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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을 들인 정물화 - <권오선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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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권오선展
전시기간 : 2015.9.3.-9.30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구운돌
글 :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담기  oil on canvas 116.0x91.0cm 2015

꽃과 과일은 나무의 축복이다. 한 그루의 나무에 달린 무수한 열매는 빛나는 이미지다. 꽃과 과일은 식물의 정점이다. 흙으로부터 비롯된, 수분과 태양으로 연유한 그 결실은 인간에게 달콤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대상이다. 인류의 기원이 되는 네안데르탈인은 무덤 주변에 꽃을 뿌렸다고 한다. 죽음을 의식하고 시신을 처리한 그들에게 꽃은 죽은 이에게 바치는 특별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 꽃과 과일을 그린 미술의 역사는 깊다. 한편 네덜란드에서 비롯된 정물화의 본래 의미는 ‘식탁위에 놓인 먹을거리’를 그린 데서 출발한다. 그것은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문맥에서 벗어난 유물론적 시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후 정물은 꽃과 과일을 통해 혹은 일상의 기물을 통해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비밀스러운 존재의 자리를 또는 조형적 실험의 차원이란 측면에서 전개되어왔다. 


담기 oil on canvas 80.0x60.5cm 2015


권오선은 사과나 피망, 고추 그리고 장미 등의 꽃을 정교한 묘사를 통해 재현하고 있다.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과일과 꽃은 단독으로 혹은 투명한 그릇, 문양이 있는 접시위에 놓여 있다. 배경은 흰색으로 깔끔하고 균질하게 도포되어 있어서 화면의 평면성을 강화시켜 준다. 그 위에 화려한 색채를 지닌 과일, 꽃이 생생하게 부감되어 다가온다. 사실주의 기법에 의해 과일과 꽃은 자신의 존재성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상이지만, 그림에 의해 우리는 다시 그 존재를 생각한다. 이미지는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것이다. 재현의 목적은 이미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이미 보았던 것을 다시 보여준다. 이 사후적인 보여짐은 사라지고 소멸하는 존재를 고정시켜 영원한 것으로 만든다. 그런가하면 재현은 본래의 것과는 다른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본래의 것과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는 그림은 그 작가만이 본 것을, 느끼고 감각한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니 이 그림은 권오선이란 작가가 자신의 감각으로 접한 과일과 꽃을 그려 보인 것이다. 그림 밖의 과일과 꽃은 그림 안의 것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유사하지만 조금씩 미끄러지면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 차이를 즐기는 것이 그림의 감상이다. 


담기 oil on canvas 100.0x65.0cm 2015


권오선은 일관되게 사실주의 기법을 통해 일상의 사물을 그려온 작가다. 주변의 대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시 보면서 이를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것은 자신의 눈과 마음, 감각을 구현하고 확인하는 일이자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삶과 분리되거나 생활과 구별되는 것도 아니며 그림 그리며 생존하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능력, 희망을 보듬고 키워가는 차원에서 그림들은 몸을 내민다. 




소소한 사과 한 알을 그리는 일, 접시에 가득 담긴 꽃을 그리는 일은 어쩌면 그 존재를 빌어 매혹적인 존재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는 일이다. 또한 이를 손으로 정치하게 기술해내는 것은 공을 들여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나가는 일종의 종교적인 행위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이 사실적인 묘사로 이루어진 그림들은, 나에게는 무엇인가를 축적하고 쌓아가면서 지극 정성을 바치는 모종의 의식을 연상시켜준다. 고여 있거나 쌓여있는 과일들, 접시에 하나씩 올려놓은 사과, 투명한 유리병에 가득 담겨있는 온갖 식물들을 그린 그림은 그런 차원에서 그려진 것일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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