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기 간 : 2013.7.2-10.20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은 쿠웨이트의 알사바 공주 부부가 수집한 이슬람의 유물 컬렉션으로 8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슬림의 종교 미술품만이 아니라 스페인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펼쳐졌던 이슬람 땅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예술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타일, 이란 동부 마슈하드, 1620년경, 도기, 20.5×20.5
이 컬렉션의 주인은 부부 두 사람으로, 남편인 Sheikh Nasser Sabah al-Ahmad al-Sabah와 부인인 Sheikha Hussah Sabah al-Salem al-Sabah 공주가 알사바 컬렉션 공동 설립자겸 소유주이다.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 공주는 쿠웨이트 국립문화예술위원회 대표. 이들이 30여 년간 수집한 이 컬렉션은 국가에 장기대여되어 1983년부터 쿠웨이트 국립박물관 건물 한 곳에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화가의 초상, 인도북부, 17세기 초, 종이에 물감, 금, 33.0×27.3
전시의 전반부는 이슬람 미술을 시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연대기순으로 배치되었다. 8~10세기의 이슬람 미술기원에서 16-18 세기 이슬람미술의 전성기까지. 전시의 후반부는 주제별로 구성된 형태. 문자를 예술로 승화한 이슬람 서예, 화려한 궁정문화를 보여주는 보석공예, 유명한 아라베스크무늬와 기하학적 무늬, 이슬람미술의 여러 형상 아이콘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대야, 이집트 또는 시리아, 14세기 전반, 황동, 8.5×38.2
접시, 이란 북서부, 1600년경, 도기, 5.5×34.0
눈에 띄는 것은 이슬람 초기 양피지에 쓴 쿠란 필사본들. 쿠란은 ‘낭송’이라는 뜻으로 직접적인 신의 계시 즉, ‘알라의 말씀’을 의미한다. 쿠란은 길이가 다른 1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자체가 신성함을 갖춘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이를 들여다보면 재료와 형태의 다양함과 글자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다양한 방법에 감탄하게 된다.
쿠란 필사본, 튀니지 카이라완 추정, 9세기, 양피지에 금, 잉크, 물감, 14.5×21.0
쿠란 필사본 삽화, 인도, 16세기, 종이에 금, 물감, 잉크, 31.0×22.5
팔메트무늬, 로제트무늬 등 다양한 문양들로 꾸며진 건축장식과 금속공예품, 그릇들, 페르시아 정원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무늬의 카펫 등 섬유 예술품들, 화려함으로 무장한 무굴제국의 보석 등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름카펫(일부), 인도, 17세기, 면, 비단
프리즈(건축장식), 스페인 또는 마그레브, 13~14세기, 나무, 53.5×342.0
칼과 칼집, 인도 데칸 추정, 칼자루 17세기 중반 칼집 18세기 초,
옥, 금,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강철, 에나멜. 칼 35.5×5.3 칼집 28.3×4.6
이슬람문명은 마치 거대한 문화의 용광로와 같아서, 각 지역과 주변국의 문화를 흡수하고 그들의 문화로 거침없이 재창조했다. 동양과의 관련성도 간간히 짚어볼 수 있다. 9세기 경 편찬된 아랍 지리서에는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금이 많이 생산되는 신라를 동경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곳에 산 사람도 있고 신라의 특산품도 소개되어 있다. 고려시대 말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무슬림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조선 세종대왕 때는 왕의 초청을 받은 이슬람 지도자들이 궁궐에서 쿠란을 낭송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접시, 터키 이즈니크, 1525~35년경, 도기, 9.0×45.2
이슬람 관련 전시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 <이슬람의 보물>전은 그 다채로움과 교육적 마인드가 한 발 앞서나간다. 한국과 쿠웨이트의 문화협정 30년을 기념한 이 전시를 통해 57개의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 즉 종교 갈등, 석유, 테러, 축구 등이 아닌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듯하다.
아스트롤라베(천문관측기구) 논문 모음집, 터키 시바스/카이세리, 1231년/1238년, 종이에 잉크, 물감, 24.0×16.0
전시를 보는 내내 불편함 없고 적절한 동선과 장식들이 돋보였다.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관객들을 위해 이슬람 역사나 문양 등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반가웠다. 휴일에 가족과 보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점을 키워보기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