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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 흉내에 그친 총독부박물관의 동양 수집 - <동양을 수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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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동양을 수집하다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기간 : 2014.10.28.-2015.1.11



국립으로 운영되는 세계의 박물관도 크게 보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소장품이 자국에 한하는 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여타 지역, 민족, 국가의 유물도 함께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후자에 관해서는 당연히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제국주의의 경험이 있는 나라들의 박물관이라고.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의 소장유물은 한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이집트, 인도, 중국, 중동 등 전 세계에 걸쳐있다. 이런 면모는 세계를 대상으로 제국의 임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제국주의적 발상이 그 후면에 놓여있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왕가박물관이 1914년에 산 <반가사유상> 북제 높이 44.2cm.   


그렇다면 제국의 변방 나아가 속국이었던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서 이뤄진 이국 유물의 컬렉션은 어떤 성격으로 이뤄진 것인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 이 전시는 현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전신인 이왕가박물관(1910년 한일합방 이전에는 제실박물관으로 불렸다)과 1915년에 세워진 총독부박물관에 소장돼있던 이국 유물, 주로 중국과 서역의 유물을 소개하면서 이 물음에 답 찾기를 시도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이왕가박물관이 1916년에 수집한 <불비상(佛碑像)> 남북조시대 높이 78.0cm 

  
참고로 이 전시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들 두 계통 이외에 제3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국 컬렉션이 있다. 이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바도 있는데 교토 니시혼간지(西本願寺) 절의 문주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 1876-1948)가 이끈 서역탐험대가 수집한 자료의 일부로 제2차 세계대전 말기 공습을 피해 도쿄에서 경성의 총독부박물관으로 소개(疏開)된 채 광복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에 남겨지게 된 유물이다. 물론 이는 이번 전시의 대상외다. 


총독부박물관이 1920년에 구입한 <진묘수(鎭墓獸)> 북제~수 높이 27.5cm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왕가박물관과 총독부 박물관이 제국의 중심도 아니면서 어째서 국경을 넘은 컬렉션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이왕가박물관이 수집한 자료이다. 당시 국내에 있던 중국 서화 이외에 별도로 중국 불교조각을 주로 구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시절 어떤 목적 아래 어떤 방향으로 수집이 이뤄졌는가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09년 제실(帝室)박물관이 설립됐으나 이듬해 곧장 일본에 합병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총독부박물관이 1920년 구입한 <우용(牛俑)> 당 높이 각 18.5 19.4cm 


그러나 총독부박물관에 관해서는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다. 1921년에 작성된 조선총독부박물관 개요를 통해 그를 엿볼 수 있다. 좀 긴 내용이지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에 있어 제국의 특설박물관이라는 지위를 지니므로 그 진열품은 조선을 주로 하고 또한 조선이 동아시아 대륙에 있는 제국의 영토인 관계로 특히 수집의 필요가 있는 지나(支那, 중국을 가리킴) 및 인도 상대(上代)의 참고품을 여기에 더하여 조선총독부 박물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려고 한다.”


구하라 후사노스케가 1916년 기증한 유물 중 <행각승도(行脚僧圖)> 49.8x28.6cm 


지방도시가 한양을 흉내 내듯 제국의 속국인 주제에 한편으로 제국의 면모를 보이고자 했던  것이 총독부박물관 운영자들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목표아래 총독부박물관은 재정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던 1920년대 전반기까지 집중적으로 구입했다. 한과 당의 청동기, 당삼채가 여기에 속한다. 또 당시 효고현 출신의 광산사업가 구하라 후사노스케(久原房之助 1869-1965)가 오타니 컬렉션의 일부를 인수해 다분히 사업상 목적으로 총독부박물관에 기증한 서역 유물도 들어 있다. 


총독부박물관이 1918년 구입한 <석불(石佛)> 북제 높이 67.0cm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보면 총독부박물관의 중국, 중앙아시아컬렉션은 제국 면모를 잠시 흉내 내는데 그쳤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컬렉션 시기도 짧았을 뿐 아니라 대상 유물의 성격도 체계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단편적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중동무이의 실태 그 자체가 바로 일제하에서 시도된 동양 수집의 진면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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