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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로마회화의 새로운 만남 - 국립중앙박물관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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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전시기간 : 2014.12.9.-2015.4.5.
전시장소 :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시간은 불가역(不可逆)이다. 어느 누구라도 결코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가볼 수 없는 것도 물론이다. 이 절대적인 장벽 앞에 인간은 그래서 평등함을 느낀다. 인간 존재에 따라붙는 숙명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불가역의 장벽에 바람구멍 같은 숨통을 틔어주는 것이 과거로의 여행이다. 물론 고대의 유물과 생활 흔적을 통해서이다. 지나오기는 했지만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동경은 자연히 로맨티시즘과 연결된다.  


<시장 풍경>


유럽이 집단으로 고대로의 로맨티시즘에 매료된 것은 18세기 후반이다. 그 계기는 바로 1748년부터 시작된 고대도시 폼페이의 발굴이다. 발굴이 큰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조건은 이미 충분히 무르익고 있었다. 

 


<수탉과 과일이 있는 정물화>


시대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의 시대를 맞고 있었다. 출판과 상업 그리고 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사회가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 권위나 권력을 한편에서 새로 지식과 정보가 우대를 받기 시작한 사회가 등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고대의 문이 폼페이에서 열린 것이다. 



<뱀 모양의 팔찌> 지름 각 7.6  7.4cm 


미술사도 폼페이는 전인미답의 고대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는 문이 됐다. 미술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빙켈만은 이때 로마, 폼페이, 시칠리아를 돌아보면서 저 유명한『고대미술사』를 남겼다. 빙켈만이 주목한 것은 주로 조각이다. 폼페이에서는 조각 외에도 많은 프레스코 그림들이 있다. 이들은 당시 그대로 발굴돼 상상에만 머물러 있던 고대의 회화세계를 눈앞에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정원의 벽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케네스 클라크의 『풍경화론』의 첫머리에 나오는 <정원의 벽화>이다. 폼페이 포르투나 거리에서 헤라쿨레니움 문으로 꺾이는 모퉁이에 있는 ‘황금팔찌의 집’에서 나온 이 벽화는 큰 방안 벽면 한 쪽을 정원 모습 그대로 그려놓은 것이다. 온갖 꽃과 식물 그리고 새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이 벽화는 고대 사실주의의 최고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아울러 자연 묘사에 관심을 보인 풍경화 초기중의 초기단계를 보여준다. 







<정원의 벽화> 


풍경화와 관련돼 두 번째 걸작이라 할 만한 것은 신전의 풍경을 그린 작은 프레스코화이다.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서있는 신전 앞에 몇몇 참배객을 그린 그림이다. 여기에는 짙은 색과 옅은 색을 나눠서 쓰면서 이른바 색채원근법이 확실하게 구사돼있다. 원근법적으로 배치된 나무와 건물 그리고 인물 등은 13세기 지오토의 등장 보다 훨씬 이전에 자연풍경을 다루는 방식을 고대 이탈리아인들이 터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신전 풍경> 프레스코화 45.1x43cm


동양에 도석인물도가 있다면 서양에는 그리스 신화가 있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많은 프레스코화의 테마는 당연히 이것이다. 의붓아들과 후처의 비극을 소재로 한 <히폴리투스와 파이드라>는 기원후 1세기에 이미 사실적인 인물묘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현재 동양에서 고전을 테마로 한 인물화는 4세기에 활동한 고개지 그림의 唐代 모본이라 여겨지는 <여사잠도>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히폴리투스와 파이드라> 프레스코화 54x61cm


기원후 78년8월24일 폼페이는 인근 베수비우스 화산의 폭발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000년 뒤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고대 문명에 대한 로맨티시즘을 자극했다. 그 뒤에는 근세의 발전을 가져온 지식사회가 싹트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물 폼페이는 TV다큐멘터리 속의 폼페이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TV 화면 위에 로맨틱한 감정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지식사회 속에 한 복판에서 18세기 후반 유럽이 경험한 호기심 사회로 열렸던 문에 들어서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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