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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들이 즐긴 충북의 산수 -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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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미(문화재청 김포국제공항 문화재감정위원)

전시명 :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
전시기간 : 2014년 5월 1일(목)-2014년 6월 22일(일)
전시장소 : 국립청주박물관 청명관


조선시대 문인들은 금강산을 비롯한 우리 국토의 명산 등을 유람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시문과 그림으로 묘사하길 좋아했다. 그 중 충청북도는 태백산, 소백산의 험준한 산세와 남한강의 물줄기 등으로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일찍부터 문인들의 유람과 은거지로 애호되었다. 특히 서인의 영수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충주목사에 부임되었던 사실과 화양에의 은거는 충청북도에 노론계 세력을 강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권상하(權尙夏, 1641-1721) 등처럼 그의 제자들의 충청북도 은거에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이곳은 道의 실천과 배움터로서 의의를 부여하는 명소들이 많았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충청북도 산수를 주제로 한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 전을 진행하였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즐겼던 충청북도 산수의 시문과 그림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였고, 산수를 즐기는 보편적 정서는 현대까지 지속됨을 강조하기위해 이 지역에서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안배하였다. 

충청북도 산수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곳은 단양·청풍·영춘·제천 등의 四郡山水이다. 조선후기 유람 문화가 크게 성행할 때 도성에서 한강 등의 뱃길을 이용해 한적하게 유람할 수 있었던 이곳은 김창협(金昌協, 1651-1708), 김창흡(金昌翕, 1653-1722) 형제 등의 유람으로 커다란 붐을 이루었으며 이들이 남긴 시문들은 후배문인들의 시문을 비롯해 그림 제작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정선, <삼도담도>, 지본수묵담채, 34.8x29.2cm, 삼성미술관리움소장



정선, <봉서정도>, 지본수묵담채, 33,5x29.3cm, 삼성미술관리움소장 


본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창흡 등의 영향을 받았던 정선(鄭敾, 1676-1759)의 작품들이다. 정선은 1721년 1월부터 1726년까지 경상도 河陽 현감으로 근무하며 청풍, 제천, 단양, 영춘의 四郡 등의 경관을 그렸으며 그의 사군산수도는 이후 후배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삼도담도(三島潭圖)> 등처럼 그의 작품은 당시 기행문학에서 선택된 여정이나 소재 등과 관련되어 그려졌다. 세 개의 돌로 이루어진 도담삼봉은 시문에서 중앙에 가장 크고 단아한 돌이 서있고 양옆 돌은 앉아서 고개를 돌려 중봉을 보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사람 같은 형상으로 묘사되는데, 정선의 <삼도담도>에서도 그러한 문학적 이미지의 강조를 확인할 수 있다. 

정선 이후 사군산수를 그렸던 최북(崔北, 1712-1788), 이인상(李麟祥, 1710-1760),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윤제홍(尹濟弘, 1764-1840 이후) 등의 화가들 작품 역시 본 전시에 전시되었다. 

그중 김홍도는 영풍 현감에 재직할 때 정조로부터 단양·청풍·영춘·제천 등의 사군산수를 그리라는 어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1796년 봄에 그려진 본 전시의 <옥순봉도> 등은 정조의 명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우면서 활달한 필치로 그려진 옥순봉과 옥순봉 앞 잔잔한 물결 위의 작은 배 등 시정이 가득 찬 그림이다.


김홍도, <옥순봉도>(병진년화첩), 1796년, 지본담채, 26.7x31.6cm, 삼성미술관리움소장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 전 중에 강한 시각적 효과로 인해 발을 멈추게 한 작품들이 있었다. 청풍부사를 지냈던 윤제홍이 지두로 그린 구담이나 옥순봉 등 단양의 기암괴석 그림들이다. 파격적인 구도와 굵고 습윤한 느낌의 선으로 암석만을 강조한 작품들은관람하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창하정에서 바라본 구담을 그린 장면은 구담을 자유롭고 활달하게 그렸으며 1844년에 그려진 <옥순봉도>는 배경을 생략한 채 세 개뿐인 암석만을 강조하였다. 바탕의 흰색과 진하고 굵은 먹선의 대조 그리고 부드러운 지두선과의 조화 등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중  <옥순봉도> 화면 오른편 위에 윤제홍이 단양의 기암괴석을 즐겨 찾았으며 옥순봉을 함께 선유했던 인물들을 기억하는 글에서, 그가 정말 이곳 경관을 좋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윤제홍, <구담봉도>, 지본수묵, 28.5x42.5cm, 삼성미술관리움소장 



윤제홍, <옥순봉도>(학산구구옹첩), 1844년, 지본수묵, 58.5x31.0cm, 개인소장


우리 선조들이 즐겨 찾았던 충청북도 산수를 문학과 그림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산수를 관조하며 즐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았던 시간이었다. 아울러  <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 전처럼 특정 지역과 관련된 산수화전이 지속적으로 열리길 기대한다.  



글 이순미(문화재청)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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