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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바젤-홍콩에서 예술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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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기 간 : 2015.3.15.-3.17
장 소 : 홍콩컨벤션센터
글 : 조은정(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


=' (AFP 아트바젤)'

앞마당에 공공미술이 설치되어 있고 아래층에서는 새로운 미술이 마치 비엔날레처럼 으르렁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3층 어디에선가는 이름 없는 아티스트들이 만든 조그만 장식품이나 아트상품이 기다리는 ‘아트바젤’이나, 파랗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아트바젤-마이애미’를 떠올려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한 인파 속에서 작품을 대하는 일은 가혹하다.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예술의 이미지를 찾는 일에 다름 아닌 때문이다. ‘아트바젤-홍콩’은 아트마켓, 이른바 ‘미술품견본시장’이 아니었다. VIP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들에 가리어 미술작품 전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트바젤-홍콩’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세계 미술계가 모두 관심을 갖고 있겠지만, 한국 미술계의 관심은 대단하달 정도이다. 미술작품의 거래자인 화랑관계자, 미술작품의 창작자인 작가나 미술경영관계자가 어려운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나의 페이스북 친구는 “관계자는 모두 홍콩으로 가고 혼자 남은 주말”이라고 표현하였다. 미술대학생, 콜렉터, 평생교육원 수강자에서부터 문화예술위원회 주요인사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미술에 연루된 이들이 비행기 한가득 실려 홍콩으로 날아갔다가 왔다. 그리고 지금 이구동성으로 대단했던 축제의 성공에 대하여 말한다. 


지난해에 비교하여 두 배가 넘는 입장객이 들자 홍콩 투자청에서는 “미술계 인사만 모여 즐기는 미술잔치를 지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른바 미술계 내부에서 벗어나 일반인에게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일요일은 300홍콩달러(약4만3,500원), 월요일과 화요일은 250홍콩달러(약3만6,200원)라는 결코 작지 않은 입장료, 오후 1시부터라는 적은 관람시간 그리고 9만원에 이르는 도록 가격에 이르기까지 ‘아트바젤-홍콩’은 슈퍼리치에게만 친절했다.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을 위한 시간이나 행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 5일장에서 작품을 구입할 사람들에게만 많은 시간을 내주는 것, 그것은 아트페어가 각국의 문화경연장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였고, 시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실용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절충하여 전시를 구성하였는데 아시아권 내지는 아시안 퍼시픽 지역의 갤러리들을 50% 참여하게 한다는 취지에 맞추어 바젤에서보다 더 많은 아시아의 갤러리들을 볼 수 있었다. 아시아 입장에서는 그만큼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다. <insights>는 그런 카테고리에서 나온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Gallery EM | Nakhee Sung, Hyungsun Chang’, ‘Gallery IHN | Myeong Beom Kim’이 이 영역에서 작품을 보여주었다.


스위스 바젤에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언리미트전>은 미술작품이란 거실에 걸어두는 액자로 감쌀 수 있는 작품만은 아닌 것임을 보여주는 장소이다. 홍콩의 <discoveries>는 이와 유사한 개념의 전시이다. 떠오르는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한다는 의미인데 음악을 주제로 한 홍콩미술가 Samson Young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encounters>는  Alexie Glass-Kantor가 큐레이팅을 맡았는데, 국제갤러리와 티나킴 갤러리의 이우환, 원앤제이 갤러리의 김태윤이 선정되어 있다. 


독일과 스위스가 만나는 지점의 바젤과 중국 안의 특별한 세계로서 세상의 모든 금융과 연결된 홍콩은 닮은 점이 있다. 그 지정학적 위치는 화개장터를 연상시킨다. 1년에 한번 장이 서면 가서 필요한 물건도 사지만 엿장수 재간도 보고 오랜만에 이발도 하고 국밥도 말아먹는다. 이 특별한 외출은 시골 출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의 대명사이다. 일상에서의 장날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새로우며 특별한가. 

아트바젤은 그러한 미술계 장날을 상징한다. 부자들이 휴양지에 가서 그림을 사는 마이애미, 세계의 부자들이 세금과 연관하여 시민이 되어 있고 엄청난 인구와 경제력에 이제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중국의 경계에 위치한 홍콩은 그런 장이 서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부상하는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항한 유럽의 대응, 그것이 바로 아트바젤-홍콩이다. 금빛으로 빛나고, 유리구슬과 비단실로 꼼꼼히 만들어낸 장식적인 캔버스와 죽음의 타나토스를 가장한 선정적인 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어맨다. 중화적 취향에 맞는 전통과 새로움의 경계를 탐구하는 수묵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덮고 있다. 

아트바젤-홍콩을 보고 우리의 미술시장을 어떻게 진흥시킬 것인가의 고민은 외형이 아니라 그 힘의 원리를 찾는 데 있다. 성공적인 한국미술시장의 세계화를 위하여 이웃의 아트페어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힘의 원리를 알았다면 이제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큰 담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작가의 작품을 싸게 살 수 있다며 콜렉터들은 달려갔고 세계미술시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팔 것인가’를 논의해온 갤러리들은 ‘정말 이게 팔릴까’라고 던져보았으며, 세계미술의 흐름은 어떠하며 어떻게 생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하여 작가들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아트바젤 홍콩은 시금석인 동시에 외면해야 할 대상이기도 한 양가적 존재이다. 유럽미술시장의 수뇌부에서 파악한 아시아미술의 지형도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견강부회, 개념마저 소비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웃집 잔치가 그리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했지만, 자본이 정치와 문화를 움직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지금, 훨씬 더 심각한 고민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서구권에서 ‘아트바젤-홍콩에는 아트가 없다’는 지적은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겠지만, 금고만 쳐다보고 온 결정권자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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