저지와(井底之蛙)도 유분수다.
말 탄 여인 도용. 당 투르판 출토 1916년 구하라 후사노스케(久原房之助) 기증
근래 동아일보 중국의 창에 실린 박영대 前한국문화원장의 글에 따르면 등록된 중국의 동산문화재(1,2,3급)는 4,139만점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은 애초부터 지대물다(地大物多)의 나라이다. 거기에 역사가 명실상부 5천년이다. 문화재가 아득한 수자만큼 존재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 원장 말대로라면 1년에 만점씩을 본다고 해도 4천년 이상이 걸린다.
매를 든 남장여인 도용, 당 높이 37.7cm 2013년 구입
가짓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무 점정도 놓고 거창하게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이라고 한 것은 남세스럽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불성실한 대목도 있다. 관람객은 방학동안의 초등학교, 중학생들만은 아니다. 중국 미술품을 볼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관람객 모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은제 금도금 사자보상화문 육화형(六花形) 접시, 당 지름 16.6cm 2005년 구입
그냥 있는 그대로 소개하면 족하다. 이 전시는 2000년대 들어 새로 구입한 것과 과거 총독부 박물관 시절 구한 것들로 이뤄져있다. 지금 이런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쪽이 정직해 보인다. 박물관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작은데서 시작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