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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6      

통일신라 500년의 타임캡슐 스캔하기

-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실 개편-


그림1. 개편된 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매우 거대한 전시공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오랜 만큼 전시해야할 내용도 많다. 따라서 통일신라시대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흥미로운 한 시기라고 할지라도 그에 할당된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다. 그럼에도 500년에 가까운 한 시대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 보여주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고, 이를 준비한 큐레이터에게 이 공간은 황량할 정도로 거대해 보였을 것이다.(그림1)

우리에게 통일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나라이자 석굴암과 불국사를 만든 나라로 강하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통일 후 500년의 역사 이전에는 흔히 고신라로 부르는 시기까지 합하여 무려 천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최후마저도 비교적 평안했으니, 참으로 인류사에 보기 드문 나라 중 하나이다. 비록 남아있는 중요 유물이 불교미술이다보니 너무 불교에 치중하여 통일신라시대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통일신라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 하겠다.

520일부터 공개된 개편된 전시는 크게 왕경귀족, 통일신라의 지방사회, 통일신라말의 지방세력, 녹유도기, 동아시아와의 교류, 국가권력과 의례, 그리고 따로 주제는 붙어있지 않지만 불교조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공간 등 7개의 주제로 나뉘어있다. 물론 통일신라미술의 정수는 불교조각실이나 금속공예실 등에서도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통일신라실은 한 시대를 이해하는 역사적 고찰을 시도함으로써 다른 전시실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2. 1975년 경주 월지 출토 옷걸이                         그림3. 경주 구황동 원지 출토 오리모양 잔             
   

왕경귀족 주제에서는 주로 그들의 삶을 장식했던 다양한 건축부재와 함께 그들의 모습을 추정해볼 수 있는 고분출토의 도용을 전시하고 있다. 도용들은 용강동 고분 출토의 8세기 무렵 작품들인데, 이와 함께 안압지로 더 잘 알려진 월지 출토의 옷걸이가 함께 전시되고 있어 흥미롭다.(그림2) 이 옷걸이는 지금 방의 벽면이나 문 어딘가에 붙여놓아도 손색이 없을 현대적 감각이 넘치는 디자인인데, 도용이 걸치고 있는 옷이 이런 옷걸이에 걸려있었을 모습을 상상해보게끔 하는 재밌는 조합이다. 구황동 원지에서 출토된 오리 모양의 잔도 눈길을 끄는데, 부리로 자신의 깃털을 고르고 있는 오리의 모습이 마치 정말 연못에서 노는 오리를 모델로 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었다.(그림3) 아마 둥글게 말린 목 부분이 자연스럽게 손잡이로 사용되게끔 의도한 것 같다.

                                         

그림4. 창녕 말흘리 건물지 유적 출토 금동장식판                  그림5. 창녕 말흘리 유적 출토 자물쇠 장치       

 통일신라 지방사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은 창녕 말흘리 유적이다. 이 유적은 아마도 사찰 건물지로 추정되는데, 특히 쇠솥 안에 많은 금동장식판을 담아 매몰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 흥미롭다. 풍탁과 더불어 오각형의 금동판에는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손 모습이 마치 합장을 하고 있는 듯하여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고(그림4), 꽃모양 장식판에 새겨진 불상도 중국 한나라 때 공예품에 등장하던 간다라 양식의 불상양식이 엿보여, 장식문양으로서의 불상 모티프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금동판 및 풍탁 등은 아마도 불상 위의 천개를 장엄하는 용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와 함께 금동자물쇠도 주목되는데, 고깔모자를 쓴 도깨비 모양의 이국적인 인물은 마치 알라딘이 불러낸 램프의 요정처럼 날아가며 먼 곳을 살펴보는 듯하다(그림5). 아마도 창고의 소유물을 믿고 맡겨도 될 충직한 인물로 보인다. 금동으로 귀하게 장식된 자물쇠라면 이 건물 안에는 도대체 어떤 것이 수장되어 있었던 것일까? 더불어 창녕 화왕산성에서 출토된 쇠로 만들어진 차를 가는 도구는 흔히 6물공양의 하나로 알려진 차 공양의 흔적을 보여준다. 아마도 우리나라 차 문화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오래되고 중요한 유물일 것이다.

                            

그림6. 통일신라시대의 연유도기함과 당나라의 삼채도용       그림7. 두 마리 새가 묘사된 은제 사리함 황룡사지토       


녹유도기와 동아시아와의 교류 부분에서는 화려한 유약이 칠해진 녹유 사리함 및 연유그릇 등을 중국 당나라 시기의 당삼채와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그림6) 또한 황룡사지 출토로 전해지는 음각화조문은제사리호(陰刻花鳥紋銀製舍利壺)는 페르시아풍의 도안장식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는 정교한 공예품이며, 이러한 서역식 스타일의 새들이 사리 주인공의 영혼을 서쪽 극락세계로 데려다 주기를 염원했던가 보다.(그림7) 아마도 통일신라시대 세계관의 확장에 따라 사후의 세계도 현실에서 더 멀리 떨어진 외연의 어떤 곳으로 옮겨져야 하지 않았을까?

그 외 중국 월주요 생산의 청자 해무리굽 다완도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유물이며, 단순한 선각이 아니라 마치 도장을 파듯이 새긴 동궁아(東宮衙)’라는 명문이 있는 항아리도 직접 볼 수 있어 유익했다.(그림8) 이처럼 이번 개편된 전시는 통일신라의 다양한 양상과 함께 최신의 발굴유물을 소개하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노력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림8. 2012년 경주 인왕동에서 발굴된 동궁아명 항아리          그림9. 천마가 새겨진 황해도 평산 출토의 금은입사 발걸이           

 

이와 함께 익히 알려진 유물도 새로운 전시기법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황해도 평산 출토의 철제 발걸이도 일반적인 등자 모양이 아니라, 발을 감싸는 듯한 주머니 형태로서 그 표면에 금은입사를 이용해 천마를 새겼는데, 금입사로 표현된 눈동자와 갈기는 예전 전시 때보다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그림9) 기존에 전시되었던 다른 유물들도 전반적으로 조명이 약간 밝아지면서 관람이 용이해졌다. 아울러 미륵사지 출토 금동향로도 왠지 백제의 틀 안에서 인식되던 유물을 이렇게 통일신라시대의 틀 안에 넣고 보니 그간 필자의 인식 속에서는 미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그림10)

특히 불상조각실에 있었던 전() 보원사지 출토 철불좌상은 기존의 닫집과 결합된 상태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불상으로서 감상하기에 더 좋게 전시되었다. 이 걸작을 기존에 정면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돌아가면서 볼 수 있게 해준 박물관의 호의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이번 기회에 뒷모습과 옆모습을 온전히 살펴볼 수 있었다.(그림11)

                      

그림10. 익산 미륵사지 출토 금동향로                                      그림11.보원사지 출토 철불좌상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석굴암은 이러한 전시에 넣을 수도 없고, 뺄 수도 없는 존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 등으로 넣자니 그저 구색을 갖추는 것처럼만 보일 수도 있고, 빼자니 왠지 허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실물이 전시될 수 없는 빈 공간을 적절한 무게로 달래준다. 특히 석굴 건축의 제작공정을 그래픽으로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돔 덮개돌을 올려놓는 과정에서 삼국유사가 전하는 세 개로 갈라진 이야기를 표현하는 가운데, 마치 이 덮개돌을 올려놓으려고 하다가 떨어뜨려서 깨진 것처럼 묘사된 부분은 이 설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 같다.

근래 수많은 발굴조사를 통해 통일신라 문화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어졌다. 과거 불교와 무덤이 주요 원천이었던 것에 비하여 왕궁, 건물지, 생활유적, 생산유적 등이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이를 통해 이 시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았던 생동감있는 시대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개편은 비록 많은 유물들은 아니지만 최신의 성과를 유효적절하게 배치하여 관람객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더불어 기존에 알려진 유물들에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가게 한다. 이런 점에서 이미 이전의 통일신라실을 보신 분에게도, 또 보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관람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글 주수완(고려대학교)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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