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전시장소 :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기간 : 2014.7.29.-2014.9.28.
동양에서 산과 강을 그린 그림은 풍경화라고 하지 않고 산수화라고 한다. 또한 서양에서도 산과 강을 그린 그림을 풍경화라고 부르며 절대로 산수화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지역과 환경 때문에 같은 것을 놓고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경우가 흔히 있다. 하지만 산수화와 풍경화 둘의 경우는 이런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 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하규 <산시청람(山市晴嵐)> 남송 13세기전반 견본수묵 24.8x21.3cm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서양의 풍경화는 실제 그대로 눈앞의 경치를 대상으로 한다. 산수화도 물론 눈에 보이는 경치를 그리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 이상이다. 가슴속이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상화(理想化)된 자연을 더 많이 그리기 때문이다.
산수라는 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거기에 이미 이상화된 자연이란 뜻을 담겨있었다. 그래서 경치를 그리는 풍경화와 달리 산수를 그리는 산수화에는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상화된 자연을 담는 그림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작가미상 <산시청람><연사모종> 조선 16세기전반 견본수묵 각25.2x31.4 국립중앙박물관
이상화된 자연은 꼭 경치 좋은 산과 물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이름난 문인에 의해 묘사되거나 혹은 위대한 학자와 관련된 자연 역시 그림 속에서는 이상화된 자연이 된다. 사람이 그 산수를 머릿속에 가슴속에 떠올리며 들어가 즐기고 싶고 노닐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면 되기 때문이다.
동기창 <산시청람><연사만종> 명 16세기 견본수묵 24.3x44.8cm 상하이 박물관
이 전시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이상화된 자연을 몇 가지로 분류해 소개함으로서 동양 미술의 유니크한 장르인 산수화의 세계를 재해석해보인 기획이다. 이 기획속에 분류된 이상화된 자연은 물론 실제 명승, 절경에서 시작한다. 동정호 일대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 연출하는 소상팔경을 그림으로 <소상팔경도> 계통이다.
소아미(相阿彌) <소상팔경도> 무로마치 16세기전반 지본수묵 각 173.4x370.8cm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두 번째는 위대한 문인들의 묘사를 통해 세상밖의 또 한세상으로 묘사된 이상향이다. 도연명이 세속과 무관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묘사한 「도화원기(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한 <무릉도원도> 왕유의 「망천」시가 바탕이 된 <망천도> 그리고 또 다른 도연명의 글인 「귀거래사」에서 연유한 <귀거래사도> 역시 문학에서 시작된 탈속세의 이상화된 자연을 그린 계통들이다.
작자미상 <귀거래도> 원명 14-15세기 지본채색 26.0x106.7cm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이런 문인들의 묘사에 의한 이상향이 있다면 위대한 학자를 존숭한 나머지 그가 살던 곳 자체가 이상향이 된 곳도 있다. 주자가 머물며 성리학 체계를 집대성한 광동성 숭안현의 무이계곡은 조선 주자학자들에 의해 이상의 자연이 되어 <무이구곡도>로 그려졌다.
그리고 무이구곡의 이상화는 유교의 조선화와 함께 퇴계 이황을 기리며 도산서원 일대를 이상화한 <도산도>를 낳기도 했다.
그림 속의 이상향은 비단 산수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중반이후 새롭게 등장한 도시의 번영이 구가되면서 활기 넘치는 도시생활 그 자체도 또다른 타입의 이상향이 되기도 했다.
도미오카 뎃사이(富岡鐵齋) 메이지 1904 <무릉도원도>178.0x365.0cm 교토국립박물관
이 전시는 산수화의 맥락 해석이란 점에서 우선 눈길이 가지만 부수적 볼거리는 뉴욕에 가더라도 혹시 상하이에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 동양화 걸작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미상 <태평성시도> 18세기 견본채색 각 113.6x49.1cm 국립중앙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대성공을 거둔 <황금의 나라 신라>전의 보답인지 원나라때 그림인 조창운의 <유신 완조 입천태산도>를 비롯해 원명대 그림인 <귀거래도>와 명대 왕원기의 <망천도> 등 9점을 이번 전시에 대여해주었다. 상하이 박물관에서도 온 동기창의 <소상팔경도> 역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