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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상인(心心相印) : 사물에 스며든 정신의 풍경 - <이정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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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이정진 사진전 "THING"
전시일정 : 2014-01-15 - 2014-02-16
전시장소 : 신세계갤러리 본점 신세계갤러리
글 : 박경린



깊은 묵색을 겹겹이 머금은 한지에 사진가 이정진이 교감한 사물들이 새겨져있다. 뉴욕에 거주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여류사진가 이정진의 전시가 오는 2월 16일까지 서울 소공로에 위치한 신세계 갤러리 본점에서 열리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사물(Thing)' 연작 18점을 소개하는 이번 개인전에서 숟가락, 가위, 수세미, 의자, 연잎 등 생활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사물들을 사진에 담아 화폭에 옮긴 작업들을 선보인다.


11 THING 04-29, 2004,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74x100cm


이정진의 작업은 사진과 그림 그 즈음 어디엔가 위치한다. 
전시장의 하얀 벽을 따라 걸린 이정진의 작품들을 마주서면 오로지 흑과 백, 그 사이에 놓인 색이 빚어내는 사물의 형상을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마음에 포착된 일련의 사물들은 삶의 거리보다 더 가까이 사진의 렌즈에 담겨 보다 크게 확대된 형태로 한지에 옮겨진다. 광활한 여백의 화면에 그림자가 사라진 사물들의 풍경은 자못 고요하다. 배경이 사라진 화면 안에는 오로지 사물의 형상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종이에 스며들은 것 같은 사물의 형상은 붓으로 칠해진 감광유제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서 완성된 것은 사진적 재현이라기보다는 그림의 유일무이성에 보다 가까이 있다. 


12 THING 05-37, 2005,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74x100cm


마치 장인의 숨결이 더해진 듯 완성되는 이정진의 사진 작업에서 선택된 사물들은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스치듯 건져 올린 것이 아닌 두고두고 묵혀 둔 사물들과 교감한 끝에 나온 산물이다. 그렇지만 사물은 작가와의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에 침묵한다. 사라진 사진의 내러티브는 사라진 그림자를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강한 평면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형상이 암시하는 사물의 기능과 명칭은 번호로만 나열된 제목 뒤로 숨는다. 


09 THING 04-25, 2004,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74x100cm


특별할 것 없는 사물들은 앞서 언급한 장치들로 인해 기존의 사진들이 갖는 증거로서의 기능, 지표적 성질, 특정한 상징 모두를 지우고 화면 안에서 보이는 형상에 다시 한 번 더 주목하게 한다. 이로 인해 사물들은 어떠한 특별한 과거 없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 아닌 ‘거기 그 자리에서’ 말을 거는 현재적 순간에 놓여있게 된다. 이정진 사진만이 갖는 독특한 기법과 곳곳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로 인하여 복제 가능한 예술품이기 보다 유일무이한 원본의 아우라가 담긴 대상 그 자체로 남는다. 


10 THING 06-64, 2006, 한지에 사진 유제, 한지 배접, 140x195cm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이정진의 일상의 사물들은 사진에 담겨진 피사체라고 하기에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졸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라진 그림자는 사물의 심상(深象), 즉 사물 속 깊이 내재된 본연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극대화한다. 따라서 이정진의 사진은 묵묵한 가운데 사물에 깃든 세계와 교감하는 고요한 순간의 시각화된 풍경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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