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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주, 선비,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 - <이상과 미술-동아시아 미술 속의 이상주의> 특별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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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이화 창립 128주년 특별기획전] 이상과 미술 - 동아시아 미술 속의 이상주의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기간 : 2014.5.14-2014.7.31

세월이 수상할수록, 현실이 불완전할수록 완전무결한 이상적인 세계를 향한 갈구는 강력해진다. 우리 전통적인 삶 속에서 이상(理想)이라는 것은 단순히 낙원이나 꿈으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최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도덕적 지향이나 정치적 태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상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그런 삶도 있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특별전 주제가 “미술과 이상”임을 알게 된 순간 <도원도> 같은 낙원을 그린 작품들을 떠올렸지만 특별전시실에서 첫 번째로 마주한 것은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임금이 입는 곤룡포였다. 임금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태평성대의 이상적 국가를 펼쳐나가야 하는 책임을 요구받았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구체적은 것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들이 남긴 글은 이상적인 국가를 위한 통치를 행하려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작자미상, 왕회도병풍 王會圖屛風, 조선 19세기, 비단에 채색, 167×380cm
황제가 각국의 사신들로부터 조공을 받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그림은 당나라 629년 중서시랑 안사고(顔師古)가 당태종에게 제안한데서 시작되었으며, 『일주서(逸周書)』의 「왕회편(王會篇)」에 근거하였기에 <왕회도>라고 불렀다. 조선은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을 성립했으나 외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이 그림은 중국의 경우에 의거하여 국가의 번영을 꿈꾼 가상의 현실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작자미상, 일월오봉도 육곡병풍 日月五峰圖六曲屛風, 조선 19세기, 비단에 채색, 155.3×349cm, 삼성미술관 Leeum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소나무와 물을 그린 <일월오봉도>병풍은 왕조의 영원한 번성과 태평성대에 대한 군주의 염원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각 도상들의 도식적인 배치와 청록의 색채를 통해 그림에 내포된 보수성과 전통성을 느낄 수 있다.    



작자미상, 성균관친림강론도 成均館親臨講論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채색, 49x111.4cm, 고려대학교 박물관
이 그림은 내용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다른 기록화와의 비교를 통해 왕이 성균관 대성전에 행차하여 알성예(謁聖禮)를 행한 뒤 경서에 대한 강의와 문답을 실시하는 광경을 그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왕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직접 경서의 내용을 물어보거나, 강서관(講書官)으로 하여금 경서를 강론하게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생들에게 학문적 성취를 유도하고 유교적 예를 구현하고자 했던 군주의 노력이 엿보인다. 

  

두 번째 방, 선비들이 남긴 글과 그림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이상향을 엿볼 수 있다. 모진 세상을 피해 은거하며 유유자적하는 고사 속의 선비의 모습을 우러르고, 함께 자연과 풍류를 즐기며 사는 신선같은 삶에 대한 염원이 드러난다. 자연, 학문, 예술, 고결한 정신, 청빈한 삶. 이들이 목표한 삶이 태평성대를 염원한 군주의 그것과 어우러질 때 이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청화백자 송죽인물문호 靑畵白磁松竹人物文壺, 조선 16세기, H. 47cm, 보물 644호,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이 매병은 16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문인들과 시동이 소나무와 대나무 아래에서 서안 위에 문방구를 펼쳐 놓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청화 안료로 그린 작품이다. 자연 속에서 은일 생활을 추구하였던 선비의 이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세걸 曺世杰, 고산방학도 孤山放鶴圖, 조선 17세기, 종이에 담채, 40.2x30.4cm,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매화를 부인으로 삼고 학을 아들로 삼아 평생을 고결하게 살았다는 북송대 인물인 임포林逋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임포는 독학하여 학문을 이룬 뒤 항주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들어가 은거하며 시를 지으며 살았는데, 그의 청아한 삶은 당시 학자들에게 높이 칭송되었다. 이 작품은 임포가 학을 놓아주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학을 사랑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선비의 자비를 보여준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종교가 제시하는 다양한 이상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미타불의 설법 장면 등에서 보이는 극락, 불국토는 불교의 이상향이며, 불로장생의 동물들이 가득한 낙원은 도교의 이상향이다. 


아미타설법도 阿彌陀說法圖, 조선후기, 비단에 채색, 173x192cm,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가 주재하는 서방 극락정토는 청정한 불국토로, 일체의 괴로움이 없고 즐거움만을 느낄 수 있는 극락세계를 이른다. <아미타설법도>는 아미타여래가 서방정토에서 무량한 설법을 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중앙의 아미타여래와 협시보살인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여러 보살들과 제자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화면 양쪽 아래에는 사천왕이 위치하였다. 



십장생도병풍 十長生圖屛風, 조선 19세기 말-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166x416cm, 김일환 기증
십장생도는 왕실에서 정초의 행사 또는 여러 의식에 사용하며 하사하기도 한 장식화이다. 이 병풍은 궁중 화원이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매와 동물들인 해, 물, 돌, 산, 구름, 소나무, 거북, 학, 사슴이 가득한 선계仙界를 진한 채색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상향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에서도 마찬가지. <미술과 이상> 기획전의 두 파트 중 나머지 한 파트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상향을 표현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 미술에서 “이상”하면 떠오르는 1차적인 것들을 모두 조화롭게 보여주는 잘 짜여진 볼거리였다. 한편으론 “이상”이라는 거창한 주제에서 조금 더 깊이에 욕심을 내었으면 어땠을까 싶어 아쉽기도 하다. 내가 현재 여기에서 가지지 못해서 불행한 것은 가지게 되고, 내가 현재 여기에서 떨쳐내지 못하여 불행한 무언가는 없는 그런 세계. 완전히 인간의 욕망을 반사하고 있는 “이상세계”를 표현하는 작품들. 욕망에서 우리의 변질된 이상을 보게 될까.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갈 방향이 어디인가를 알려주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이상은 현대인에게도 동력이 될까. 더워진 날씨에 시원한 계곡에 탁족을 하며 이상을 논해볼까.
글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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