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고지영 개인전
전시기간 : 2014.11.12.-12.13
전시장소 :서울 이목화랑
글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고지영의 회화는 안개에 갇혀있다. 안개는 대상을 지우고 덮어나가다가 조금씩 출몰시킨다. 그것은 완전한 무(부재)도 아니며 그렇다고 온전한 것도 아니다. 지시성과 은폐 사이에 머뭇거리는 회화, 가시성과 비가시성 사이를 오가는 회화다.
그린 듯 그리지 않은 그림이자 구상과 기하학적 추상회화 사이에 머뭇거리며 형상과 색 면 추상의 틈에 마지못해 서식하는 그림이다. 모종의 경계를 넘나들고 흔드는 회화, 질료와 형상, 붓질과 색채 사이에서 진동하는 그런 그림이다. 화면 안에는 분명 시각에 호소하는 ‘형상’이 있다.
잿빛에 유사한 색상으로 칠해진 화면, 침묵과 먼지를 뒤집어쓴 듯한 이 풍경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고 계절의 변화나 특정 풍경을 연상시키는 구체적 단서는 모조리 사상되어 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부르기는 곤란하다. 애매하고 불명료한 형상 앞에서 시선들은 무너진다.
이 그림은 그 무엇 같으면서도 결코 그것과 동일시되지 않는 전략에서 나온다. 부득이 형상을 빌어 드러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집과 길, 하늘이 연상되지만 사실 그것은 색을 칠하고 붓질을 하기 위해 끌어들인 매개에 불과하다. 이 막막한 기호들, 파편들이모여 그림을 형성한다. 희박한 색채를 칠하고 불명료한 형상을 보여주면서 그림 자체를 다시 보게 한다.
원경에 자리한 구조물들은 집처럼, 풍경처럼 늘어서 있을 뿐이다. 수평의 화면 하단과 일치하면서 바닥/거리는 펼쳐지고 상대적으로 넓게 자리한 하늘은 땅과 대비를 이루며 칠해져있다. 땅이 밝으면 하늘은 어둡게, 하늘이 밝으면 땅은 어둡게 칠하는 식이다.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집, 건물을 연상시키는 사각형 구조물들 역시 약간씩 다른 방향, 다른 색채, 다른 톤으로 지탱되어 있다.
결국 이 그림은 그 미세한 차이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를 맺고 있다. 저 차이가 없다면 존재는 부재하다. 그러니 고지영의 그림은 미묘한 차이를 가까스로 만들어가면서 존재들 간의 절박한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심미적 감성에 이끌리는 순간만을 세계로 받아들이고 그 그림 그리는 순간순간에 우연으로 획득한 배열, 차이를 통해 그림을 이어간다. 결코 동일할 수 없는 반복을, 닮을 수 없는 차이를, 다름 때문에 같음이 흥미로움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