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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전시명 : 한국근현대회화100선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일정 : 2013.10.29 - 2014.3.30

일본적 아카데미즘이 맹목적으로 이식되고 있었던 일제식민지 시기에 자신의 독자적 감성으로 서양화 토착화의 한 방법을 천착해 보인 이인성(1912-1950)은 아울러 당시 관전(조선미술전람회)의 심사를 지배했던 일본인의 취향에 적절히 조응하는 조선의 향토색 짙은 풍경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구리빛 피부와 순박한 표정을 지닌 소녀들, 화면 전체에 흐르는 토속적인 분위기, 붉은 황토 등에서 한국적 감성의 일단을 펼쳐놓은 이다. 그의 대표작이 지금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중이다.

이른바 서정적 향토성이란 화풍 안에는 착취와 압제의 그늘 아래 헐벗고 가난에 시달린 농촌의 여자들, 선하고 순종적인 그 여자들은 정작 그림 속에서 순수함과 원시성의 정물로 서있다. 서구미술의 전통이 부재한 당시 상황에서 고갱, 세잔풍 등을 이토록 세련되게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환각적인 분위기 속에 드러난 조선의 어느 자연풍경과 여자의 표정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기이한 그림이다. 당시 일본인 심사위원들 또한 이인성의 그림에서 이국적인 조선의 향토색을 만났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해당화>는 적토를 배경으로 소녀와 두 아이가 적조하게 자리하고 있다. 저 멀리 해경과 먹구름, 바다에 떠있는 배, 해당화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다는 쓸쓸하고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교하고 농익은 화화기법, 그리고 유미적인 여인상, 당시 식민지현실 속에 자리한 인물들과 그들의 삶, 세련된 새조와 탄탄한 조형력과 그만의 색채를 접한다. 향토색이 패배적 식민주의를 반영한다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이후 한국 화단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실 이인성의 작품세계에 짙게 깔려 있는 조선 향토색의 정체, 조선 향토색이란 제국의 식민화 미술정책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조선 미술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의지의 소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향토색 작품들은 이국취미에의 부합으로도, 또는 민족적 정서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이인성은 한국적 특성의 전형을 두 가지 기술을 통하여 이룩하려 노력했다. 하나는 형태의 창조로 한국적 특질을 조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색채로써 한국의 특이성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인성은 자신이 살아가는 자연과 풍토의 아름다움을 사랑했고 바로 그것을 그리고 싶어 했다고들 말한다. 당시로선 구체적인 삶의 현장, 생활을 소재로 다루었다. 그러나 이인성은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섬세한 감성을 발휘하여 자신이 다루는 모든 대상을 화려한 장식물로 전환시켜 놓았다.

그는 자신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형태와 색채로 환원시켜 나간 심미주의자였다. 그리고 이인성의 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풍경화는 향후 한국 구상화의 한 전형이 되었다. 아울러 그가 의식 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간에 당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포착하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다루는 현실주의적 시각이 그로부터 배태되었음도 사실이다. 나는 바로 그 점을 무척 의미 있게 본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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