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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을 위한 화가 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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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우리의 근현대미술의 역사적 과정은 전통사회가 지닌 이미지의 주술성, 공동체안의 믿음과 소망과 무관한 역사였다. 그로인해 전통미술과 단절되고 그 이미지들로 표상되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에서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함께 공유했던 생의 욕구와 희망과 구원이 미술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 박수근(한국근현대회화100선, 덕수궁미술관, -3.30)에 와서야 비로소 미술은 이웃의 삶에 주목하고 이를 형상화하는 사례를 남겼다. 물론 일상을 소재로 한다는 것은 인상주의를 수용한 일제식민지시기에서부터 주로 그려진 풍경이지만 그것은 단지 그림의 소재에 국한했었지 일상을 사는 이웃, 그들의 삶에 주목하는 경우는 박수근의 최초라고 본다. 지금 그의 그림 몇 점이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박수근, 빨래터 .1958

이웃이란 내 옆집에 사는 사람, 공간적 인접성에 있는 이를 지칭한다. ‘공간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타인’이 바로 이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일상의 장면을 그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박수근만큼 일관되게 자신의 주변풍경, 이웃들의 삶을 형상화해온 작가는 없었다. 아울러 그 대상을 단지 그림의 소재로만 한정해 그린 게 아니라 진실하고 선하게 사는 이웃의 모습, 일상의 모습에 대한 지극한 공감과 연민의 정이 개입해 그린 경우는 박수근의 작품이 거의 유일했다.

그에게 미술적 가치는 이웃의 고통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안과 내가 상처받은 그들의 이웃이라는 각성으로부터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이웃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전언을 던져주고 있다. 그에게 이웃은 단지 옆집에 거주하는 이가 아니라 고통을 받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은 그에게 모두 이웃이었다. 그는 단지 이웃집 사람이 아니라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에 살아남은 이들의 피폐하고 헐벗은 이들 모두를 자신의 이웃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화폭에 담았다.

공간적 인접성을 떠나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전후 한국사회의 빈한한 일상과 그 풍경 속 인물에 주목한 이가 박수근이다. 진정한 이웃은  고통 받는 사람,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이웃은 내가 다가가야 할 존재이면서 동시에 내가 되어야 할 존재다. 박수근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반응한 이고 그 반응의 형상화를 추구한 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부단한 관심이 그의 그림의 키워드다.

그것은 그림을 통해 사회와 타자와 연대(solidarity)를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1965년 작고하기까지 박수근은 변함없이 자신의 삶의 반경에 놓인 이웃을 관찰했고 나아가 당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양식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당시 화단에서 박수근의 존재와 그의 그림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의 존재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몇몇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박수근 작품속의 서민들이 각성된 민중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서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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