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아시아미술 신소장품展
전시장소: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테마전시실
전시일정: 2014.3.25.-2014.6.22
우스운 얘기로 타이페이와 베이징에 있는 고궁박물원의 컬렉션을 합치면 1백만 점을 훌쩍 넘지만 그중에는 단 한 점도 외국 물건이 없다고 한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그만큼 유구하고 장대하다는 말로 중국민족에게는 큰 자랑거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근대 박물관제도가 생길 무렵 중국은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 3대박물관 또는 4대 박물관로 손꼽히는 곳에는 세계 각국의 유물이 즐비하다.
신전형(神殿形) 녹유도자기 중국 후한(後漢) 높이 130cm 2013년 구입
대영박물관에 있는 그리스의 엘긴 마블, 파리 루브르의 함부라비 법전,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덴두르 신전은 크던 작던 이들 나라가 자국의 영향력을 전세계에 발휘하면서 자기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수집해 놓은 것들이다. 한마디로 19세기 제국주의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한 일본조차 이를 따랐다. 도쿄국립박물관에는 식민지로 삼았던 조선 유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이집트 미라에서 중국 수당대의 걸작 석불상까지 전시하고 있다.
장송용 마스크와 관(冠) 요(遼) 1063년, 2004년 구입
물론 제국주의적 관점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또 제국주의 성립에 밑바탕이 된 내셔널리즘도 같은 의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물결은 20세기 말기부터 확고해진 세계화 현상이다. 국경이나 나라에 개의치 않고 자본과 물자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또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동을 보장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등장은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것은 맞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영향력은 문화 영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색회과문평발(色繪瓜文平鉢) 일본 1640-1660년경 지름 32.0cm 2013년 구입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시아미술품 수집정책은 이런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00대 들면 국내에서도 자본과 물자의 이동 이외에 사람에 관한 변화가 심하게 일어났다. 대학생 유학에 이어 조기유학 열풍이 불어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이 외국을 경험했다. 또 전통적인 외국기업의 국내 활동과는 별개로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남성과 결혼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급중한 사회 현상이 있었다. 이같은 인적 교류에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해질 때 더욱 큰 긍정적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저내유락도(邸內遊樂圖) 병풍 일본 1624-1645년경 88.5x281.0cm 2012년 구입
이 전시는 박물관판 세계화 호응정책의 간이중간보고라 할 수 있다. 중간은 진행중이란 뜻이고 간이라는 한 것은 구색 정도라는 인상 때문이다. 이번 소개 작품은 2002년부터 컬렉션한 일본, 중국,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 조각품들이다.
제국주의가 아닌 이상 또 미술품의 고가(高價)행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아시아 미술품을 어느 정도까지 수집할지 또 수집 목표가 무엇인지는 명백하지 않다. 하지만 십수년에 걸친 수입품 중에는 자국에서 일품으로 손꼽을 만한 것도 일부 포함돼있는 게 사실이다.
불보살 석상 인도 마투라 3-4세기 높이47.5cm 2013년 구입
예를 들면 한대의 대형 누각형 녹유도기, 요나라 무덤출토의 황금마스크, 명대 백자 청화화훼문 대반, 일본 근세의 풍속화 병풍과 대형 우키요에 판화, 인도 세밀화와 불상조각은 그 나라 박물관에서도 대접을 받을만한 작품들이다. 이런 유물들은 신라시대의 녹유, 조선초기의 청화백자, 고려의 금동장식, 조선의 풍속도 등과 대비해 볼만한 내용들임은 말할 것도 없다.
가우디 라기니 인도 18세기 종이에 채색 2011년 구입
덧붙이자면 내셔널리즘을 부추키며 벌이고 있는 작금의 우리 물건 찾아오기 운동이 일면 구태(舊態)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다양한 해외 문화의 수평적 상호이해를 전제로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개한 이 아시아 유물들 역시 그 나라 박물관이 직접 판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형태든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시장에 흘러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나치게 내 사랑(?)만 떠들게 되면 이런 이율배반에 빠질 수 있게 된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