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그림에 스민 차향; 차, 즐거움을 마시다
기 간: 2014.4.30-2014.8.24
장 소: 경기도박물관
차는 세계를 변화시킨 7대 음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각 나라에 전해진 차는 음료이기 이전에 문화였다. 마시고 즐기고 또 사용하는 도구를 만들어내면서 나라별로 독자적인 색을 띤 문화가 됐다.
차 문화에는 문학도 있고 그림도 있고 생활도 있다. 유명한 『삼국지』 역시 자리를 짜서 팔던 유비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차를 사가지고 오다 황건적의 난에 휘말리는 일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일본에서 마시는 차는 다도(茶道)로 체계화돼 우리의 김치, 불고기 이상으로 세계 속에 일본을 상징하는 문화 키워드가 된지 오래이다.
김홍도 <취후간화>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에는 키워드로 표현할 차 문화가 있는가. 간헐적인 조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문학사에서 통사적으로 정리한 업적이 있다. 한양대 정민교수는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를 펴내며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차문화가 담근 그림을 소개했다.
물론 여기서 부수된 전시는 아니다. 이 전시는 지난해 경기도박물관장에 새로 취임한 이원복 관장이 다년의 구상을 녹혀낸 기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공간, 인력, 돈 삼박자가 다 갖춰진 조건은 아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미술문화 접점을 갖는 차문화를 재구성한 전시이다.
1부는 차도구나 차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들의 소개이다. 2부는 관심 대상인 차문화가 소개된 그림들을 망라한 ‘조선시대 그림에 스민 차향’전이다.
이경윤 <탄금대월> 고려대박물관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중기 이후 말기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에 음차 장면이 든 그림을 거의 전부 모았다. 첫 번째 그림은 16세기 이경윤(李慶胤 1545-1611)의 그림부터 시작한다. 이경윤의 <탄금대월(彈琴對月)>에는 달을 보며 거문고를 뜯는 선비 뒤로 동자 하나가 솥에 물을 끓이며 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회화사 가운데 가장 먼저 차를 다룬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차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상징적이다. 아울러 이 방식이 20세기 직전까지 전승되면서 그림속의 차의 전형이 돼오기도 했다. 다름 아닌 동자가 앞쪽이 트인 차화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찻물을 끓이는 장면이다.
김두량, 김덕하 <추동전원행렵승도(秋冬田園行獵勝圖)>부분
차 화로 앞에 쭈그리고 앉은 동자는 차를 준비하는 모습이며 곧 이는 음차(飮茶), 또는 마음 맞는 친구와 차를 앞에 둔 대화를 상징하면서 차문화가 있는 그림을 대표하게 됐다. 이 전시에는 기획자가 꼼꼼히 그림을 조사해 ‘이 그림도’할 만한 발굴도 들어 있다. 김두량이 아들 김덕하와 공동으로 제작한 사계산수도 중 일부인<추동전원행렵승도(秋冬田園行獵勝圖)>에는 높이가 8.4cm에 불과한 작은 화폭이지만 그 속에 주인과 객이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문밖에서 준비중인 차를 기다리는 장면이 들어있다.
심사정의 지두화 <송하음다> 개인
조선후기로 오면 특히 차가 등장하는 그림을 많이 그린 그룹이 있다. 18세기 중반의 중국문화통인 강세황을 중심으로 한 심사정(1707-1769), 김홍도(1745-1806), 이인문(1745-1821) 등이다. 이들 그림에는 자주 차화로와 차 달이는 동자가 등장한다. 그중 심사정은 중국 전래의 새로운 기법이라 할 수 있는 지두화법(指頭畵法)을 사용해 소나무 아래에서 차를 즐기는 고사들을 그리기도 했다.
이들 직업화가나 중인화가들과는 별도 선비화가 중에도 차에 심취한 화가들이 보인다. 능호관 이인상(1710-1760)과 학산 윤제홍(1764-1840이후)으로 이들 그림에는 차가 있는 풍경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림 속의 차문화는 고사, 문인들의 만남과 대화를 전제로 한 차 달이는 장면에 그쳐 아쉬움이 없지 않다.
윤제홍 <석매(石梅)> 개인
근대 직전 추사 주변의 허련(許練 1809-1892)이 등장해 당시 다기와 같은 차도구 그림을 그려 말기의 차문화가 선비나 고승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중인들 사이에까지 넓게 펴진 셀레브한 문화였다는 추측도 하게 된다.
6월 하순에 1차 소개된 이들 그림과 교대해 2차로 새로운 차 그림들이 소개될 예정으로 전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