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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파이와 북한에 대한 뉴욕의 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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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주 THE CHOCO PIE-IZATION OF NORTH KOREA, 천민정 CHOCO-PIE PROPAGANDA

THE CHOCO PIE-IZATION OF NORTH KOREA
JIN JOO CHAE
January 8-February 23, 2014
JULIE MENERET CONTEMPORARY ART
CHOCO-PIE PROPAGANDA
From North Korea with Love/The North Korea Political Pop Art Campaign
MINA CHEON aka KIM IL SOON
January 23-February 28, 2014
ETHAN COHEN NEW YORK PRESENTS

  tex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단연 Polar Votex. 올 겨울 뉴욕시민들은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대기를 덮는다는 폴라 보텍스라는 잊어버렸던 단어를 다시 생각해낼 정도로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학교가 세 번 이상 휴교할 정도로 눈폭풍이 몰아쳤고 살을 에는 날카로운 바람이 건물 사이를 휘돌아 나간다. 차가움, 동토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하나의 체제인 북한을 배경으로 초코파이를 등장시킨 전시가 뉴욕의 두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채진주의 The Choco Pie-ization of North Korea

  비싼 임대료에 밀려 챌시를 떠난 갤러리들이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한 Orchard Street의 작은 공간 JULIE MENERET CONTEMPORARY ART의 거리를 면한 유리창 안에는 초코파이가 쌓여있고 그 뒤로 코카콜라 로고를 닮은 둥근 초코파이가 초콜릿으로 그려져 있는 화면이 가림막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초코파이화(THE CHOCO PIE-IZATION OF NORTH KOREA)’를 내세운 채진주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판화기법을 차용한 평면작업과 설치작업들을 관통하는 것은 초코파이 이미지이다. 북한에서 나오는 <로동신문>을 바탕재로 이용하여 밀크초콜릿과 초코시럽으로 그린 둥근 초코파이에는 코카콜라가 ‘Coca-Cola’로 단어 사이에 이음줄을 넣은 표기처럼 ‘Choco-pie’로 적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공산주의자의 크림이 들어 있는”이라고 표시하였다. 그 영어 글씨는 “with communist cream”이어서 ‘www commercial com’을 상상케 한다. 또 어떤 작품에서는 “with marshmallow cream”이라 적어서 ‘with merchandise cream’이라 읽히길 바라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글자가 갖는 상업과 교역의 이미지는 <로동신문>의 북한 특유의 글씨체를 덮어 바탕재를 콜라주로 위치시킨다. 역사적 사건을 작품에 두고 그 위에 아주 일상적인 사물을 재현시키며 동시에 상징화한 작업은 초기 입체주의가 보여주었던 정치적인 성향의 콜라주 방식을 연상시킨다. 


  초콜릿의 얼룩은 <북한병사(North Korean Soldier)> 시리즈에서는 문맥적 구조로 변화한다. 마치 초콜릿으로 감광된 사진처럼 <로동신문>에는 북한병사가 등장한다. “감계정신의 위력으로 부강조국건설에서 위대한 전환을 이룩하자”는 구호 아래 병사의 이미지는 막 초코파이를 들어 봉지를 뜯고 있다. “감계정신을 가지고 투쟁하면 최후승리를 위한 장엄한”이란 글이 적힌 신문의 면에는 초콜릿으로 “You can eat Choco Pies”라고 적혀 있고 “인간애로 빛나는 의료일군의 참된 삶” 위에는 초코파이를 한 입 베어먹은 병사의 모습이 나타난다. “미국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돈뿌리기 경쟁”이란 기사 위에는 “till you burst”라고 적었고 “투쟁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김정일의 말 아래에는 초코파이 맛에 행복해하는 병사의 모습이 사진처럼 드러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강국건설해서 새로운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나가자”라는 제목 아래에는 “Dream about these Choco Pies”라는 글씨가 보인다.   


  신문기사와 영어를 결합한 작업은 다소 직설적인 감도 있지만 글씨를 찍어내는 신문처럼 초콜릿을 판화기법을 이용하여 글씨로 찍어냄으로써 인쇄, 다량, 유포, 공중 등의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초코파이를 상상케 하는 동그라미 내부는 비균질적이며 바닥의 이미지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로동신문의 서체를 이용하여 초콜릿을 잉크로 사용한 석판화는 채진주의 작업이 초코파이 자체가 아닌 초콜릿이라는 매체와 북한이라는 대상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박을 입힌 초코파이를 접시에 두고 나이프와 포크를 배치한 <금 초코파이(Gold Choco Pie)>와 코카콜라 깡통을 이용하여 초코파이 포장을 만든 은 팝적인 속성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작가가 착안한 주제를 극명히 드러내는 작품은 로 보인다. 초코파이 박스를 쌓아놓고 그 위에 초코파이와 쌀자루를 업은 작품 아래에는 쌀알들이 흩어져 있다. 박스 위에는 지폐와 동전들이 놓여 있고 벽면의 전광판에는 오늘의 초코파이 시세로 $1.72라는 숫자가 지나가고 있다. 환율변동처럼 초코파이 시세를 적음으로써 초코파이가 쌀이나 돈처럼 어떤 화폐적 가치를 지닌 북한의 현실을 은유하는 것이다.     





미나 천의 CHOCO-PIE PROPAGANDA
  챌시의 갤러리들이 집중된 곳에서부터 조금 더 위쪽에 자리한 ETHAN COHEN NEW YORK PRESENTS는 뉴욕의 많은 상업 갤러리가 그러하듯 초대받거나 허락받은 이들만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다. 오프닝에서는 디렉터이자 소유주인 Ethan Cohen이 미국에서는 미나 천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명 김일순으로 분한 작가 천민정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였다. 


  디렉터는 영어로 북한에서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의미하는 단어를 말한다. 그러면 카키색 군복을 입은 그림 속의 인물과는 달리 검은색 군복을 입은 일명 김일순은 북한식 어조로 그들의 지도자를 호명하는 다양한 명칭을 외친다. 영어로는 아버지, 장군, 조직자 등으로 귀결되지만 북한식 수식어는 위대한, 태양, 거룩한, 경애하는 등등의 언어를 동원하여 길고 긴 수사를 완성시킨다. 점점 높고 격앙된 어조로 찬미되는 대상은 영어로는 너무도 간단한 호칭이어서 오히려 웃음을 유발시키는 이 퍼포먼스는 갤러리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작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김일성과의 연관성을 유추케 하는 김일순이라는 이름은 ‘일명(aka)’이라 칭한 것처럼 작가의 자화상으로 무한 반복되고 있다. 라는 전시명의 대표작처럼 휘날리는 인민기 앞에서 이를 드러내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이 걸려 있다. 공산주의 국가의 프로파간다 미술에 나타나는 정형화된 미소를 띤 인물로 분한 작가의 모습은 어느 작품에서나 동일한 미소를 띠고 있다. 과장된 미소는 미국 상업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의 007걸로, 명화 속 삼미신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생산을 독려하는 포스터의 이미지에도 사용되고 있다. 


Happy North Korean Girl


Three Graces


 노래하는 소년단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어 익숙하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그리고 김일순은 체재 아래 공동화된 기억과 습성으로 인해 형성된 공동체의 모습인 것이다. 김일성 일가에 의해 생산된 일종의 클론과 같은 이들이 바로 김일순과 소년, 소녀들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정형화된 모습의 사용이란 의미에서 일찍이 중국의 포스터에서 이미지를 따와 중국의 팝아트를 만들어낸 일군의 작가들처럼 미나 천의 작업은 팝에 근거하고 있다. 실지로 갤러리의 디렉터는 성곡미술관에서의 ‘롤리팝’을 예로 들며 미나 천의 작업이 보다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겉옷 깃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평화를 상징하는 목걸이를 걸고 있으며 갑자기 장난감 권총을 꺼내에 007을 흉내내는 디렉터는 이 전시가 평화를 위한 것이라 말한다. 그는 커다란 몇 개의 뱃지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뒷면에 작가는 ‘김일순’이라 서명을 남기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얼굴이 붉은 혁명기 안에 들어가 있는 도안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MAKE ART NOT MISSILES”.             





  <조선의 아들>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하자> <7개년 계획, 당은 새 승리로 부른다> <백두혁명정신으로 살며 투쟁하자> 등은 종이에 과슈로 그려진 비교적 작은 화면으로 조잡한 인쇄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환한 미소 뒤에 있는 체재의 힘은 개인성을 없애고 결국은 빈곤의 나락으로 치닫은 현실을 화려한 김일순의 화면 이면에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미나 천의 전시에서 초코파이는 북한을 이해시키는 제과류 자체로서 사용되고 있다. 벽면 한쪽에 쌓아올려진 미국 현지에서 파는 초코파이 상자들은 앤디 워홀의 <브릴로박스>를 연상시킨다. 안에 있던 초코파이들은 하얀 플라스틱통에 옮겨졌다가 바닥에 늘어져 지나는 이들에게 하나씩 들려진다. 그 달콤한 초콜릿이 발려 있고 안에는 마시멜로가 가득한 –한국의 것보다는 조금 큰- 초코파이를 달콤한 것들이 넘치는 미국 뉴욕의 한복판에서 한 입 베어 물며 ‘북한에서는 이 초코파이가 암시장에서 거래된다’며 진지하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남한 출신의 두 여성작가가 다룬 초콜릿과 북한   
  거의 동시에 뉴욕에서 열린 두 전시가 초코파이 그리고 북한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전시의 외형적인 공통점은 물론 초코파이와 북한이다. 대중적 관심사를 주제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M&M’s를 방문한 이들이 왜 그리 열광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그 상점에 불과한 장소가 뉴욕의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초콜릿과 북한의 연관성을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서 초콜릿처럼 북한은 익숙한 존재인 것 같다. 뉴스의 많은 시간이 농구선수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사실로 덮고,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하는 TV 시사토론의 주제로 북한문제가 등장하고, 얼굴 하얀 백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장성택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이 바로 뉴욕인 것이다. 
  채진주는 자신의 전시실 벽에 이렇게 글을 전하고 있다.

  “갓 원폭 실험을 한 북한 체재는 위험에 빠졌다. 군사공격 때문이 아니라 아주 대중적인 빵과자 초코파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전복 때문에. 특히 남한과 중국에서 들어온 자본주의 사상과 상품이 서서히 맑시즘-레닌이즘을 전복시키고 있다. FDR(*Franklin Delano Roosebelt, 미국 32대 대통령)이 스탈린을 꾸짖은 이래 줄곧 사회화되고, 군사화되고, 굶주리게 되고, 비문명화된 저 비극적인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을 차례로 자유시장 국가로 전환시킨 것과 똑같은 개혁을 바야흐로 겪게 될 것이다. - Lew Rockwell”


  미국식 자본주의가 경색된 체재를 해동시킬 것이라는 믿음은 그렇게 매스컴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북한의 상대 위치인 남한에서 출생하고 교육받은 두 여성 작가가 동시에 뉴욕의 어느 갤러리에서 서로 아무런 정보 없이 전시를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채진주의 사회적 인식에 기반한 자본과 체재에의 관심은 미나 천의 프로파간다를 노골화함으로써 상업적 경계를 넘어서는 노련함과는 달라 보인다. 그럼에도 적어도 두 전시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 초코파이로 대변되는 한국의 자본주의에 호의적이며, 이들이 공유하는 자본주의의 단맛이 정치적 경색을 불식시킬 수 있으리란 확신, 바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글 조은정(미술평론가)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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