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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곡 최순우 30주기 추모전 <분향, 향로와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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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혜곡 최순우 30주기 추모전 <분향, 향로와 향>
장 소 : 최순우 옛집(혜곡최순우기념관)
기 간 : 2014. 10. 18 ~ 2014. 11. 15.

어떤 박물관 혹은 미술관의 전시가 되었든 작품의 감상은 주변의 상황에서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다. 코 끝에 향이 스치고, 가을 햇살이 감나무에 열린 감 사이로 비쳐 뒤꼍의 돌 항아리를 비추고 있는데 한중일 향로의 특색을 비교해서 보려는 노력은 얼마나 아득한 일인지.

문화유산을 시민의 것으로 지켜내려는 내셔널 트러스트의 시민문화유산 1호인 성북구 최순우 옛집,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분향, 향로와 향>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 미를 찾고 알리는 데 일생을 바친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의 30주기에 맞춘 특별전으로, 올해는 최순우 선생이 말년에 지내던 이곳이 내셔널 트러스트의 관리 하에 박물관으로 개방된지 1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향은 나쁜 것(냄새)를 없애고 몸과 마음, 공간을 정화하는 도구로, 영혼에 지상의 뜻을 전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의식에 사용되는 향은 주로 태워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태워서 연기를 피우기 위한 그릇 향로가 필요하게 된다. 이 향로가 점차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서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고 그것이 형태로 나타난 예가 많은데, 향을 많이 사용했던 한, 중, 일 삼국의 향로(香爐)와 향합(香盒), 향상(香床)에 각 나라의 미적인 감각이 드러난다. 


춘추시대(bc 770~403)부터 보이는 중국의 향로는 전국시대(bc403-221)에 큰 발전을 이루어 받침과 몸체, 뚜껑으로 구성된 향로가 만들어졌다. 고대 중국의 향로는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향로가 되었고, 한 대(bc 202- AD 220)부터 이후의 왕조들에서도 계속 제작되었다. 박산(博山)향로는 초기에 왕실을 중심으로 사용되었으나 점차 사용계층의 확산으로 한 대 고분의 중요한 부장품이 되었다. 종교적 용도의 향로는 불교의 계율과 조직이 체계를 갖춘 위진남북조시대(220-589)에 나타나고 손에 든 긴 자루의 병향로의 유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 대 전통을 계승한 박산향로도 계속 사용되고, 공양의 의미로 불상 대좌에 그 모양을 새기기도 하였다.
당대(618-907)에는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서역의 향료도 돈황과 장안에서 유통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향로가 등장하고 실내 방향과 훈의, 종교의례에 다양한 형태의 향로가 사용되었다. 당대 이후 중국의 향로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경덕진요 남유금채어문 향로 명대 전기 15세기 h 7.5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경덕진요 청화백자 향로 명청대 17세기 h 22.0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송대(960-1276)에서 건국 초부터 제례를 개혁하고, 고동기(古銅器)의 수집이 유행하면서 삼족과 사족의 정(鼎 발 셋 달린 솥)과 역(鬲 다리 굽은 솥) 등을 정통성이 있는 향로의 형태로 간주하게 되었고, 송대 이후 명, 청대까지 고동기를 모방한 향로가 널리 사용된다. 병향로는 명대이후 사라지고 연지형병향로는 북방민족을 중심으로 사용되다 남송에서 수용되는 등 중국 향로는 다양한 전래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향로가 쓰인 것은 삼국시대부터로 추정된다. 국보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가 대표적인데 중국 박산향로의 형태를 기본으로 각양각색의 인물과 동물을 조각하여 발견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통일신라에는 병향로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는 왕실과 사찰 의례용과 일상용으로 여러 형태의 향로가 사용되었다. 향완은 11세기 이후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은입사 향완은 고려 공예의 우수함과 미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선시대에는 유교 의례에 필요한 향로를 젲가하여 사용하였으며, 선비들이 향을 피워 정신을 맑게 하며 즐기는 문화도 조선후기에 나타난다.


전시장 모습


명기향로 조선시대 17-19세기 좌 h 6.5cm 우 h 6.0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주석제(화산석) 향합 조선말 19-20세기 h 7.3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불교가 유입된 6세기부터 향 문화가 시작되어 15~16세기 무로마치 시대부터는 ‘향도’라는 일본 특유의 고급문화전통을 세우고, 다도, 꽃꽂이와 함께 3대 예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종교적, 제례적인 목적 외에 심미적 목적으로 향을 즐기는 문화는 헤이안 시대 794~1185년 왕실과 귀족 사회에서 시작되어 일반에도 전파되었다. 다도처럼 엄격한 형식미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예향 문화로 정교하고 다채로운 향구의 발전이 가능했다. 17세기 이후 도자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국의 도자공방에서 향로를 제작해 이전의 금속제 향로를 능가하게 된다. 그 종류와 화려함은 중국에 견줄 수준에 이르렀다.


아리타요 지도문 청화백자 향로 메이지시대 19세기 h 15.0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사쯔다요 다채화조문 향로 근대 명치 이후 ~1950년대 h 32.5cm 아시아뮤지엄연구소 기탁품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박물관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기에 전시물에 집중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잇점도 있다. 11월8일(토) 오후 2시에 국립중앙박물관 이용진 학예사의 강의도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향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툇마루에 향이 놓여 관람객이 즐겨볼 수 있도록 하였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육계/감초, 영릉향, 송진, 용뇌, 자단향, 솔잎, 감송향, 정향.



뒤뜰 작은 돌연못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


* 최순우 옛집은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 돌아가실 때까지 사시면서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을 쓰신 장소이고, 그의 안목과 손길이 닿은 집이다. 2002년 유족들이 이사하면서 신축하지 않고 이 집 모습대로 살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는 뜻을 보였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연결이 되어 보전을 하게 되었다. 그해 12월 많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건물은 이 집의 원래 주인이 1925년에 땅을 구입하고 지은 것으로 건축연대는 1930년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가 둘러져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 증축했던 부엌은 2003년 복원하면서 헐고 작은 간이부엌을 만들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의 뜻을 기리고, 한국 미(美)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2006년부터 기념관(관장 김홍남)으로 등록하여 운영하며(서울시 등록 사립박물관 제29호). 최순우 선생의 친필원고, 사진, 유품 등을 소장하고 상설전시하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해마다 봄ㆍ가을에 문화프로그램을, 가을에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사진제공: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글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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