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우리 그림 속에 담긴 동물과 식물들 -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
  • 6483      
이순미(문화재청)

전시명 :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
기 간 : 2013.11.26(화) - 2014.3.9(일)
장 소 : 경기도박물관 기획전시실 중앙홀


경기도박물관과 국립생물자원관이 기획한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은 꽃과 나무와 어우러진 새와 동물과 풀벌레 등의 그림들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 아울러 이 전시에는 수박을 갉아먹는 생쥐나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졸고 있는 까치나 폭포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나 조선의 산을 호령했던 호랑이 등 그림 속 생물들이 표본이나 모형 등으로 제작되어 그림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 관람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전시 그림과 작품 속 생물들의 모형


꽃과 나무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동물과 풀벌레 등의 그림들은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畵)’와  ‘화훼초충화(花卉草蟲畵)’ 등으로 불리는데, 본 전시에서는 ‘초충도(草蟲圖 : 풀과 벌레 그림)’, ‘어해도(魚蟹圖 : 물고기와 갑각류 등의 그림)’, ‘영모도(翎毛圖 : 길짐승 그림)’, ‘화조도(花鳥圖 : 꽃과 새 그림)’ 등으로 분류되었다.
   
‘초충도(草蟲圖)’는 원추리, 수박, 양귀비 등의 식물들과 매미, 나비, 잠자리, 방아깨비, 벌 등의 곤충들을 담았는데,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칭되는 <가지와 방아깨비 그림>처럼 자손의 번창이나 장수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밀접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신사임당(申師任堂), <가지와 방아깨비 그림>, 조선 16세기, 지본채색, 33.2x28.3cm,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 작품으로 전하는 초충도들은 주된 경물들을 중앙에 배치하는 구도와 단순하게 처리된 형태나 아름다운 채색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대개 자수 밑그림으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림 속 가지나 방아깨비 등은 자손의 번창을, 나비는 장수를 상징한다. 

‘어해도(魚蟹圖)’의 주인공인 물속의 생물들 역시 과거급제와 출사(出仕 : 벼슬하여 관직에 나아감), 자손의 번창 등을 상징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폭포 위로 뛰어오르는 잉어그림이나 쏘가리를 뜻하는 ‘궐(鱖)’이 궁궐을 의미하는 ‘궐(闕)’과 같다는 데서 착안하여 출사를 의미하는 쏘가리 그림 등은 과거급제 등 입신출세와 관련하여 크게 선호되었다. 그 중 입신출세를 대표하는 폭포 위로 뛰어오르는 잉어 그림인 <약리도(躍鯉圖)>는 중국 황하 상류에 위치한 산서성(山西省)의 협곡으로 뛰어난 경관을 지닌 용문(龍門)과 관련 있다. 이곳은 폭포에서 뛰어오르다가 성공한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어변성용(魚變成龍 : 잉어가 변해 용이 된다)’의 전설이 있으며, ‘용문에 올랐다’라는 등용문(登龍門)의 말은 여기에서 연유되었다. 난관을 이겨내고 입신출세의 길이 열릴 때를 기념한 등용문 그림인 <약리도>는 과거를 준비하거나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을 위해 제작되었다. 주로 한 마리의 잉어가 물결을 일으키며 뛰어오르거나 작은 고기 무리에 둘러싸인 잉어가 힘차게 위로 솟구치는 장면들로 그려졌는데, 여백에는 장원 급제를 축하하는 “물고기가 용문을 뛰어오른다(魚躍龍門)”라는 화제를 적곤하였다.    


작자미상, <약리도(躍鯉圖)>, 116.5x62.5cm, 국립민속박물관 
굼실대는 세찬 물결 속에서 힘껏 최선을 다해 뛰어오르는 한 마리의 잉어를 묘사하였다.
물결이나 잉어의 비늘 등에 도식화가 보이나 크게 이는 물결과 잉어의 유연한 동작 등에서
강한 동감이 느껴진다. 세밀하게 그리고 명암을 가한 비늘과 지느러미 등의 묘사도
도약하려는 잉어의 생동감을 더해 준다.  


‘영모도(翎毛圖)’는 본래 깃털이 난 새와 털이 있는 동물을 모두 포함한 그림을 의미하였으나 새 그림을 의미하는 화조도와 구분해 주로 호랑이, 고양이, 소, 말 등 길짐승 그림을 일컫는다. 어미개와 새끼개들의 정감넘치는 장면을 소박하게 묘사한 이암(李巖, 1499-?)의 <모견도(母犬圖)>나 오랜 관찰을 통해 고양이의 형태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변상벽(卞相璧, 생졸년 미상)의 <묘작도(猫雀圖)> 등을 통해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왔던 친숙한 동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변상벽, <묘작도(猫雀圖)>, 조선 18세기, 견본담채, 94x43.3cm, 국립중앙박물관
이 그림은 70세 노인의 장수를 기뻐하며 축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것은 고양이를 의미하는 ‘묘(猫)’가 중국에서 70세 노인을 의미하는 ‘모(耄)’와 발음이 같고
참새의 ‘작(雀)’이 기쁜 일을 의미하는 까치의 ‘작(鵲)’과 같다는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심사정(沈師正, 1707-1769), <연지유압도(蓮池遊鴨圖)>, 1760년, 142.3×72.5cm, 삼성미술관 Leeum 소장
그림에서 배경을 이룬 연꽃은 진흙에서 자랐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속성으로
생명의 빛이나 극락정토의 화생, 지조있는 군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미술품의 소재로 사랑받았다. 원앙 역시 부부간의 화합을 의미하며 그림의 주제로 애호되었다.


‘화조도(花鳥圖)’는 부부의 금슬을 의미하는 원앙이나 좋은 소식을 뜻하는 까지 등 집안의 평안과 관련된 다양한 꽃들과 나무와 새들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대부분 세밀한 필선으로 경물들을 그리고 아름다운 채색을 가한 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부부간의 금슬과 자손의 번영을 내포하는 연지유압(蓮池遊鴨) 장면이나 늙어서도 편안하라는 의미를 지닌 노안도(蘆雁圖 : 갈대를 나타내는 ‘노(蘆)’와 기러기 ‘안(雁)’이 중국의 ‘노안(老安)’과 발음이 같다는 것에서 착안) 등이 있다. 그 중 조선시대 3대 선비화가로 손꼽히는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청의 문인화가 장정석(張廷錫)의 그림을 따라 그린 <연지유압도(蓮池遊鴨圖)>는 집안의 번영과 화합이란 상징성을 내포한 작품이다. 심사정은 자손의 번영 등을 의미하는 연꽃 아래 부부간의 금슬을 나타내는 한 쌍의 원앙을 묘사했는데, 녹색의 연잎을 배경으로 홍련과 백련을 아름답게 그려내었고 부드러운 필선으로 다정한 원앙 한 쌍을 정밀하게 그렸다. 이처럼 연지와 원앙 한쌍으로 이루어진 주제는 병풍 등의 그림 뿐 아니라 여성의 노리개 등의 장식으로 널리 애용되어 제작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꽃과 나무 등의 자연과 풀벌레, 새, 동물 등의 생물들은  우리 생활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미들을 지니며 그림의 주제로 오래 동안 사랑받았다. 그림 속 등장 생물들의 모형과 표본 등을 함께 전시한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은 일상에서 쉽게 보았던 동물이나 곤충 등에의 애정어린 시선과 우리 그림에의 관심을 크게 고조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전시된 분청사기나 노리개 등 길상의 생물들이 장식된 경기도박물관 소장품들은 주된 그림들이 영인본으로 전시되어 아쉬었던 부분을 달래주며 전시를 보다 입체적으로 전개되도록 하였다. 


글/ 이순미(문화재청)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2 12:07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