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 찬란한 빛, 장신구 「조선여인의 노리개」展
전시기간 : 2013.5.29-2013.8.4
전시장소 : 보나장신구박물관
보나장신구박물관은 일 년에 두 번, 특별전을 할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장신구, 민예품, 공예품 등 1만 5천여 점을 보유한 이곳은 현대미술 전시가 주를 이루는 인사동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별전을 그냥 지나칠 수없는 이유는 소장품만으로 이루어진 전시임에도 매번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기 때문이요. 또 하나는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소장품들이 있어 새로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기대를 하며 찾아간 이번 전시에서는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돌아왔는데, 몇 번 방문하는 동안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전시품이 그토록 좋지 않았다면 갖지 못했을 감정에 의해서다.
이번년도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해 매번 특별히 정성껏 제작되었던 포스터가 제작될 수 없었고 가을 전시로 계획중이었던 주제도 미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사립박물관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시던 관장님 모습에 한 번, 국립박물관과 비교하며 전시는 당연히 무료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한 번, 그리고 우리보다 우리의 귀한유물을 더 잘 알아보는 외국인의 안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 진다.
보나장신구박물관의 관람객의 대다수는 일본인이고 소장품의 가치 또한 일본사람들이 더 잘 알아본다고 한다. 대여 전시에 관해 요청이 들어온 것 만해도 여러 차례지만 관장님은 “조선왕조의 장신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어떻게 일본의 백화점에서 전시를 하냐며 극구 사양하셨다고 한다. 소장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거절이 가능했고 언젠가는 적절한 장소에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알릴 기회가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특별전은 장신구, 그중에서도 노리개를 중심으로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고대 금제장식과 출토구슬, 노리개 등을 선보인다. 언뜻 작은 규모의 전시장으로 보이지만 장신구의 크기가 다양함을 생각한다면 전시품의 수가 적지만은 않고, 게다가 각각이 지닌 의미와 영롱함은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으니 전시를 보고 난 뒤에는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래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유물을 모았는지 대단하다고.
그런데 난 모은 게 대단한 게 아니라 개인이 박물관을 운영하고 소장품을 보존한다는 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장신구에 대한 보관이 쉽지 않음은 관장님의 얘기 속에도 묻어난다. 매번 사람들이 오갈 때 마다, 관람객이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전시장의 불을 켜고 끄는 것이 매우 번거로울 텐데도 철저히 지키는 것은 보존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향갑 노리개
은파란 칠작노리개
금제장식
좋은 인연을 의미하는 가지가 달린 노리개와 물총새깃털로 장식된 향갑, 아직까지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출토되기 어려워 그 존재만으로도 귀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도금장식품들이 은은한 빛을 받으며 진열되어 있다. 그 무게 때문에 집안의 가보로 전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장도․도끼․호랑이발톱․침통․원앙한 쌍․ 나비․방아다리 등 일곱 가지가 장식되어 있는 칠작노리개와 열쇄패 또한 볼거리이다.
보나장신구박물관 소장 떨잠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되는 떨잠은 박물관 주변 공사장의 소리에도 미세하게 떨리며 빛을 냈는데 실제로 장식했을 때 그 떨림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케 한다. 이 모든걸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의 정성 또한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물관을 나서며 꺼진 불빛 속에서 다음 관람객을 기다리는 영롱함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나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거라고 믿어요. 두 딸도 나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애써주길 바라죠.”
일본 관광객들은 일부러 찾아오는 반면 우리것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다는 기쁜마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했으나 유료라는 말에 다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볼 때 힘이 빠진다는 관장님의 바람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전시에 대한 더 많은 호응과 관심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