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화재
전시기간 : 2014.10.14.-11.30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시실
컬렉션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일만이 아니다. 무얼 모으든 간에 안목이 전제가 돼야 한다. 자기 실력이든 주변에서 빌려온 실력이든 이것이 없으면 컬렉션은 단순히 모아서 쌓아놓은데 불과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의 실력은 국내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나전경함 높이 22.6cm
물론 실력이 있다고 해서 컬렉션이 늘 좋은 방향으로만 향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곳도 넓게 보아 사람 사는 사회이다. 정치도 있고 인정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십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민감한 정치, 즉 정책이 겹쳐지면 방향이 이리저리 좌우될 수 있다.
고려나전경함 부분
또 박물관은 이런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본인들이야 부인하겠지만 지극히 높은 지위(?)로 인해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영향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15,6년전 일이지만 일본의 한 국립박물관이 이마리(伊万里) 도자기를 거액에 구입함으로서 그 여파로 인해 18,9세기 일본도자기의 가치가 일거에 크게 뛴 사례가 있다.
<시왕도> 중 제5평등왕
작은 물건을 구득하더라도 박물관의 일은 그 하나하나가 실은 정치적이며 사회적이며 또한 시장 영향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사정 속에서도 근래 박물관의 컬렉션은 한층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눈길을 끈다.
<시왕도> 중 제5 평등왕(平等王) 부분
우선 전세계에 십 몇 점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려 나전경함을 기증받은 일도 쾌거에 속한다. 고려시대에 숭고와 장엄이란 지극히 높은 종교적 가치를 담아 제작한 수공예품 가운데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이 고려청자이며 고려백자이며 고려 나전의 세계이다. 이 중에 고려불화와 고려청자는 국내에서도 그 최고 수준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전의 경우는 이제까지 1미터 남짓한 자 위에 새겨진 것이 박물관 컬렉션의 전부였다.
<시왕도> 중 제10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시왕도> 중 제10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부분
장식공예의 정교함이 극치에 이른 고려 나전경함의 존재는 고려 미 생술을 다시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려불화 가운데 사례가 드문 시왕도를 두 점이나 새로운 식구로 맞이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표암 강세황 <소과첩> 파초
고려시대에 그려진 시왕도는 이제까지 다른 도상들에 비해 그 존재가 덜 알려져 왔다. 새로 구득한 시왕도는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고려불화대전’에 소개된 시왕도와는 다른 도상이란 점에서 관련분야의 연구에 박물관의 기여가 한층 폭넓어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
표암 강세황 <소과첩> 연꽃
또 다른 소장품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표암 강세황의 소과도(蔬果圖)이다. 소과도는 채소나 과일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표암은 평생 붓을 쉬지 않으며 늘 수련을 거듭했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새로운 그림 유형이나 글이 있으며 붓을 꺼내 그려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남종수화와 묵죽, 묵난도가 전문인 그에게는 <순무>를 그린 것과 풀벌레를 그린 그림이 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표암 강세황 <소과첩> 조개와 가지
3점으로 이뤄진 이 <소과도> 화첩은 한편에 석류, 대합조개, 죽순이 다른 한편에는 가지가 그려진 것과 파초 그림 그리고 연꽃 그림이 들어있다. 그림에는 모두 절친한 친구 허필의 글이 적혀있다. 연꽃 그림의 화제는 ‘(녹색 비녀에 붉은 치마, 당나라 주방의 필의로다綠鈿紅裳 周肪筆意)라고 돼 있으며 파초에는 ’푸른 잎에 쓴 편지 한 통이면 소식을 제대로 전할 수 있으리(一緘翠牘 消息眞傳)‘이다.
또 조개, 석류, 죽순의 화제는 ‘싸우는 도요새와 조개, 안석국의 석류, 운당곡의 죽순 세가지면 어찌 시를 읊지 않겠는가(爭鬪之鷸蜂(蚌), 安石國之榴, 篔簹谷之筍, 三事不韻耶)’이라고 했는데 이 정도 컬렉션이면 노래가 나올 법도 하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