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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성과 소멸의 순환자리 - 윤정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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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5.3.11.-3.16
전시장소 : 서울 한벽원 갤러리
글 : 박영택 (경기대학교교수, 미술평론가)

   
윤정원은 꽃과 별을 그린다. 꽃과 별은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분리되지 않는다.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가 별의 모양으로 변형되거나 새의 날개가 달리는가 하면 심장 형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그 꽃은 꽃이라는 단일한 주체가 아니라 변신과 변화를 거듭하는 애매한 존재가 된다. 

‘나’는 지워지고 무수한 타자와의 접속과 관계 속에서 색다른 존재로 환생한다. 지상계와 천상계를 월경하는가 하면 다채로운 존재성으로 자신의 주체 자체를 무화시킨다. 그림 속에서 국화는 활짝 피어난 형국이거나 이내 시들어가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시간의 경과 속에서 무수한 변모를 거듭한다. 메마르게 틀어져버린 꽃은 심장의 형상이 되고 그 심장의 외피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작은 새싹과 매혹적인 꽃들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 

생장과 소멸의 과정을, 한 생애의 주기를 목도시킨다. 소멸과 생성의 순환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는 다분히 전통적인 도양의 자연관을 연상시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서로 유기적 관련 속에서 진정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가 바로 동양적 자연관의 핵심이었다.


윤정원 beautiful days 108x128cm 비단에 채색 2013



윤정원의 그림 속에는 국화와 새(날개), 그리고 별이 주로 등장한다. 이 모두는 허공에 떠 있거나 부양하고 있다. 별이야 저 먼 곳에 박혀있는 존재이고 새는 대지와 하늘 사이에 존재하지만 꽃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들이 대지에서 이탈해 하늘로 상승해서 부유한다. 중력의 법칙과 대지의 모든 완강한 구속력을 지워버리고 홀연 꽃 한 송이가 새가 되고 별이 되어 부상하고 있는 장면연출이다. 

또한 이 국화와 새, 별은 모두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현실과 세속을 벗어나 자유를 꿈꾸며 보다 나은 삶의 희망을 추구하는 존재의 소망을 기원하는 인간의 모습이자 작가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는 기호들이다. 국화는 하늘을 바라보며 꿈꾸고 살아가지만 종국에는 죽음에 의해 소멸되어 가는 미약한 인간 존재를 상징한다. 여기서 국화로 상징되는 주체는 일관성을 상실한다. 변덕스럽게 변신을 거듭하는 주체다. 국화이자 별, 날개, 새, 심장의 형상으로 넘나든다. 자기동일성으로서의 주체는 하나여야 하지만 유정원의 국화는 복수의 주체를 받아들이고 있다. 복수의 주체는 다름 아닌 주체의 여러 양상을 서술한다. 

주체가 자기동일성identity을 가진 하나여야 하고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불변하여야 한다는 것은 근대주의의 입장이다. 이른바 이성중심의 주체관이다. 반면 탈근대적 주체인식은 주체의 단일성, 총체성을 거부한다. 유동적인 분자 상태로 와해되거나 주체/객체의 대립상태에서 벗어나 있다. 자기동일성을 상실한 주체는 모든 존재가 된다. 그래서 국화는 별이 되고 새/날개가 되고 살고 죽어가는 인간의 육체와 심장이 되기도 한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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