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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자연의 미 - 이원희와 장리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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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이원희와 장리규
전시기간 : 2016.3,9-3.29
전시장소 : 서울 노화랑
글: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이원희와 장리규는 오랜 전통을 지닌 풍경화를 그린다. 여전히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이들 그림 속의 자연은 더없이 아름답다. 전형적인 풍경화에 해당하며 그림을 통해 한국 자연의 한 실체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교한 재현술에 기반한 이 둘의 그림은 우리 산천의 어느 한 장소가 사실적으로 호출되어 있다. 이 땅에 사는 이들의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된 이곳 자연의 풍경을 호명해내고 있다. 한국 자연의 풍토성과 특질이 묻어나는 그림이다. 


사실 풍경화란 특정 자연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의 심미관에 의해 영향 받는다. 자연 환경이 그곳에 사는 이들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힘으로 작동하며 이는 유전적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이원희나 장리규는 그 기억, 유전 형질을 길어 올리는 이들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심미관, 자연관이 이 둘의 그림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불러내는 둘의 음성은 매우 유사하다. 우선 이들의 그림 속에는 적막한 자연만이 존재한다. 인간과 문명의 흔적은 지워졌고 오직 아득한 시간의 무게 속에 영원처럼 자리하고 있는 산과 나무가 있을 뿐이다. 그 풍경은 계절의 추이 속에 멈춰서있다. 


장리규의 그림은 대부분 성하의 계절 속, 산과 소나무가 펼쳐져있는 그림이다. 녹색 계열로 물든 이 단색조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초록의 미묘한 뉘앙스를 감각적으로 부려놓는다. 근경에 자리한 소나무와 저 멀리 원경으로 깊이 물러난 산이 있다. 단색조 톤 아래 원근의 차이를 강조하는 이 그림은 근사한 녹색의 색채가 무척 매력적이다. 동시에 단일하고 평면적인 색채가 덮고 있는 표면은 재현적인 회화에 균열을 내면서 캔버스의 물리적 속성을 은연중 환기시켜준다. 


붓질의 흔적이나 회화적 제스처는 지워지고 화면은 깔끔하게 도포되고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는 데 그것 역시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따라서 캔버스 표면의 평면성이 강하게 부감되면서도 그 안에서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이중성이 교차하는 그림이다. 자기만의 엄격한 법칙 아래 조율되고 있는 이 그림은 한국 자연의 풍경이 어떤 것인지를 방증하고 재각인 시킨다.


이원희는 겨울 산을 보여준다. 차갑고 서늘한 냉기가 가득한 설산의 한 자락이 불현듯 응고되어 있는 그림이다. 추운 겨울 산의 한 복판으로 육박하는 시선은 저 풍경이 전해주는 여러 감각을 몸소 체험케 한다. 여기서 겨울산은 소재로 머물지 않고 겨울이 주는 계절감과 그로 인해 전해지는 감각적인 전이를 전달하는 매개로 놓인다. 그것은 겨울풍경을 그린 산수화에서 받는 감정과 유사하다. 


한편 흰색조의 무한한 뉘앙스가 펼쳐져있는 화면은 장리규의 녹색화면과 대조적이면서도 유사하다. 단색 톤으로 섬세하게 조율된 흰색의 색채는 비색상의 색상화로 수놓아져있다. 저 흰색은 색의 부재이면서도 무한한 색을 끌어안고 있고 또한 고정될 수 없는 가변적인 색채를 풍요롭게 거느리고 있다. 동시에 흰색/눈은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색채를 밀어 넣는 여백을 제공해준다. 그것이 재현적인 회화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는 공간이 된다. 


붓질의 이동과 떨림, 문지르고 펴나가는 속도와 강도, 그 이완의 진폭이 운율적이고 그만큼 회화만이 주는 매력으로 넘쳐난다. 동시에 원근이 부재하고 따라서 깊이가 사라진 화면에 납작한 붓질이 캔버스의 물리적 표면구조를 환기시켜 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형적인 재현회화이면서도 그 안에 회화의 자율적인 구성체계를 밀어 넣고 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그림은 한국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겨울풍경이 안겨주는 매혹적인 느낌을 다시없이 복기하는 그림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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