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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한국화의 주류를 되돌아보다 - <서세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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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기증작품 특별전 〈서세옥〉
장 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 간 : 2015.10.27 – 2016.03.06

<서세옥>전은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玉, 1929~)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총 100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증작품 특별전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주된 작품은 대표작 <사람> 시리즈로, 1부 전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선의 변주와 점의 변주 등 묵림회와 더불어 추구했던 형이상학적인 주제의 수묵추상과 초기 ‘사람들’ 시리즈, 2부에는 초기 작품 네 점 외에는 완성된 사람 군상 형태를 보여주는 1990년대 이후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었다. 

현대의 한국화단에서 서세옥을 자리매김한다면 대중적인 인기나 비평을 떠나서 어쨌거나 한국화를 이어온 주류의 중심 중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부와 2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서세옥>전은 기증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 현대미술에서 그와 그의 그림이 한 역할을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먹으로 힘차게 또는 단순하게 반 추상의 도상들을 꾸준히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지금의 젊은 일반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고 흥미롭게 접근 가능한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한국화의 거장인 그의 기증작품들은 지필묵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재료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1회로 졸업하고, 졸업하기도 전에 서울대에서 40년간 후학을 양성. 한국 화단을 이끈 주역 중 한 사람.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필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만으로 표현과 주제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했다는 지점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증작을 중심으로 진행된 전시기에 어쩔 수 없이 마치 차안대遮眼帶를 한 말처럼 시대별 작가의 작품 변화의 단편만을 보게 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970년대에 있었던 서세옥 논쟁처럼 현대의 한국화에도 여러 부글거림이 있었고 지금은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가는지. 1950년대의 전통 회화에 추상이 들어오는 것은 시대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는데 어떤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을지 어떻게 내화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더 이어져야 할 것만 같다. 


서세옥 <두 사람> 2004, 닥종이에 수묵, 39.8x45cm


한편, 이번 기증작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과 작품 기증 문제도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2015년 12월31일 기준으로 7,836점에 이르고 있다. 한국화소장품은 총 922점으로 이중에서 기증으로 수집된 354점의 약 30%인 100점이 서세옥 작가가 2014년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들이다. 어마어마한 대작가라고 해도, 한 작가의 “기증” 작품이 현대미술관의 해당 장르 소장품의 10%가 넘는다면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피카소라도 그랬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게 된 것은 전체 한국화 기증품의 30%를 기증한 서세옥 작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소장품의 절대적 빈곤, 그중에서도 작품의 기증이 빈약한 때문이다. (예산도 적기는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해 미술품 구입 예산은 2013년의 경우 31억원인데, 이 금액은 그해 경매시장에 나온 이중섭의 황소 한 점도 사지 못하는 돈이다.)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2015년 12월31일 현재 7,836점이다. 이런 식으로 비교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다들 하는 비교를 해보자면, 미국 뉴욕의 MoMA에는 15만 여 점의 소장품이 있고, 프랑스 퐁피두 센터 국립현대미술관에는 7만 여 점, 영국 테이트모던도 7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2013년 기준). 작품의 가치를 모두 떠나서 양으로만 해도 보잘 것 없는 수치이다. 예산을 떠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듯 작품 기증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외국은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기관에 대한 미술품 기증을 위한 각종 혜택으로 기증이 활성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다.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소장품의 80% 이상이 기증품이다.

전후 현대미술의 결과물의 기증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앞으로 많은 기증들이 이어질 테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등 제한된 수장고 내에서 좋은 작품들을 기증받기 위해서는 기증을 유도하는 제도와 더불어 미술관의 소장 정책도 분명해져야 할 것 같다.


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닥종이에 수묵, 2009, 147.3x213.5cm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멈추고, 보다》, 덕수궁관에서 《독화, 그림을 읽다》 그리고 서울관에서《서세옥》전을 개최함으로써 3관 모두 한국화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소장품을 그저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한국화를 이어간 화가와 작품들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진행되었으면 한다. 미술계의 실세나 주류의 입김에서 독립된, 역사적인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특별전이나 회고전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전통 수묵화의 철학, 기법, 방법론 등도 그 자리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현대로 발전시키고 대중들과 공유해야 되지 않을까. 그간의 한국화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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