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케테 콜비츠
기간: 2015. 2. 3 ~ 4. 19
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사진갤러리 1, 2
우리나라의 1980년 전후, 긴박한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면서 그 속에서 민중미술 운동도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우리의 민중미술에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 1867-1945)가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굶주린 어린아이, 삶에 지친 사람들, 죽음에 맞닥뜨린 인간,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판화라는 매체로 묵묵히 그려간 그녀의 작품에 담긴 힘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콜비츠는 자신의 사회적 의식과 휴머니즘적인 사상을 사실주의적 기법과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조형화했다.
지원병들 War, leaf 2: The Volunteers 1921-23, 목판, 35.0 x 49.0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
7개의 목판화로 구성된 <전쟁war>연작 중 하나. 제1차 세계대전과 작가의 아들 페터가 전사한 뒤 여러 해가 지난 뒤 제작되었다. 전쟁 후 남겨진 가정에 대한 유린, 애도를 표현했다.
제1전시실 입구
피에타 Pietà 1937-38, 브론즈, 38.0 x 28.5 x 39.0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모본으로 한 것. 콜비츠는 1907년 로마를 방문하고 이상화된 피에타 모티브를 극한의 슬픔으로 다시 표현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콜비츠 자신을 닮았다.
친구로서의 죽음 Death Recognized as a friend 1934-35, 석판, 31.5 x 32.8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
콜비츠 말년에 제작된 죽음 연작 중 첫번째 작품. 죽음을 마치 친구처럼 두 팔로 끌어안은 늙은 여인의 모습이다.
전시에서는 1차대전 이전과 이후의 작품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차대전과 그 이후를 갤러리1에서 먼저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참상과 가난, 아들의 죽음과 연관되었을 어린, 젊은이들의 죽음, 모성과 같은 문제가 함축적으로 나타난다. 갤러리2에서 보여지는 것은 거꾸로 그 이전 시기의 작품들로 전쟁전 노동자 농민 계층의 고된 노동, 질병, 가난과 같은 핍박의 삶이다.
제2전시장 전경
날을 세우고 Peasants War, leaf 3 Whetting the Scythe 1905, 에칭, 29.8x 29.8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
에칭 연작인 <농민 전쟁>의 한 작품으로 1524년에 일어난 사건을 표현했다. '고통은 아주 어두운 빛깔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절망감을 표현하는 데 판화의 독특한 부식 기법을 활용하였다.
폭동 Uprising 1899, 동판, 29.5 x 31.7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
<농민 전쟁> 연작의 계기가 된 작품으로 이후 콜비츠는 역사적 주제를 다루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 전시는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과 우리나라 평화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이뤄지게 된 전시이다. 현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56점 모두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 컬렉션이다. 사키마미술관의 컬렉션을 가로지르는 주제는 '삶과 죽음', '고뇌와 구제', '인간과 전쟁'. 케테 콜비츠와 조르주 루오 등 인간 실존에 관한 질문을 담은 작품이 주된 소장품이다. 평화박물관은 베트남 전쟁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죄운동으로 1999년 출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두 할머니의 성금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카를 리프크네히트에 대한 추모 In Memoriam Karl Liebknecht 1919-20, 목판, 35.0 x 50.0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
1919년 살해된 스파르타시스트 리더를 기념하는 것으로 목판 특유의 선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작품 하단의 글귀는 "산 자가 죽은 자에게, 1919년 1월15일을 기억하며"이다. 3월혁명을 노래한 "죽은 자가 산 자에게"를 거꾸로 표현한 것.
기아 Hunger 1923, 목판, 49.7 x 35.0cm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
콜비츠의 네 번째 판화 연작 <프롤레타리아>의 세 작품 중 하나. 전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굶주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
죽음, 구원, 전쟁에 관해 숙고하는 미술관과 베트남 학살에 대해 사과하는 전쟁 피해자 할머니들이 케테 콜비츠를 소환했다고나 할까. 진지함보다는 가볍기만한 냉소가 사회를 뒤덮고, 나만 아니라면 다른 이들의 고통은 눈감아버리고 싶은, 자신의 고통만이 최대의 고통인 우리 시대의 군상에게 콜비츠가, 사키마미술관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말한다. 고통은,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현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