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일정: 2013년7월4일-2013년12월8일
장소: 삼성미술관 플라토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지난 여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아티스트이자 루이비통 모노그램 버전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시아 첫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화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면서 소위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오타쿠 문화, 망가 등과 같은 대중문화와 결합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카이카이 키키’라는 자신의 스튜디오 멤버들과 만들어나갔다.
이번 플라토에서 열린 다카시의 회고전은 아시아에서 열린 첫 번째 회고전에 걸맞게 전 장르에 걸친 주요 작업들이 한 자리에 소개되면서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다카시 월드를 현실 속에서 구현해내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시전경
다카시가 말하는 ‘수퍼 플랫’ 즉 초평면(超平面) 세계는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면서 동시에 극도로 피상화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추하는 형식이다. 그가 선보인 초평면 세계는 2000년 <수퍼 플랫>에서 시작하며 《수퍼 플랫 3부작》으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는 일본을 넘어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했으며 아울러 루이 뷔통과의 협업으로 상업적인 성공도 함께 거두었다.
다카시의 초평면은 회화 안에서 깊이감이 사라진 양식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색을 칠하는 방법을 통해 느껴지는 2차원적인 평면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에도 시대의 우키요에와 전통 회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곧 서구 주도의 현대 미술의 흐름에서 일본 작가로써의 독자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이론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발판이 되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시전경
이러한 다카시의 시도는 패전 이후 자신감을 상실한 전후(戰後) 일본의 무력감과 동시에 무기력한 현실에서 도피해 환상의 세계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하위(下位) 문화를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고, 변종 문화를 하나의 세계로 구축함으로써 소비 문화에 지배당한 일본과 서구 사회의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카이카이 키키’라는 스튜디오를 통해서 자생적으로, 또는 루이 뷔통과 같이 여러 굴지의 기업들과 협업하여 제품을 생산해내는 과정을 통해 작업 세계에서 보여주는 ‘초평면’화 된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안에서 재생산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그의 작품 세계에서 엿볼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