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말라가의 피카소, 완전한 피카소
전시장소 : 한가람다자인미술관
전시일정 : 10.1-11.24
피카소, 머리를 올린여인, 아연판위에수채1957
피카소는 스페인 남단의 항구 도시 말라가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추억과 경험이 이후 그의 그림의 테마가 되었다고 한다. 바다, 해수욕장, 소(투우), 고대신화, 그리고 여자들이 그것이다. 피카소는 평생 그 소재를 다루면서 자신의 미술을 실현시켜 나간 이다. 모든 사람에게 고향과 유년시절은 그의 왕국이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은 바로 그곳으로 부터 나온다. 지금 그의 고향 말라가에는 피카소재단이 있다. 그의 생가건물을 매입한 말라가시는 그곳에 재단을 만들고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 연구, 홍보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이 지금 한국에서 왔다.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말라가의 피카소, 완전한 피카소’란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판화, 도자기, 삽화, 일러스트도서 그리고 헝가리 출신 스페인 사진작가인 후안 히에네스가 피카소 생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략 수 백점의 작품들이 가득 차있다. 비록 유화작품은 빠져있지만 드로잉, 판화, 삽화만으로도 피카소의 탁월한 재능을 만나는 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피카소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이다. 흔히 피카소가 추상화가이며 대상을 심하게 왜곡, 변질시킨 괴상한 그림을 그린 이로 기억하지만 그는 결코 추상화가가 아니다. 추상화란 그려진 그림 안에 외부세계를 연상시켜주는 이미지가 없는 것을 말하는데 피카소는 평생 특정 대상을 그렸다. 물론 그는 그 대상을 닮은꼴로 그린 게 아니라 자기 식으로 변형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보고 그렸다. 당연하게 바라보는 관점이나 그림에 대한 획일적인 관념에 도전하면서 그렸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누구하고도 공유하기 어려운 그 작가만의 감성과 시각, 마음으로 대상을 보고 이해하고 해석한 것을 그만의 독자적인 방법(시각언어)으로 형상화시키는 것을 말하며 이때 그림 역시 그만의 그림에 대한 생각(입장)속에서 풀려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화가란 존재는 우리에게 사물과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점을 알려주는 이며 다르게 보기의 가능성과 모험을 실현하는 이다.
피카소를 기준으로 그 이전의 그림과 이후의 그림이 갈라진다. 이번 전시에는 그와 연인관계를 맺었던 여인들의 얼굴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하긴 피카소는 평생 수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했고 그 여자들을 그림의 소재로 적극 다룬 이다. 그에게 여자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부추 키는 뮤즈들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여자에게 남자도 그럴 것이다. 간결하고 매혹적이며 힘 있는 선으로 그려나간 여인의 얼굴은 그가 얼마나 탁월한 소묘가인지 보여준다. 화가란 존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저렇게 한 줄의 선으로 가시화시켜내고 축약해내는 이들이다. 여자들은 정면으로 혹은 측면으로, 우수어린 시선을 던진다. 나는 그 눈에 눈을 맞춘다. 피카소는 저 여자들의 얼굴, 눈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에게 여자의 얼굴, 눈은 무엇이었을까? 이 ‘악마 같은 재능’(윌리엄 로빈)을 지닌 피카소는 오래 살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작품을, 엄청난 작품을 남긴 이다.
전통적인 미술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고유성을 정의 내리는 일에 매진했으며 그를 가능케 한 비판정신, 즉 그림 자체에 대한, 그리고 사회와 기존의 제도화된 문화 등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감행했고 순응적 가치관을 뒤엎으며, 예전에 무정부주의의 자유로운 정신에 공감하던 피카소는 평생 그 정신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예술을 태동시켰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고향 말라가가 있었다는 사실, 그를 길러낸 고향에서 온 그림들을 보면서 새삼 피카소란 존재를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진정한 상상력, 창조력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란 이처럼 조국, 고향, 신화와 전설, 뿌리 깊고 유장한 전통을 토대로 이를 의식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적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