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민병헌 사진전 '강(river)'
전시일정 : 8.31 - 11.3
전시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민병헌, Snowland Series SL203, Gelatin Silver Print, 122x104, 2010
민병헌은 역설적으로 회색톤으로 적셔진 모호한 풍경을 통해 비가시적인 세계상을 포착해내고 있다. 색조는 다르지만 동일한 맥락에서 출현하는 사진이다. 민병헌의 사진은 광원이 없는 중간 톤의 밋밋한 빛에 의지하고 있다. 인화 역시 중간 톤으로 치밀하다. 흑백사진의 매력은 회색 톤의 차이를 읽어내는 매력에 있고 그 미묘하고 가늠되지 않는 색차를 표현해내려는, 재현해내려는 가당치 않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에게 흑백사진의 매력은 바로 그 불가능성의 도전에 있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프린트 과정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반면 사진 속 대상은 별반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온통 흐리고 애매해서 구분이 가진 않는 세상을 힘들여 판독하고 그 판독한 것을 정확히 환생시키려는 욕망, 재미에 빠져있다. 그는 아주 미묘한 색조의 차이를 얻어 내고자 한다. 민병헌의 사진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사진에서 기대되는 것들을 과감히 배반하고 있다. 명확한 이미지나 그럴듯한 장면은 부재하다. 단일한 색조가 가득 차 있는 인화지처럼 보인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사진들이 풍경을 소재로 한 스트레이트 은염 사진으로서 정통적인 사진 제작과정을 가감없이 수행한 것들이며 아무런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은 매끈한 프린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다는 점이다. 온통 회색으로 절여진 화면에 희박하게 이미지가 드러나고 그것들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존 사진과는 무척 다른 사진이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섬세하고 미묘한 톤의 변화와 완벽히 통제된 구도와 프린트의 완성도로 인해 사진은 극도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섬세한 색조의 변화와 얼룩의 정체를 감지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무표정하고 무심하며 정적이며 가라앉는 듯한 회색 톤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흔히들 선적(禪的)인 느낌마저 든다고들 한다. 그는 전통적인 촬영과 인화과정을 고수하면서도 회화적 앵글과 흑백의 섬세한 화면을 통해 ‘동양적인 감수성’을 여백의 긴 호흡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흡사 엷은 먹을 적셔진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민병헌의 풍경은 얼핏 보아 추상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아주 멋지고 미묘한 흑색과 회색의 단색조로 전개된 평면이다. 이미지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사진의 미덕인 명료성과 인증의 힘으로서의 이미지들은 박탈되고, 지워지고 오로지 인화지 위에 빛이 스며 밀착된 흔적, 자취들이 어렴풋이 형상을 보여주다가 사라지고 드러내다가 감춘다. 민병헌의 사진에서는 직관적 호흡의 귀기(鬼氣)와 그래픽 한 촉감성이 동일한 호흡으로 묻어난다. 근작은 물(강)을 촬영했다. 안개자욱한 강가 풍겨이다. 그것들은 순간적인 모습을 안긴다. 그것들은 흡사 목탄으로 그려진 풍경화 같기도 하고 시간이 정지되고 모든 대상이 자취를 상실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잠시 멈춰 세운 순간 같다.
사진은 인간의 눈과 다르다. 사진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준다. 그것이 사진의 주된 전략이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놓고 완벽한 부동과 침묵 속에 절여놓은 대상이 바로 사진이 보여주는, 사진 속에 들어있는 대상이다. 그것은 시간이 죽어 고요해진 풍경이다. 정지된 순간, 바람소리도 없고 미동도 없는 그런 절대 침묵과 부동만이 가득 찬 공간이다. 시간을 지우고 말을 지운 자리에 침묵과 고요로 물든 대상만이 흐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희미함은 외곽선을 다보여주지 않아서 대상을 그리면서도 열어놓는 자유로움의 세계이다. 이 자유로움은 형상의 희미함이며 사물의 외곽선을 흐리게 하고 대상의 형상을 분명치 않게 하는 모호한 서정의 시적 기능을 갖는다. 그로 인해 그의 풍경사진은 다분히 동양 산수화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사진들이 풍경을 소재로 한 스트레이트 은염 사진으로서 정통적인 사진 제작과정을 가감없이 수행한 것들이며 아무런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 않은 매끈한 프린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다는 점이다. 온통 회색으로 절여진 화면에 희박하게 이미지가 드러나고 그것들은 좀처럼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존 사진과는 무척 다른 사진이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섬세하고 미묘한 톤의 변화와 완벽히 통제된 구도와 프린트의 완성도로 인해 사진은 극도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섬세한 색조의 변화와 얼룩의 정체를 감지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무표정하고 무심하며 정적이며 가라앉는 듯한 회색 톤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흔히들 선적(禪的)인 느낌마저 든다고들 한다. 그는 전통적인 촬영과 인화과정을 고수하면서도 회화적 앵글과 흑백의 섬세한 화면을 통해 ‘동양적인 감수성’을 여백의 긴 호흡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흡사 엷은 먹을 적셔진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민병헌의 풍경은 얼핏 보아 추상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아주 멋지고 미묘한 흑색과 회색의 단색조로 전개된 평면이다. 이미지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사진의 미덕인 명료성과 인증의 힘으로서의 이미지들은 박탈되고, 지워지고 오로지 인화지 위에 빛이 스며 밀착된 흔적, 자취들이 어렴풋이 형상을 보여주다가 사라지고 드러내다가 감춘다. 민병헌의 사진에서는 직관적 호흡의 귀기(鬼氣)와 그래픽 한 촉감성이 동일한 호흡으로 묻어난다. 근작은 물(강)을 촬영했다. 안개자욱한 강가 풍겨이다. 그것들은 순간적인 모습을 안긴다. 그것들은 흡사 목탄으로 그려진 풍경화 같기도 하고 시간이 정지되고 모든 대상이 자취를 상실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잠시 멈춰 세운 순간 같다.
사진은 인간의 눈과 다르다. 사진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준다. 그것이 사진의 주된 전략이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놓고 완벽한 부동과 침묵 속에 절여놓은 대상이 바로 사진이 보여주는, 사진 속에 들어있는 대상이다. 그것은 시간이 죽어 고요해진 풍경이다. 정지된 순간, 바람소리도 없고 미동도 없는 그런 절대 침묵과 부동만이 가득 찬 공간이다. 시간을 지우고 말을 지운 자리에 침묵과 고요로 물든 대상만이 흐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희미함은 외곽선을 다보여주지 않아서 대상을 그리면서도 열어놓는 자유로움의 세계이다. 이 자유로움은 형상의 희미함이며 사물의 외곽선을 흐리게 하고 대상의 형상을 분명치 않게 하는 모호한 서정의 시적 기능을 갖는다. 그로 인해 그의 풍경사진은 다분히 동양 산수화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