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 전시유물 : 베트남 동선 청동북 등 358점
○ 전시기간 : 2014년 4월 29일(화) ~ 2014년 6월 29일(일)
남북으로 긴 베트남의 땅에서 북부의 삶의 터전은 홍 강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철분이 많아 붉은색을 띠는 홍 강이 북부를 가로질러 통킹만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의 넓은 평야에서 대대로 벼농사를 짓는 그곳 사람들의 삶이 터전이 된 까닭이다. 호치민과 함께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하노이도 이 홍 강 유역이다. 하노이(Ha Noi)란 강이 흐르는 내륙지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역사적으로 상호 영향을 받고 지배를 받기도 하면서 그 속에서 고유의 독자적인 문화를 키워 왔다. 이러한 역사성이 현대사에서 겪은 아픔과 더불어 베트남과 한국의 동질감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과 공동으로 베트남 선사문화에 대한 학술조사를 진행해왔던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그 학술조사의 결과는 고대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청동기 문화를 보여주는 베트남 청동 유물로, 북부 홍 강 유역의 ‘동선’ 문화가 전시의 중심이 된다.
전시 구성
1부 ‘동선 이전의 베트남’
전시 구성
1부 ‘동선 이전의 베트남’
풍응우옌(Phung Nguyen)문화로 시작하여 동더우(Dong Dau), 고문(Go Mun)문화를 거쳐 베트남 청동기 문화의 꽃을 피운 동선(Dong Sun)문화까지 이어지는 베트남 청동기 문화의 흐름을 관련 유물과 함께 연대기적으로 간결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
2부 ‘홍 강과 동선문화’
<동선 청동 북>, <홍 강 평야와 농경>, <동선 사람들> 등을 주제로 하여 베트남 청동기문화의 절정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인 동선 청동 북을 상세히 소개. 동시에 오늘날 베트남 민족의 원류라고 부르는 동선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홍 강 평야에 남겨진 고고학적 흔적을 통해 추적.
3부 ‘중남부의 청동기문화’
<사후인문화와 해양교류>, <사후인 사람들의 내세>, <동나이(Dong Nai)문화> 등의 주제 하에 베트남 중부 이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청동기 문화의 전개 양상을 당시 문화의 주인공인 사후인(Sa Huynh) 사람들이 남겨놓은 유물들을 통해 확인.
홍강의 동선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은 청동으로 만든 북이다. 관객은 전시장에 입장하면서 둥글게 펼쳐진 청동 북들의 위엄에 살짝 압도당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기원전 500년 무렵 동선 문화의 청동북은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발견되는 유명한 유물이라고 한다. 북의 몸통 부분 뿐만 아니라 두드려지는 면, 고면(鼓面)까지도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과거에 이를 타악기로 사용했을 때의 그 청각적 스케일은 우리 상상을 초월할 듯했다. 의례에 사용되는 악기임을 과시하듯 몸통과 면 모두에 디테일한 무늬를 새겨 넣어 청동기 제조 기술이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청동 북
고면(敲面)의 독특한 문양
비슷한 문양의 대야(바닥)
다른 용기에도 고유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홍강의 삼각주, 농경의 발달, 청동기 제작 기술, 인구의 유입.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동선은 청동기 문화를 더욱 발전시켰을 것이다. 전시에서 동선 문화를 보여주는 생활용품, 농기구 등을 볼 수 있는데, 우리의 청동기 문화와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생각하면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농기구 다음에 선사시대 유물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들은 칼과 창 등의 무기. 고대 국가의 성립과 관계된 이들 유물들도 그 지역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발 모양 도끼
꺾창
사람 모양 손잡이 칼
전시장 안쪽에는 베트남 중부 지방의 청동기-철기 문화인 사후인 문화(BC500~AD100년 경)의 유물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중부 해안을 따라 거주한 이들은 시신을 화장하여 독무덤에 넣고 뚜껑을 덮어 세워서 매장하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 독무덤들과 장신구 등을 볼 수 있다.
사후인 문화의 독무덤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이기도 하고, 다음 주에 개막하는 큰 전시(오르세 미술관전)가 있기도 하고, 전국민에게 쇼크를 준 사건으로 다들 박물관을 찾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박물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특별전의 시작이 너무 쓸쓸하다 싶었다. 조용한 물의 나라. 강대국의 잦은 침탈 대상이 되었던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고수하고 결국은 독립된 국가로 일어선 나라. 그 동안 단편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던 베트남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떠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선사시대 이후의 베트남 문화는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관객들이 궁금해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전시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