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빨래터 .1958
그에게 미술적 가치는 이웃의 고통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안과 내가 상처받은 그들의 이웃이라는 각성으로부터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이웃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전언을 던져주고 있다. 그에게 이웃은 단지 옆집에 거주하는 이가 아니라 고통을 받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은 그에게 모두 이웃이었다. 그는 단지 이웃집 사람이 아니라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에 살아남은 이들의 피폐하고 헐벗은 이들 모두를 자신의 이웃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화폭에 담았다.
공간적 인접성을 떠나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전후 한국사회의 빈한한 일상과 그 풍경 속 인물에 주목한 이가 박수근이다. 진정한 이웃은 고통 받는 사람,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이웃은 내가 다가가야 할 존재이면서 동시에 내가 되어야 할 존재다. 박수근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반응한 이고 그 반응의 형상화를 추구한 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부단한 관심이 그의 그림의 키워드다.
그것은 그림을 통해 사회와 타자와 연대(solidarity)를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1965년 작고하기까지 박수근은 변함없이 자신의 삶의 반경에 놓인 이웃을 관찰했고 나아가 당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양식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당시 화단에서 박수근의 존재와 그의 그림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의 존재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몇몇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박수근 작품속의 서민들이 각성된 민중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