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간송문화전
장 소 : 서울 DDP 디자인박물관
기 간 : 2014년3월21일~2014년6월15일
명품은 어디를 가나 명품 대접을 받는 법.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본격적으로 세상 나들이를 한 「간송문화전」에도 30분 이상 줄서기를 해야 하는 인기몰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한다.
지난 21일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서울 DDP(동대문 디자인 파크)와 공동으로 간송의 지보(至寶)를 성북동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 선보인지 1개월째 되는 날. 비공식 집계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이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은 4만5천여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594명의 유료 관람객이 입장했다.
그동안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은 미술애호가들 사이에는 성지(聖地) 순례처럼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흩어지는 한국문화재를 혼신의 힘을 다해 수집했다는 사실, 한국미술사 중 특히 회화에 관한 한 간송을 빼놓고는 연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충실한 컬렉션 그리고 상설전시 없이 연중 딱 2회 봄가을로 각각 2주간씩만 테마 중심의 특별전을 연다는 특이함이 전부만은 아니었다. 간송의 위업에, 그리고 그 뜻을 이은 미술관 활동에 찬사를 보내며 성원의 뜻을 담은 무언의 행동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화원 신윤복을 다룬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영되면서 신윤복의 대표작을 소장한 간송미술관에는 이들 외에 새롭게 일반인들의 관심이 폭증했다. 이후의 특별전에는 매번 2-3시간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장사진(長蛇陣)이 연출됐다. 또 이런 일은 기존의 순례자들에게 자신들의 선견지명적 발걸음에 충분히 자긍심을 느끼게끔 했다. 더불어 이런 인기에 편승해 일대에는 성북동 일대는 새로운 카페와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이른바 미술관이 중심이 된 거리 활성화의 모델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길이 8.18m에 이르는 전체 작품이 모두 펼쳐지기는 처음인 심사정의 <촉잔도>
간송 보물의 세상나들이에는 이런 점이 오버랩돼 애초부터 조심스러운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다. 우선 세상사와 절연한 채 ‘순수’로만 비춰져온 이제까지의 간송 특별전이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대한 아쉬움이다. 세상의 변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나 대신 누군가가 그 거대한 힘에 맞서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직한 행보를 보여온 간송이었기에 더 많은 박수를 받았는데 앞으로도 그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걱정이 섞인 시선이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 중 하나인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견본담채 32.5x49.5cm
또 다른 한편은 볼거리가 수도 없이 널린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간송 보물들이 얼마나 국민적 자존심을 지켜줄 것인가에 대한 우려였다. 불충분한 전시 여건을 거론하며 입장료를 지불할 테니 쾌적한 전시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를 반영한 새 시도이지만 조변석개(朝變夕改)의 세상 인심을 감안하면 마음 놓을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간송보물의 세상나들이에는 내부의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테이프 커팅이 끝나고 새 장소, 새 환경에서 관람객을 맞이한 지 한 달이 됐다. 성적표 채점을 끝내기는 이르겠지만 공짜가 아니더라도 수준 높은 감상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하루 1,600명 가까운 관람객 덕분에 간송의 새로운 시도는 1차 합격점은 통과했다고 할 수 있다.
간송 문화전의 첫 전시는 한 달 뒤인 6월15일 막을 내린다. 이어서 7월2일부터 두 번째 라인업의 보물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관심이 지속돼 2차 합격점을 통과할지는 여전히 관찰의 대상이다.
전시장 내에서 줄을 설 정도로 인기 높은 신윤복 풍속화코너의 <주사거배(酒肆擧盃)>
DDP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연장 전시를 하는 금요일 오후6시 이후와 토/일요일 오후 시간대에는 30분이상 줄이 서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쾌적한 전시 감상을 위해 전시장 내의 관람객 수를 200명 정도 선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라고.(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