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김명진 개인전
전시장소: 갤러리 가이아
전시일정: 9.4 - 17
김명진, 마음의 풍경,162X130cm, oilpastel & acylic on canvas_2013
김명진의 그림은 드로잉과 낙서, 일러스트의 경계가 지워져있다. 그것은 온통 ‘그리기’의 흔적으로 자욱하다. 그런데 그 그리기기 무척 독특하다. 환상적이고 엽기적이면서도 도발적이고 대담하고 그러면서도 화면전체를 비상한 기운과 흥미로 채우고 있으며 날 것 그대로의 활기를 대담하게 보여준다. 거의 직관에 의한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미술이란 직관적인 것이다. 훈련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자잘한 터치들과 무수한 기호, 형상, 문자와 숫자들로 빼곡한 화면은 어둡고 습한 감각을 건드린다.
이 그림은 기존 작가들의 작업방식에서 조금은 떨어져 나와 거의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다분히 비학습화 된 그림, 반제도적인 그림이다. 조형적인 구성이나 힘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자유롭고 재미있으며 보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마음과 몸에서 자연스럽게 풀려나오는 낙서나 드로잉으로 내적인 세계를 기호화하거나 세상의 모든 로고들과 상징을 조합하고 병렬해 자신만의 기호의 왕국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존에 통용되는 문자나 언어와는 또 다른 시각적 언어, 음성들 말이다. 그것은 기존의 소통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소통언어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관습적인 모든 기호, 언어에 저항한다. 그것을 지우고 다른 코드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리의 심리적 현실 속에서 명백하게 활동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의식에는 떠오르지 않는 것이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꿈이 아니라 그 꿈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그 어떤 이유로 인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마음의 영역이 무의식인 것이다. 알다시피 내면화된 금지와 억압이 있는 곳에 무의식이 생겨난다.
김명진의 그림은 무의식이라기보다는 잠재의식의 시각적 외화에 가까워보인다. 의식함이 없는 무의식에 반해 잠재의식이란 참의식의 밑에 억압되어 있으면서도 항상 의식화되는 것을 지칭한다. 망각되어 있는 의식이 잠재의식이다. 그러니 김명진에게 그림그리기란 자신의 잠재의식이 분출 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는 그것을 즐기고 유쾌하게 감행한다. 마치 방언을 하듯이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시각화하고 유출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방사나 사정에 해당한다. 그는 캔버스 화면에 곧바로 그려나간다. 밑그림 없이 자신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발산한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토해내려 한다. 나는 이런 태도가 좋다. 이 자유롭고 거의 날것으로서의 그리기가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틀에 사로잡힌 요즈음 그림과는 다른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백 같은 회화, 원초적인 그리기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