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기증작가 특별전-정탁영
전시기간 : 2015.03.25 ~ 2015.06.28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제 1, 2전시실
해방 후 한국화단에서 전통 수묵화의 미의식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새로운 매체나 표현기법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융합되고 갈등하였는가 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해외의 전위적인 조형실험, 추상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사회적인 혼란 상황에서 미술가의 표현은 그 마저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발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복잡한 압력들이 오갔을 것이다.
<자화상(sk58)>, 1962, 종이에 연필, 34×24.7㎝,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故 백계 정탁영(白溪 鄭晫永, 1937~2012) 작가의 기증작품을 바탕으로 기획된 기증작가 특별전이 1층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1960년대부터 50여 년간 꾸준하게 수묵추상의 세계를 모색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묵추상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시기별 대표적인 수묵추상 작품과 함께 정탁영 예술세계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인 드로잉과 스케치, 전각, 한시, 작곡,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포함함으로써 다재다능했던 예술가로서의 정탁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였다.
전시는 50년대 그의 인물 스케치와 수묵화 소묘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초기의 스케치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인물 드로잉으로 변화하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2000년대 칼그림의 시리즈로 발전한다. 역동적인 포즈의 중첩되는 여성누드 이미지는 1964년 TBC 방송국에서 근무하며 무용수들을 스케치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용가 이해니의 도움으로 정탁영의 드로잉 작품을 바탕으로 직접 만든 춤을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드로잉 2005. 3-A, B>, 2005, 마분지에 칼, 781×1,090㎝ ×(2), 서울대학교미술관 소장품
다시 전시는 한지에 담채로 인물을 그리는 회화작품, 한지를 뜯는 행위로 단순화된 추상 작품, 일종의 판화 형식을 보여주는 먹을 이용한 추상 작품 들을 보여주며, 사물을 묘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의 회화적 시도와 실험을 설명한다.
<먼동>, 1961, 한지에 수묵담채, 153.5×90㎝, 10회 국전 특선작, MMCA 소장품
<작품71-1>, 1971, 마대, 한지, 90×90㎝, 상파울로비엔날레 출품작, MoA 소장품
<잊혀진 것들-17>, 1988, 한지에 수묵담채, 185×240㎝, MMCA소장품
<영겁 2009-DR 5-B>, 2009, 삼베, 생모시, 자연염료, 실, 115×160cm, MMCA소장품
그밖에 그의 공예 작품과 흙그림, 낙관류와 관련 자료, 그가 직접 바느질한 색모시작품 등 다양한 시도를 요약해서 보여 주고 있다.
<촛대 4>, 2000년대, 철선, 철판, 먹, 16×15×6㎝, 개인소장
많은 평론가들이 그의 작품에서 ‘맑음’, ‘투명함’ 등의 키워드를 찾아낸다. 화가 개인에 대해 들여다보자면 그는 “나는 파이프를 닮아야겠다”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격변하는 사회와 한국화단 속에서 막힘없이 다양하고 자유롭게 작업하고 흘러나오게 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꾸준히 추구해 온 예술세계는 작가 개인의 사상과 감정 뿐만 아니라 동시대 예술가들이 느꼈던 고민도 함께 배어나올 수밖에 없다.
<영겁속에서 2000-13>, 2000, 한지에 수묵, 124×184㎝, MMCA 소장품
현대 수묵화가 정탁영의 작은 회고전 격인 이번 기증작가 특별전을 통해, 그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가늠하고 현대로 이어지는 수묵화의 미적 전통은 무엇인지 고민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