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8일-10월20일
삼성미술관 Leeum
거대한 조각이 바람에 움직인다.
알렉산더 칼더는 조각에 움직임을 부여한 선구적인 작업으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삼성미술관 Leeum의 회고전은 대표적인 모빌과 스태빌 외에도 그의 전 생애를 망라하는 118점에 달하는 작품을 망라한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평생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에 대해 탐구하고 아이디어를 내었다. 드로잉을 공간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1920년대 중반 철사 조각의 3차원 드로잉으로 유명인의 초상이나 곡예사, 동물의 운동감을 담았다.
곡예사 Acrobats c. 1927 철사, 나무 87.6x22.9x30.5cm 뉴욕 칼더재단
이때 철사 작업에 익숙해졌던 덕분이었을까. 그는 움직이는 추상 조각으로 작품의 주제를 발전시켜갔다. 그가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고안해 낸 것은 1931년.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초반에는 모터를 이용해 움직이도록 하다가 곧 관람자의 개입이나 자연의 변덕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각으로 옮겨갔다.
칼더의 작업을 보도한 영상이 전시장 곳곳에 상영되고 있는데, 그의 작업을 관찰해 보면, 정교한 계산에 의해 모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다소 경험적으로 조합해 가면서 뚝뚝 잘라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우연의 효과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찾아가면서 한 작품을 완성해 나갔던 것.
무제 Untitled c.1947 철판, 철사, 물감 114x132x84cm 개인소장
칼더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지만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은 있다.
"나는 이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단지 이를 느끼면서 실제 보이는 형태에 집중할 뿐이다... 따라서 내가 만드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일종의 스케치나 사람이 만든 근사치라 할 수 있다."*
본인조차도 이 작품이 어떻게 작동할지 완벽히 계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부 환경에 이후를 맡겨 작품의 일부가 되게 한 자체가 그의 작품에 선구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전시장 내부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흥미롭게 작품을 배치하고, (좀더 바람이 불어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작품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고, 당대에 그와 교유하였던 인물이나 사건 등에 대해서도 친절한 안내가 될 수 있도록 하여 일반 관람객이 재미있는 감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무제 Untitled 1976 철판, 나사, 물감 317x350x300 cm 삼성미술관 리움
뉴욕현대미술관, 솔로몬R, 구겐하임, 휘트니,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호놀룰루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작품 캡션에서 볼 수 있는 대여 기관과 칼더재단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었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작품 가격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교과서에서만 만나던 작품을 한꺼번에 볼 귀한 기회이다.(핸드폰 사진을 허용하므로 마음껏 멋진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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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칼더, “추상미술이 내게 의미하는 바(What Abstract Art Means to Me)," Museum of Modern Art Bulletin 18, no.3, (Spring 1951), 8-9를 본 전시 도록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