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에 끝난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 <표암 강세황 탄신 300주년 기념특별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사 권혜은 님을 만나 전시에 관한 뒷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자리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국립광주박물관장 및 국립중앙박물관 특임연구관을 지낸 경기도박물관장 이원복 선생님께서도 자리를 함께 해 주셨습니다.
問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윤철규 대표
答 이원복 경기도박물관 관장 / 권혜은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答 이원복 경기도박물관 관장 / 권혜은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우선 이번 <강세황전>이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권혜은(이하 권) : 8만 4천명 정도 관객이 들었습니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비해 만 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두 달 정도 했는데 20만 정도 와야 되는 거 아닌가요? 회화 작품은 전시에 보이고 나면 일정 기간 쉬어야 하니.. 이번이 300주년 기념전인 것을 보고 또 한꺼번에 이만한 작품이 모인다고 생각하면 몇 십년에 한번 열리는 전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관심있는 분들이 더 많이 와서 보셔야 하는데 아쉬운 점도 있네요.
권: 그렇기는 하지만 그 전시실 규모로 보면 관람객 수는 적당하다고 봅니다. 하루에 2천명만 넘으면 통제가 어렵거든요. 물론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한 일이죠.
이원복(이하 이) : 강세황의 회고전은 1995년 1월 국립중앙박물관과 2003년 예술의전당 이후 세 번째인 셈입니다. 이번 전시는 표암과 그 친구들 그리고 같은 계열의 화가들을 동시에 조명한 점에서 전보다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세번째라고 말씀 하셨는데 이번 <강세황전>에서 특히 더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다면 어느 대목입니까?
권 : 2003년 전시 이후 10년 만에 개최하는 전시이자 탄생 300주년 기념전인 만큼 그것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서예박물관 전시는 아무래도 서예가 강조되었다면 이번에는 회화 작품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년간 새로 밝혀진 작품들을 보여주고 방금 말씀해주신 교우 관계도 일목요연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시에는 일부만 소개됐지만 도록에 강세황 관련 교지를 부록으로 전부 소개해 넣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학술적인 연구 성과가 담긴 전시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를 포함해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모두 총 103점입니다.
이 : 지금 기억해보면 95년 전시에는 서예를 빼놓고 50점 정도 소개됐었습니다. 예전 전시와 이번을 비교해 보면 핵심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우선 작가의 화풍을 시대별로 잘 정리했고 또 새로운 작업들을 발굴, 소개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개인의 소감을 말하자면 포도 그림을 새로 표구해 전시한 것도 좋았습니다. 또 기존에 알려진 작품들도 명품이 잘 망라된 전시였습니다. 더욱이 한 세트로 일관해서 모란, 대나무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던 점도 좋았다고 여겨집니다. 표암의 평이 들어간 작품을 따로 정리해 평론가로서 면모도 부각시킨 점도 두드러진 포인트가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표암은 18세기 들어 남종화가 조선화단에 수용되고 또 보급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평론 작업을 모아서 보아준 것을 그같은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겠지요. 일반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미술사적 측면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는 칭찬을 들을 만한데...
이 : 95년의 첫 표암 전시를 꾸몄을 때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미술사가 한 분이 '표암이 많이 높아졌네?'라고 하셨지요. 이번에도 이같은 대규모 회고전으로 강세황의 미술사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 95년의 첫 표암 전시를 꾸몄을 때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미술사가 한 분이 '표암이 많이 높아졌네?'라고 하셨지요. 이번에도 이같은 대규모 회고전으로 강세황의 미술사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표암의 다양한 작품세계가 소개됐는데 어떤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송도기행첩』의 경우 실제 경치를 대상으로 원근법을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작품 스케일로 보자면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표암의 경우 새로운 시도를 한 나이가 장년층인 40세 전후입니다. 당시 송도기행 화첩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주지만 어느 면에서는 그 후 나이 들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보다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한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봤을 때에는 진경산수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별로 언급이 안 되고 있지만 매란국죽의 사군자를 한 세트로 그려 보여주었다는 점. 초충을 그림 소재로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 등도 높이 평가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화가 강세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로는 화가 강세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권 : 『표옹서화집』등을 볼 때 『십죽재서화보』 등 중국의 화보에서 볼 수 있는 색감을 적용했던 걸 보면, 중국의 동향에 관심이 많았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가까이 지냈던 심사정, 최북, 강세황 3명이 순무와 같이 기존에 잘 다루지 않던 소재들을 적극 그림으로 시도한 면 역시 흥미롭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 출품된 <피금정>은 같은 공간을 시점(視點)을 서로 달리해서 두 폭으로 그렸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리움 소장의 『불염재주인진적첩』에는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에 매 폭마다 화평을 남기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정선을 평하면서 ‘정선은 금강산을 잘 그리는데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그린다'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지금 우리가 겸재 그림에서 받는 느낌을 당시에 벌써 가감없는 평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강세황이 문인임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는 점, 윗세대인 정선에 대해서도 과감한 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점 등이 그에 대한 평가로 부각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 바라는 바였습니다.
전시 규모도 컸고 또 전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소개해 주시지요.
권: 사고는 없었고...(웃음) 강세황 후손으로 이번 전시에 많이 도움을 주신 강우식 선생님 댁에 조사차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분 댁에 전시출품을 부탁드리러 가 뵈었는데 놀랍게도 오동나무 함 안에서 오래된 서류 뭉치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분께서는 '별 게 아니다'라고 하시는데 한쪽에 가져가 펼쳐보니 교지며 관직에 있을 때 받은 월급 명세서 등 엄청난 자료들이었지요. 그래서 이 자료도 아울러 부탁을 드려 일부는 전시에 소개하고 소개가 안 된 것들은 도록의 부록으로 실어서 정리했습니다. 더욱이 이 분 댁에서는 이명기가 그린 표암 초상화에 정조가 내린 사제문(賜祭文)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미술사적인 수확이었습니다. 이로서 정조 제문(祭文)의 출처, 시기 등을 확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완전히 소름 돋는 일이었습니다.
표암의 후손들께서 자료를 잘 모아뒀던 것 같습니다.
이: 후손 집안의 자료에 대해서는 여담입니다만 나중에 모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1970년대 말쯤 강세황 후손이라고 하는 분이 박물관에 한 번 찾아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말단이어서 접대는 하지 못했지만 얼굴이 표암과 빼닮으셔서 깜짝 놀라면서 직원들끼리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강세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많이 흩어져 있던 작품, 자료들을 후손들께서 당시 그런 식으로 모으기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표암전을 준비하면서 표암 전체의 작품에 대한 조사를 했을 텐데 도대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표암 작품의 수는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권: 그림과 글씨가 섞여 있고 또 화첩 하나에 여러 점이 들어 있어 한 점 두 점 씩으로 세기는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서화류 목록으로 보자면 200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마 그 이상 될 겁니다. 표암을 경우는 요즘 경매 같은 데에서도 계속 조금씩 나오는 것이 있어 작품 수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번처럼 작가의 전체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전시도 가능하겠지만 어떤 한 주제를 깊게 파고 들어가 소개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더 친절한 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권: 박물관 측도 최근에는 그와 같은 방향을 지향해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세계 전체를 보여준 전시도 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또 자세히 보면 크고 작은 테마전을 자주 기획해 일반에 다가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회화의 경우 일반 대중의 관심을 위해서는 많이 소개되는 것이 무엇보다 좋겠지만 문제는 한번 전시에 나올 때마다 종이에 먹으로 그린 작품은 훼손된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런 리스크를 피하고 다양성을 보여주려면 개인보다 테마에 초점을 맞춰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하면 유명작가의 유명작품이 혹사당하는 일이 덜어질 것도 같은데요.
이 : 그 역시 박물관의 과제입니다. 김희겸(김희성) 같은 경우를 보면 그림 스타일이 겸재와 매우 비슷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겸재파 작가들을 ‘스쿨’로 모아 전시가 가능하겠지요.
권 : 이번 강세황전의 경우도 원래는 더 큰 규모로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것을 전제로 준비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를 풍미했던 작가들을 전부 엮어보려고 했던 것이지요. 이번에도 보았듯이 강세황을 중심으로 주요작가가 교우, 교류 관계로 다 연결이 되니까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보다 심도있는 회화 전시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높았던 작품으로 어느 작품을 꼽을 수 있을까요?
권 : 아무래도 인트로에 있었던 자화상과 이명기의 초상화가 제일 인기가 높았고 관심도 많았습니다. 대표작인 송도기행첩, 벽오청서도, 그리고 사군자에 능했던 만큼 긴 난죽도 권도 많이들 좋아해 주셨습니다.
요즘 박물관 전시를 보면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기술도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권: 이번에 디자인 쪽으로 조금 욕심을 냈던 것은 사실입니다. 긴 횡권의 경우 유리가 연결되면 시야를 가려 보기가 불편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유리로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권: 이번에 디자인 쪽으로 조금 욕심을 냈던 것은 사실입니다. 긴 횡권의 경우 유리가 연결되면 시야를 가려 보기가 불편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유리로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좀 다른 사항입니다만 전시를 안내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설명을 썩 잘 하는 것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특별한 교육이 있습니까?
이 :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은 일반 문화재해설사와는 다릅니다.
권: 자원봉사자들이나 박물관 도슨트에 대한 교육은 박물관 차원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구요. 이번 전시에 관해서만 보자면 표암은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방학 기간인 점도 고려해 전시 설명을 하루에 4회 정도로 늘렸지요.
권: 자원봉사자들이나 박물관 도슨트에 대한 교육은 박물관 차원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구요. 이번 전시에 관해서만 보자면 표암은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방학 기간인 점도 고려해 전시 설명을 하루에 4회 정도로 늘렸지요.
이 : 이 분들은 일반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쉽게 설명하는 노하우가 있으시죠.
기획자로서 이번 전시의 이 전과 이후, 일반의 강세황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보는지요?
권 :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이 : 이번 전시는 강세황이라는 화가가 가진 다양한 면모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권 : 일반인들은 강세황을 김홍도의 스승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계십니다.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 소설 때문인 듯한데 그와 같은 단순한 평가와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강세황이 당시 문예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했었다는 점을 알려주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고 전시를 잘 즐기시고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바뀌시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이 : 제가 볼 때는 이번 전시는 어려운 주제를 심플하게 잘 짚어줘서 좋았던 것같습니다.
권 : 실제로 다른 전시실에 비해 관객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남는 것은 도록이라던데... 언뜻 들으니 다 팔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박물관 도록의 솔드아웃 시대가 오는구나 했지요.
권: 박물관 도록은 절판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2쇄를 출판해서 관람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도록에 실린 <난죽도>권
저 역시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 좋은 전시를 감상했다는 고마움이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8만이라면 적지 않은 수이지만 우리 문화를 애호하시는 분들이 쇄도하여 박물관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것도 한번 보고 싶네요.
이 : 주변에서 많이 도와 주시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요. 언론도 그렇고...
이 : 주변에서 많이 도와 주시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요. 언론도 그렇고...
권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 <강세황전> 리뷰 보기 http://www.koreanart21.com/review/antiques/view?id=3077&page=1
* <강세황전> 리뷰 보기 http://www.koreanart21.com/review/antiques/view?id=3077&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