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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차세대 작가들의 만남 <미묘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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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 했던가.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사건을 겪고 난 후에 국가 뿐 아니라 각 개인도 다른 역사를 만들어낸다. 한중일 삼국의 차세대 작가들이 각자 가까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표현한 <미묘한 삼각관계>전에서 각각의 역사는 공통점보다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인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과 중국과 일본. 적어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나머지 두 나라와의 정치적 문화적 관계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세 나라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얽히고 얽혀 그 시대를 살았던 개인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미묘한 삼각관계>는 비록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미술이라는 도구로 표현된 것이지만 그를 통해 동북아시아 3국이 근대 이후의 역사를 보는 태도를 일부 엿볼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진 최근 정세를 반영하고 있으나, 한중일의 문화 지형도를 짚어보고 이러한 관계들이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계속되어야 할 문제의식일 것이다. 

양아치(Yangachi), 쉬 전(徐震Xu Zhen), 고이즈미 메이로(小泉明朗Koizumi Meiro) 세 작가는 모두 70년대에 출생했다. 일본작가 고이즈미 메이로는 일본제국주의 역사에 관한 과거의 기억과 사건들에 대해, 쉬전은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룬 중국의 현재를, 한국작가 양아치는 근대화의 그늘에서 불안한 미래를 그렸다. 

  쉬전의 경우 아이웨이웨이와 쉬빙을 이어나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되어 그동안 다양한 종교행위나 신체수련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적인 것을 해체, 재조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2층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작품 <샹아트 슈퍼마켓>에는 내용물이 모조리 비워진 상품들을 진열했다. 내용물이 채워지지 못한 화려한 매매의 공간은 소비의 물결이 장악해버린 빈껍데기 풍요를 재치있게, 대륙의 스케일로 보여준다.


ShangArt Supermarket 2007/2014 설치 (계산장비, 카운터, 선반, 냉장고, 다수의 상품) 가변크기 메이드인 컴퍼니 제작


고이즈미 메이로의 작품들은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와 그릇된 역사관에 대해 말하며 이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고, 다소 개인적인 아픔으로 흐른 탓에 동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 <갇힌 단어들Trapped Words>의 좁은 공간 안의 영상에서 노인은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피소로 모인 기억을 더듬거리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회상한다. <오랄 히스토리>에서도 노인들이 각자의 기억으로 정확하지 않은 말들을 남긴다. 이들 또한 전쟁의 피해자라는 생각일까. 단순히 개인적인 기억으로 이어진 역사일 뿐이라는 의미인가.  


양아치의 작업들은 대개 이야기가 있고, 이번 작품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각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이번에도 많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시도를 보여주었다.


일반 대중에게 약간 난해한 작품들을 보여주기에 동아시아 세 작가의 근대성 인식이라고 묶일 만큼 단순한 전시가 되지 않은 면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미묘한 삼각관계.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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