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 William Kentridge-Peripheral Thinking》
장 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 간 : 2015. 12. 1~2016. 3. 27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 속에서 인권의 문제를 다룬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1955-)의 대규모 개인전이랄 수 있는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 William Kentridge-Peripheral Thinking》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렉처 퍼포먼스 제목에서 따온 '주변적 고찰'이라는 전시 부제는 ‘한 주제에서 자유롭게 연상되거나 확장되어나가는 사고의 흐름’을 뜻한다고 한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의 미술사 경향에 포함시켜 논의되지는 않더라도 서방 세계에서 크게 주목받아 온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인종차별정책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제재를 당하여 자국 예술가들조차 국제 전시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이러한 배경은 그가 동시대 예술과 조금 색다른 예술을 꾀할 수 있었던 역할을 했던 듯하다.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그는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키네틱 조각 등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카셀 도큐멘타 등에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러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총괄적으로 모아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예술센터와 이 전시를 공동주최, 국내 현대미술 관객에게 그의 대표작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그는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키네틱 조각 등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카셀 도큐멘타 등에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러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총괄적으로 모아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예술센터와 이 전시를 공동주최, 국내 현대미술 관객에게 그의 대표작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다 I am not me, the horse is not mine〉
니콜라이 고골의 <코The Nose>(1837)라는 단편에 기초한 작품이다. 단편 <코>에서는 러시아 관리인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의 코가 달아나 자신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인종간의 차별과 봉기로 어지러운 요하네스버그의 인권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켄트리지는 철학, 음악, 영화, 물리학, 미술, 무대미술 등 다방면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각 장르가 융합된 다층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그가 다양한 방식의 예술세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소격동 서울관 전시실 2, 3, 4관 가득 설치와 미디어 드로잉 등이 들어 차 꽤 많은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더 달콤하게 춤을 More Sweetly Play the Dance>의 컷아웃.
서울관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주변과 4전시실 앞 복도에 2015년 작품인 <더 달콤하게 춤을>을 위해 제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행렬하며 욕조, 링거, 십자가, 꽃다발 등 연관이 보이지 않는 컷아웃 사물들을 들고 행진한다. 크기 1미터 남짓.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예술가로서의 그는, 자국의 현실, 즉 아파르트헤이트 등의 인종문제, 폭력 등이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25년 여의 작업 기간에 걸쳐 그 문제의식은 유지되고 있다. 그는 현대 미술의 주된 장르를 활용하였지만 어느 면에서는 표현적이고, 다다의 방식처럼 부조리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드로잉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켄트리지의 작품에는 막스 베크만과 오토 딕스 같은 작가의 영향도 엿보인다.
목탄 드로잉, 컷아웃 애니메이션, 키네틱 조각 등, 다분히 20세기 초반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현대의 미디어 작품들에 익숙해 진 눈에 친숙하지만 식상하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한다.
양판희에 대한 노트 Notes Towards A Model Opera
중국의 문화혁명에 관한 3채널 스크린 프로젝션.
베케트의 부조리극처럼 현실을 뒤틀어 외치고 있는 켄트리지의 작품들이 현대 동아시아의 격정적인 도시 서울에서는 어떤 맥락으로 읽힐까. 지금 현재 이 공간에서 그의 작품들은 지구 건너편의 먼 세상의, 몇 십년 전의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집단간의 갈등, 이기주의, 문화적인 혼성, 전통에 대한 위상 등 다양한 화두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시는 스튜디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장이다. 바깥에 있는 세상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와 개인적인 것과 교감하면서 편집돼 다시 세상에 보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눈으로 바깥 세상을 보고 스튜디오에 그것을 재현하고, 다시 그것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세상과 교감했다. 중간 중간 유쾌함을 찾아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모습에 대한 통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면 나름대로의 성공적인 관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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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켄트리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아파르트헤이트하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소재로 한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국내에는 2000년 광주비엔날레, 2008년 서울 미디어시티,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비트바테스트란드 대학에서 정치학과 아프리카학, 요하네스버그 아트 파운데이션에서 미술을 공부하였으며, 1980년대 초반 프랑스 자끄 르 로크 국제 연극학교에서 연극과 마임을 전공하였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요하네스버그의 극단에 근무하였고, 1980년대에는 TV영상시리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