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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의 삶과 함께한 장식화의 세계를 조명하다 -<길상, 우리 채색화 걸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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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현(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전시명: 吉祥 우리 채색화 걸작전
장 소: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기 간: 2013.06.20~08.20(1부 6.20~7.14, 2부 7.18~8.20)


   채색화는 수묵화보다 역사적 시간의 길이가 훨씬 오래다. 채색화의 기원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을 수 있지만, 삶의 일부로 자리했던 친숙함 때문인지 수묵화에 비해 그 소중함과 가치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조선시대를 이끈 사대부들이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인격 수양의 방편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먹으로 그려낸 수묵화, 즉 문인화만을 높이 평가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채색화는 조선 건국 이전부터 왕실은 물론 사대부, 일반 백성의 생활공간을 꾸미는 실용화로서 다양한 종류의 그림이 제작되어 삶을 여유롭게 윤택하게 하였다.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8폭 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140×384cm


   이번 전시에 소개된 채색화와 자수는 대부분 18세기 이후에 제작된 병풍으로 일상에서 사용했던 것이다. 종류도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요지연도(瑤池宴圖), 책가도(冊架圖), 십장생도(十長生圖), 호렵도(胡獵圖), 궁중행사도(宮中行事圖), 모란도(牡丹圖), 서수도(瑞獸圖), 용호도(龍虎圖), 문자도(文字圖) 등으로 다양하여 생활공간을 장식한 채색화의 뛰어난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파도 위의 신선들을 비롯해 각각의 화면에 등장하는 소나무, 바위, 영지, 복숭아, 포도, 학, 사슴, 거북이, 용, 호랑이, 서책과 각종 고동기, 모란, 연꽃을 비롯한 각종 꽃과 새, 문자 등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조형성과 탁월한 색채감각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호렵도(胡獵圖) 8폭 병풍(일부),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104.5×412cm


   또한 각각의 지물에 담겨진 장수, 부귀, 복록, 다산, 출세, 벽사(辟邪) 등의 상징적 의미들은 채색화가 인간의 소망이나 행복을 의탁하는 구도적(求道的) 역할도 동시에 겸하였음을 알려준다. 결국 채색화는 살아가는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실용화(實用畵)로서 눈은 즐겁게 하고, 소망을 함께 기원하며 마음에 위안과 평안을 주는 활력소였음에 틀림없다. 


책가도(冊架圖) 10폭 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149.5×450cm


책거리(冊巨里) 8폭 병풍(일부),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각각 63×33.5cm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색화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였는데, 이는 사용하다가 낡으면 버리는 실용화로 대부분 18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들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화가들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것이나, 수요자의 신분과 경제력에 따라 그림의 수준 편차가 너무 컸던 것도 올바른 연구에 적잖은 장애가 되었다. 이로 인해 채색화는 기존에 민중을 위해 민중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민화(民畵)라고 정의되었다.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에 의해 붙여진 명칭으로 최근 연구가 진척되면서 왕실과 사대부가에서 사용한 것과 백성들이 사용한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기존에 민화라는 용어가 지닌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채색화라는 시점에서 재조명한 것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채색화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에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근대 한국 화단에 이식된 일본적인 색채를 정의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해방 이후 화단에서 일본색의 청산이 채색화를 배제하고 수묵화로 한국적 정통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한국 채색화의 역사를 되새겨보고 이에 대한 재해석의 필요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을 제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채색화를 수묵화와 어떠한 시각에서 균등하게 연구할 것인가, 또는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채색화를 일본색이라 매도하기보다는 전통 채색화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모란도(牡丹圖) 6폭 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각각 192.5×71cm

글 최경현(문화재청)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01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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